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급락하면 금융기관도 '비상'…증권·보험 자본비율, 기준선 하회 우려
by최정희 기자
2022.12.23 03:02:00
한은,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 발간
0.3% 역성장·주가 반토막·주택 20% 급락 가정
한은 “일부 증권·보험·저축은행 자본비율 기준 하회”
증권사, 레고랜드 부도 사태로 PF-ABCP 인수 사례 늘어
증권 등 비은행은 ''유동성'' 부족에도 시달릴 듯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집값이 급락하는 등 부동산 경기가 침체될 경우 금융기관에도 ‘비상’이 걸릴 전망이다. 최악의 경우 일부 증권·보험·저축은행 등 비은행 금융기관의 자본비율이 규제 기준을 하회할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증권사, 저축은행 등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채무보증·대출 규모가 상당해 부실 우려로 유동성 부족에 시달릴 가능성도 있다.
22일 금융통화위원회가 의결한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한은이 내년 경제성장률을 마이너스(-) 0.3%로 가정하고 주식, 주택 가격이 각각 최고점 대비 50%, 20%로 추락하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일부 증권사, 저축은행, 보험사의 자본비율이 규제 기준을 하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증권사의 순자본비율(NCR)은 평균 상반기 787.8%에서 413.8%로 급락하고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RBC)은 218.8%에서 90.6%로 급락한다. 증권·보험의 규제 기준은 100%인데 보험사는 100% 밑으로 빠지는 것이다. 그나마 보험사의 경우 내년부터 부채까지 시가 평가를 하는 ‘신지급여력제도(K-ICS)’가 시행되는 만큼 금리 상승이 보험사의 부채 가치를 낮춰 자본비율은 종전보다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저축은행은 자기자본비율이 12.9%에서 9.9%로 미끄러져 규제 기준 7%(자산 1조원 이상 8%)에 가까워질 전망이다. 주택 가격이 30% 급락해 3년간 지속되는 상황을 가정할 경우 저축은행은 자본비율이 8.1%까지 급락해 규제 기준을 맞추기도 아슬아슬해진다.
증권사와 저축은행은 PF익스포저가 많은 곳이라 PF부실이 현실화될 경우 타격이 더 클 전망이다. 증권사의 PF 채무보증액은 23조9000억원(9월말)으로 전체 채무보증액(45조4000억원, 자기자본의 56.7%)의 52.6%에 달해 부동산 경기 악화시 보증 이행 규모가 확대될 우려가 크다. 9월말 레고랜드 PF-ABCP(PF-자산유동화 증권) 부도 사태 이후 증권사가 PB-ABCP를 인수하는 사례도 늘었다. 이를 위해 증권사가 CP발행을 늘리면서 CP금리가 급등하고 증권사 특정금전신탁, 랩어카운트 등에서 자금 유출이 나타나면서 CP매도로 인해 증권사 CP금리 발행금리가 11월말 5.78%(91일물)까지 오르는 등 악순환이 나타났다.
증권사는 자금의 절반 이상(54.1%)을 금융권 내에서 조달하고 조달한 자금의 절반 이상(59.5%)을 금융권 내 여타 업권에 운용하고 있는데 자금조달 수요가 일시에 급증한다면 비은행 금융기관의 자금 사정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게 한은의 설명이다.
저축은행은 PF대출이 10조7000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PF대출 비중이 75.9%(9월말)로 금융업권 중 가장 높다. 카드, 캐피탈 등 여신전문회사의 경우도 PF대출이 27조1000억원(9월말)에 달하는데 이중 만기가 짧은 브릿지론의 경우 유동성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정욱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부동산 PF는 사업성에 따라 부실 여부가 갈리는데 PF대출 연체율은 0.6%에 불과, 2011년 PF부실 사태 당시 연체율 11.2%와 비교할 수 없이 낮은 편이고 자본비율이 규제 비율을 크게 웃돌아 부실화에 따른 금융기관의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부동산 금융 관련 비은행권 익스포저가 확대된 만큼 익스포저 한도를 관리하고 비상자금 조달 계획 등 유동성에 대한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