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에도 IPO 봇물…중소형 공모주 열기 이어갈까
by양지윤 기자
2023.03.02 05:01:00
''재수생'' 바이오인프라 포함 IPO 기업 8개
몸값·상장 후 유통물량 등 흥행 조건은 충족
중소형 공모주 선호 지속될 듯
''따상'' 행렬에 기대감 선반영…“상승 여력 제한적”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3월에도 중소형 공모주 전성시대가 이어질 수 있을까. 지난 1~2월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공모주들이 예상밖 선전을 거두면서 이달 기업공개(IPO)에 도전하는 기업들이 흥행 열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중소형 IPO 기업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유통주식 비율이 적은 수급 요인에 따른 상승 동력은 점점 약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3월 코스닥 상장 예정 기업은 현재까지 8개로 파악된다. 오는 2일 바이오인프라가 증시의 문을 두드리는 것을 시작으로 나노팀(3일), 자람테크놀로지(7일), 금양그린파워(13일)가 차례로 데뷔전을 치른다.
3월 첫 상장 주자인 바이오인프라는 임상시험 수탁기관으로 지난해 상장에 실패한 IPO ‘재수생’이다. 지난 달 13~14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경쟁률 1594.9대 1을 기록, 최종 공모가를 2만1000원으로 확정했다. 총 공모금액은 137억원이다.
최종 공모가는 희망가격(1만8000~2만1000원) 최상단이지만, 지난해 11월 희망가격(2만3000~2만6000원)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일반 투자자 대상 청약 경쟁률은 1034.7대 1을 기록, 청약 증거금은 약 1조7655억원이 모였다. 몸값이 낮아지자 한껏 얼어붙었던 투자자들의 심리가 되살아나는 모습이다.
전기차 배터리 열관리 소재 전문 기업 나노팀 역시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수요예측에서 총 1830개 기관투자자들이 참여해 172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올해 공모 시장에서 가장 높은 경쟁률이다. 공모가를 희망가격(1만1500~1만3000원) 상단인 1만3000원으로 확정, 총 공모금액은 267억원으로 결정됐다.
시스템반도체 기업인 자람테크놀로지는 IPO ‘삼수생’이다. 이 회사의 수요예측에는 국내외 1774개 기관이 참여해 1702대 1의 경쟁률을 기록, 최종 공모가는 희망가격(1만6000~2만원)을 초과한 2만2000원으로 확정했다. 총 공모금액은 205억원이다.
전기 공사 전문 업체 금양그린파워는 2~3일 일반 청약을 받는다. 수요예측에서 희망공모 가격(6700~8000원) 최상단을 2000원 뚫은 1만원에 최종 공모가를 확정했다. 총 공모액은 301억원, 상장 후 시가총액은 1212억원이다,
이들 기업은 시가총액 규모가 3000억원 미만에 상장 후 유통 가능 물량이 적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바이오인프라(1007억원)가 가장 가볍다. 자람테크놀로지와 나노팀도 각각 1364억원, 2490억원이다. 상장 후 수급 부담도 적은 편이다. 상장 후 유통가능 물량 비율은 자람테크놀로지가 14.14%로 가장 낮다. 이어 나노팀(21.8%), 금양그린파워(28.57%), 바이오인프라(31.9%) 순이다. 시총과 수급만 보면 최근 중소형 공모주 흥행의 조건이 채워진 셈이다.
공모가를 확정하지 않은 기업들도 줄줄이 수요예측에 나선다. 오는 22일 상장하는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오는 7~8일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을 거쳐 13~14일 일반 공모청약에 나선다. 에스바이오메딕스(8~9일)와 엘비인베스트먼트(13~14일), 지아이이노베이션(15~16일)도 이달 중순까지 수요예측을 통해 공모가를 확정한 뒤 코스닥에 상장한다.
증권가에서는 중소형 IPO 흥행 열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증시 방향성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낮은 공모가와 적은 유통량이 투자심리를 자극하는 분위기가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다만 2월처럼 상장만 하면 ‘묻지마 따상(시초가가 공모가 대비 2배로 형성한 뒤 상한가)’을 찍는 빈도는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최근 공모가를 확정한 기업들이 줄줄이 희망범위 상단이나 이를 웃도는 가격에 공모 가격을 확정한 것은 이미 수요예측 단계에서 IPO 흥행 기대감이 선반영된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1~2월은 증시가 방향성 잡지 못한 가운데 공모주 시장이 ‘투자 도피처’로 떠올랐다면 지금은 중소형 IPO 시장이 되살아나서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는 형국”이라며 “이미 상장 전 수익률에 대한 기대감이 유입되면서 상장 후 상승 여력은 제한적”이라고 짚었다.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는 “최근 중소형 공모주 강세는 옥석가리기가 무의미할 정도로 상장 후 수급 요인이 주가를 좌우하고 있다”면서 “동종업종 기업보다 과하게 평가받은 기업들은 추후 조정이 뒤따르는 만큼 공모가 대비 수익률이 점점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투자할 것”을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