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3.06.19 05:00:00
인천시가 지난 8일 공포한 옥외광고물 조례에 대해 행정안전부가 15일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인천시 의회를 상대로 조례안 의결 무효 확인 소송을 냈다. 조례가 정당 현수막을 국회의원 선거구별로 4개까지 혐오·비방 표현 없이 지정 게시대에만 걸도록 했는데 이게 상위법인 옥외광고물법에 저촉된다는 이유에서다. 정당 현수막 공해에 대한 민원이 빗발치는 상황에서 게재 장소 등을 둘러싼 갈등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소송전으로까지 번진 셈이니 지극히 개탄스럽다.
지난해 6월 국회를 통과하고 12월 시행에 들어간 현행 옥외광고물법은 정당 현수막을 허가나 신고 절차 없이 아무데나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당 현수막이 종전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양으로 설치돼 거리 미관을 해칠 뿐 아니라 시야를 가려 교통안전에 심각한 위험 요소가 되고 있다. 지난 2월 인천에서는 전동 킥보드를 타던 여대생이 정당 현수막 줄에 걸려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게다가 그 내용이 정당끼리 낯 뜨거운 자기 자랑이나 욕설에 가까운 원색적 상대방 비방을 주고받는 내용이어서 정치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
정당 현수막 쓰레기도 덩달아 급증해 지방자치단체들이 그 뒤처리 비용에 골치를 앓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1~3월 정당 현수막을 포함해 전국 지자체가 수거한 현수막은 모두 1300t(200만장)으로 2022년 대선 때 수거한 1100t보다 많다. 현수막은 재질상 재활용이 어려워 대부분 수거 후 소각·매립해야 한다. 더구나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올가을부터는 현수막 난립이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선거 전 현수막 금지 기간과 관련된 공직선거법 조항이 지난해 7월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아 8월 1일부터 효력을 상실하기 때문에 정치 현수막이 거리를 뒤덮을 게 분명해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는 중요하다. 하지만 그 방식과 규모가 국민 정신건강과 안전을 위협하고 불편과 부작용이 상당하다면 그에 따른 규제가 필요하다. 인터넷과 통신의 발달로 현수막과 같은 전통적 방식에 표현의 자유가 의존하는 비중도 예전보다 훨씬 낮아졌다. 여야는 현수막 공해를 줄이기 위한 옥외광고물법 재개정을 조속히 추진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