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쿠니신사 폭발물 설치 한국인, 왜 자진 입국했나[그해 오늘]

by한광범 기자
2022.12.09 00:03:00

2015년 20대男, 범행 후 일본 자진입국 '체포'
"주목 받으려 범행…한국서 칭송받고 싶었다"
징역 4년 복역…수감중엔 "저를 암살하려 해"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2015년 12월 9일 오전. 도쿄 하네다 공항에 입국한 한국인 전모(당시 20대)씨가 일본 경찰에 의해 경찰서로 이동한 뒤 체포됐다.

전씨는 A급 전범들이 합사 돼 있는 도쿄 야스쿠니신사에 폭발물을 설치한 혐의를 받았다.

이에 앞서 같은 해 11월 23일 야스쿠니신사 화장실에서 미세한 폭발이 있었다. 현장엔 폭발에 쓰인 금속 파이프가 발견됐다. 타이머 장치가 달린 금속 파이프가 폭발하며 화재가 발생해 화장실 천장이 탔고, 폭발음으로 폭발물 처리반이 출동하기도 했다.

야스쿠니신사 폭발물 설치 범인 한국인 전모씨. (사진=AFP)
인명피해는 없었고 시설 피해도 미미했지만 일본 내 야스쿠니신사의 상징성이 가미되며 사건의 파장은 확산했다. 일본 경찰은 CCTV 등의 분석을 통해 용의자를 전씨로 특정했다. 야스쿠니신사 화장실에선 전씨가 피운 담배꽁초가 여러 개 발견되기도 했다.

일본 경찰이 전씨 행방을 찾아 나섰지만 그는 이미 한국으로 입국한 상태였다. 일본 언론은 전씨를 용의자로 보도했고, 직접 전씨를 취재하기도 했다.

전씨는 일본 언론에 “야스쿠니신사를 방문한 적이 있지만 폭발물 관련한 내용은 전혀 모른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일본 경찰은 전씨 수사를 위해 우리 정부에 신병인도 요청을 준비하고 있었다.

결국 전씨는 자신의 범행이 발각된 상황에서 처벌을 피하기 힘들다고 보고 9일 스스로 일본에 입국했다. 잡혀가는 것보다는 당당하게 입국하겠다는 생각이었다.

일본 경찰은 전씨의 자진 입국을 전혀 예상치 못하고 있었다. 전씨가 입국한 이후에야 뒤늦게 수사팀을 보내 신병을 확보했다.



2015년 11월 23일 폭발 사고 직후 야스쿠니 신사 경내를 지키고 있는 일본 경찰 모습. (사진=AFP)
전씨는 일본 경찰 조사에서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보였다. 수사 초기 모르쇠로 일관하던 그는 혐의를 인정했다가 이를 번복하기를 수차례 반복했다.

그는 결국 계속된 조사에서 혐의를 인정했다. 전씨는 “A급 전범 합사에 대한 한국의 항의에 일본이 진지하게 대응하지 않고 있다고 느꼈다”며 “야스쿠니를 공격하면 대중매체의 관심을 끌고 칭찬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경찰은 전씨의 재입국 배경을 ‘자수’가 아닌 재범 목적으로 판단했다. 전씨가 일본 재입국 당시 화약 약 1.4㎏을 소지하고 있었던 점이 이 같은 판단의 주된 배경이었다.

전씨는 화약류단속법 위반, 건조물침입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일본 검찰은 야스쿠니신사 내 경미한 피해에도 불구하고 전씨 범행을 ‘테러’로 규정했다.

일본 검찰은 “전씨가 한국에서 인터넷을 통해 폭발물 제조법을 익히고, 산에서 실험까지 했다”며 “폭발장치를 신사 본전에 설치하려 했다가 경비원 때문에 화장실에 설치했다”며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전씨는 재판정에서 “일본이나 야스쿠니 신사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아니라 주목받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며 “소란을 일으켜 한국에서 칭송을 받고 싶었다”고 범행 동기를 진술했다. 또 재입국 배경에 대해선 “검찰 주장대로 범행을 다시 계획한 것이 아니라 체포되기 위해서였다”며 “체포 돼 내가 한 짓이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주장했다

도쿄지방재판소는 1심에서 “범행이 매우 계획적으로 이뤄졌고, 위험성이 높고 악질적이다. 신사 운영에 끼친 영향도 크다”며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전씨가 항소했지만 도쿄고등재판소도 2심에서 1심 판단을 유지했다.

전씨는 2018년 옥중서신을 통해 “형무소에서 1월부터 제 방에 가스를 살포해 호흡곤란에 시달리게 만들었다. 3월에는 몇 번이나 죽을 수도 있을 정도로 뿌려댔다”며 “형무소, 야쿠자, 일본 황실과 연관된 녀석들이 저를 암살하려고 준비를 해놓은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