by이지은 기자
2023.08.22 00:30:00
내년 예산 지출 증가율 3%대…660조원 안팎 전망
국고보조금 5000억 삭감…''나눠먹기식'' R&D 축소
''약자 복지''에 재원 투입…수해·저출산·정신건강 등
변수는 총선…"심사 과정서 원안보다 늘어날 가능성"
[세종=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정부가 이달 말 발표하는 내년도 예산안에서도 긴축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올해 세수 결손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지출 증가율을 최대한 억제하고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씀씀이를 줄여 ‘건전재정’ 기조를 확고히 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해온 약자복지, 안전 등에 대한 예산은 늘어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21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오는 29일 발표하는 2024년도 예산안을 두고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듬해 총지출과 총수입 규모를 정리한 예산안은 9월 초 국회에 제출되며, 이후 심의를 거쳐 확정된다.
내년도 본예산은 660조원 안팎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는 2017년(3.6%) 이후 7년 만에 다시 3%대 총지출 증가율을 기준으로 예산 편성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총지출이 올해(638조7000억원) 대비 3%대 늘어나면 내년 예산은 658조~664조원 수준이 된다. 이는 ‘2022~2026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예상한 669조7000억원보다 적은 규모다.
내년 예산이 올해보다 약 20조 원 소폭 늘어나는 데 그치는 건 ‘세수 펑크’가 유력한 재정 여건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1~6월) 세수는 296조2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38조1000억원 줄어 역대 최대 폭감소했다.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작년과 같은 수준의 세금이 걷혀도 연간 세수는 세입예산(400조5000억원) 대비 44조2000억원이 부족하다.
이에 올해 지출 구조조정 규모는 작년에 이어 사상 최대치를 다시 쓸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기재부는 지난 7월 각 부처에 예산 요구서를 재검토해 제출할 것을 요청하며 추가 지출 축소를 주문했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정부의 확장재정 기조로 재정건전성이 악화됐다는 판단 하에 올해 예산을 편성하면서 평년 대비 두 배 수준인 24조원의 지출구조조정을 단행한 바 있다.
국고보조금과 연구개발(R&D) 관련 예산은 삭감이 예고됐다. 부정수급이 다수 적발된 국고보조금 예산은 5000억원 이상 줄어들 예정이다. 특히 회계 투명성 문제가 지적된 노동조합과 보조금을 대부분 인건비로 활용하는 사회적기업 등이 이 주요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이 ‘나눠먹기식’이라고 비판했던 받는 연구개발(R&D) 예산도 올해 31조1000억 규모에서 20% 가량 감액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예산 중 의무지출은 전체의 53.3%에 해당하는 340조원이며, 재량지출은 298조4000억원이다. 하지만 재량지출 중에서도 인건비 등 경직성 비용이 많아 실제 기재부가 실제로 재조정할 수 있는 예산 범위는 120조원 안팎으로 파악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효과성이나 타당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과감히 구조조정하는 등 강력한 재정혁신에 기초한 건전재정 기조 아래 예산을 편성하겠다”며 ”총지출 증가율이 낮아진다고 해도 정부의 주요 지원 사업들은 차질 없이 추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한 재원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복지 예산에 과감하게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지난해보다 8조3000억원 늘려 올해 226조원 규모로 편성했던 보건·복지·고용 부문 예산 지원은 내년에 더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이상 기후에 따른 집중호우 등을 고려해 수해 대응과 국가 하천 관리에 투입되는 예산도 확대가 유력하다. 미래 성장동력 확충 차원에서 저출산 관련 재정 투입도 지속한다.
최근 ‘무차별 범죄’가 잇따르면서 관련 예산도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치안 역량 강화를 포함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주문했다.
다만 국회를 통과하는 실제 예산 규모는 정부 원안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은 35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을 줄곧 주장해왔다.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지출 조이기가 지역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축소 등으로 이어진다면 ‘표심’을 우려한 재정 투입 요구는 정치권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로서는 정부가 적자 국채를 발행하는 것보다는 허리띠를 졸라매 물가를 떨어뜨리고 통화정책과 박자를 맞춰주는 게 경기 침체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본다”면서도 “그러나 여소야대 정국인 것도 어려운데 여당 국회의원들 조차 재정지출을 줄이는걸 원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만큼, 심사 과정에서 정부의 예산안보다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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