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름은'…식음료업계, 정초부터 사명 변경 두고 고심

by남궁민관 기자
2023.01.23 07:43:00

신사업 강화 맞춰 제한적 이미지 담은 사명 변경 고심
롯데제과, 푸드 합병 계기로 상반기 내 새 사명 구체화
CJ제일제당·매일유업도 ''제당''·''유업'' 떼어낼지 관심사
이미 이름 바꾼 hy, 인지도 높이려 쉽지 않은 ''소통 중''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연초부터 식음료 업계에 사명 변경이 화두로 떠올랐다.

날로 심화하는 인구절벽으로 성장성 한계에 직면하면서 신사업 강화에 잰걸음을 하고 있는 것. 주력이던 식음료 사업보다 신사업에 보다 무게추가 실리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이에 발맞춘 사명 변경에 고심이 깊어진 셈이다.

서울 영등포구 롯데제과 사옥 전경. (사진=롯데제과)
2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롯데푸드를 흡수합병한 롯데제과(280360)는 최근 사명 변경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더 나은 먹거리, 더 행복한 삶’이라는 비전을 앞세워 종합식품기업으로 변화에 나선만큼 사명 역시 ‘제과’를 떼어 내고 종합식품을 연상케하는 단어를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롯데제과는 지난해 하반기 ‘웰이츠(WellEats)’, ‘웰푸드(wellfood)’, ‘더웰(thewell)’, ‘에브리웰(EveryWell)’, ‘굿메이드(GOODMADE)’ 등 비전 속 ‘더 나은’ 의미를 담은 상표권은 물론 ‘푸드어스(FOODUS)’, ‘푸드넥스(FOODNEX)’ 등 ‘먹거리’를 강조한 상표권도 다수 출원하고 있다.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후보군이 구체화될 전망이다.

롯데제과 측은 “현재의 기업 가치와 함께 미래 비전을 한번에 담을 사명을 찾기 위해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여러 사명 후보들을 두고 논의를 하고 있다. 절차를 거쳐 올해 상반기 중에는 새로운 사명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제과의 경우 롯데푸드 흡수합병을 계기로 과감하게 사명 변경에 나선 반면 고심만 거듭하고 있는 식음료 업체도 적지 않다. 연초부터 사명 변경 가능성이 거론된 CJ제일제당(097950)과 매일유업(267980)이 대표적이다.

hy의 프레시 매니저가 프레딧몰 구매 고객에게 제품을 전달하고 있다.(사진=hy)
CJ제일제당은 사명 내 ‘제당’에 대한 고민이 크다.

1953년 제일제당공업주식회사로 설립돼 국내 최초 설탕제조사로라는 정체성을 이어온 CJ제일제당은 이미 일찌감치 국내 최대 종합식품기업으로 거듭났다. 최근에는 설탕보다는 즉석밥 ‘햇반’, 만두 ‘비비고’, 가정간편식(HMR) ‘고메’ 등 식품 브랜드로 세계에 이름을 알리고 있고, 건강기능식품과 대체육, 바이오 사업까지 신사업 영역을 더욱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1969년 한국낙농가공으로 시작해 1980년부터 현재의 사명을 써온 매일유업도 ‘유업’을 떼어 낼지 고심 중이다. 매일유업은 큰 범위에서의 유가공 사업이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보다 세분화해보면 이중 상당한 비중이 신사업에 해당한다.

최근 ‘어메이징 오트’, ‘아몬드 브리즈’ 등 대체유 시장은 물론 ‘셀렉스’를 앞세워 단백질 건강기능식품 사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커피전문점 ‘폴바셋’과 이탈리안 레스토랑 ‘더 키친 일뽀르노’, 중식당 ‘크리스탈제이드’ 등 외식 사업에도 진출했다.

두 업체 모두 현재로서는 사명 변경을 위한 구체화 된 계획은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내부에서 사명 변경 가능성 내지 필요성에 대한 언급 정도가 있었을뿐 실질적인 검토 수준까지는 이르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그만큼 각 사 사명은 오랜 기간 국민들에게 각인된 브랜드이기도 해 쉽사리 변경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새로운 사명을 모든 제품과 대리점 등 영업장에 적용하고 소비자들에게 새로 알리는 과정에서 수십억원 이상의 비용 부담과 긴 시간이 소요되기도 한다.

실제로 국내 또 다른 주요 식음료 업체인 hy(옛 한국야쿠르트)의 경우 신사업 강화 차원에서 2021년 과감히 사명을 변경했지만 현재까지 새 사명의 인지도 제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hy는 과거 야쿠르트 아줌마로 불렸던 ‘프레시매니저’, 기존 발효유는 물론 최근 공 들이고 있는 밀키트, 온라인 몰인 ‘프레딧몰’ 등 콘텐츠를 앞세워 소비자들에게 기존 한국야쿠르트를 hy로 연결짓는 데 보다 꾸준히 공을 들이고 있다.

hy 관계자는 “유가공, 발효유 시장이 더딘 성장 국면에 접어들면서 hy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시너지 창출, 밀키트 사업 강화 등을 돌파구로 삼고 있다”며 “다만 제한적 이미지의 기존 한국야쿠르트가 이같은 확장된 사업 영역을 담지 못하다보니 과감하게 교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 소비자들에게 hy라는 사명이 익숙치 않지만 우리가 가진 콘텐츠를 접한 소비자들이 ‘옛날 한국야쿠르트가 hy가 돼 이런 사업을 하는구나’라고 인지하는 긴 소통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