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가보지 않은 길…美추월 '중국몽' 속도[中당대회 미리보기]⑨
by신정은 기자
2022.10.14 04:00:00
미중 갈등 속 중국 성장 둔화
공동부유 로드맵 제시 전망
장기집권 함께하는 6은 누구
수뇌부 習측근으로 세울지 주목
[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16일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3연임을 할 것이라는 게 사실상 확실해지면서 중국을 세계 최강국가로 만들겠다는 ‘중국몽(中國夢·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을 둘러싼 공산당 수뇌부들이 어떻게 채워질지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 주석이 그동안의 관행을 깨고 자신의 사람으로 핵심 지도부를 꾸리고 어려운 경제 상황과 외교 갈등 등을 타계해 나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지난 2017년 10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19차 당대회.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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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주석은 새로운 집권 시기에 들어 미국을 추월하는 ‘중국몽’(中國夢)에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공산당 총서기로 임명된 지 보름만인 2012년 11월 이같은 집권 이념을 발표했다. 중국이 세계 패권을 다시 가져와 미국을 넘어서는 1등 국가가 되겠다는 야망을 꺼낸 것이다. 중국의 경제 규모는 2010년 이후 2배 이상 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시 주석이 처음 집권했던 2012년 ‘중진국의 함정’에 빠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젠 1인당 소득이 아르헨티나와 러시아를 추월해 세계은행이 정의하는 고소득 상태에 도달했다”고 분석했다. 시 주석이 집권을 정당화하는 명분도 ‘강한 중국’을 만들고 있다는 리더십이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견제는 노골적으로 변하고 있다. 13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12일(현지시간) 국가안보전략(NSS)를 공개하면서 중국이 “국제질서를 재편할 의도와 능력을 보유한 유일한 경쟁자”라고 평가하면서 “효율적인 경쟁을 통해 미국이 중국을 능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까지 제한하며 공급망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 10년간 중국 GDP 총량 변화. 빨간선은 증가율. 자료=중국경제신문, 국가통계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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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시진핑의 3번째 임기가 시작된 후 중국의 경제가 자유 시장보단 ‘공동부유’(共同富裕)에 입각한 분배 중심으로 돌아갈 지도 주목된다. 한바오장(韓保江) 중국공산당 중앙당교 교수 겸 경제학과장은 지난달 28일 기자간담회에서 “공동부유 추진에 대한 보다 명확하고 상세한 로드맵이 제시될 것”이라며 “중국은 다양한 사회경제적 격차를 좁히는 데 더욱 중점을 둘 것”이라고 예상했다. 공동 부유 목표 전면화는 덩샤오핑(鄧小平) 때 시작된 개혁개방 이전인 마오쩌둥 시대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중국만의 사회주의 시장경제 시스템을 도입해 두자릿수 성장을 이어왔으나 최근 몇년간 성장 속도가 줄었고 공동부유의 시작은 중대한 변곡점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 경제가 공동부유를 추진하기엔 너무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대로 떨어졌고 올해 정부가 발표한 목표 ‘5.5% 안팎’은 요원해졌다. 시 주석이 ‘제로코로나’를 고집하면서 소비는 침체됐고 부동산 시장마저 흔들리고 있다. 올해는 설상가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되며 전세계적으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했고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은 금리인하 등 유동성 공급 확대를 통해 경기부양에 힘 쏟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 속에 중국은 언제까지 ‘돈풀기’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중국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수출도 최근 증가폭이 둔화하고 있다.
| 당대회를 앞둔 지난 6일 인민대회당. 이곳에서는 16일부터 20차 당대회가 열린다. 사진=신정은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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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당대회에서 주목할 부분은 시 주석이 ‘영수(領袖)’ 칭호를 받는지다. 영수라는 표현은 신중국(중화인민공화국)을 세운 마오쩌둥(모택동)에게만 쓰였고 이후에는 ‘일인자’ ‘핵심’이라는 말로 대체됐다. 시 주석이 3연임을 넘어 4연임, 심지어 종신집권을 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까지 나오면서 1970년대생 젊은 후계자가 나올지도 관심사다.
중국 공산당은 피라미드 권력 구도를 갖고 있다. 약 1억명의 당원 중 핵심 권력층은 시 주석이 포함된 7인 상무위원, 그리고 이들이 속한 25인 정치국원이다. 이미 선출된 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의 대의원 2296명은 당대회 기간에 약 200명의 중앙위원과 150여명의 중앙후보위원을 선출해 당 중앙위원회를 구성한다. 이어 당대회 폐막일(22일 예상) 다음날 열리는 20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1중전회)에서 중앙위원회의 핵심인 정치국원 25명이 정해지고, 그 가운데 최고지도자 그룹인 상무위원 7명이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대회에서 내정된 명단을 중앙위원회가 추인하는 셈이다.
중국 공산당 최고위 간부는 당 대회가 열리는 해를 기준으로 67세까지는 계속 기용될 수 있고, 68세부터는 공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칠상팔하’(七上八下)라는 암묵적인 관례가 있다. 칠상팔하 원칙을 적용하면 시 주석을 제외한 나머지 6인 중 리잔수 상무위원장과 한정 부총리가 물러나야한다. 하지만 시 주석이 스스로 이 기준을 깬 만큼 노장이 다시 자리를 꿰찰 수 있다.
중앙위원회와 정치국, 상무위원회가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보면 시 주석의 권력 장악력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할 수 있다. 딩쉐샹 당 중앙판공청 주임, 차이치 베이징시 당서기, 천민얼 충칭시 당서기, 리창 상하이시 당서기 등 시진핑의 최측근인 시자쥔(習家軍)으로 분류되는 이들로 상무위원로 채운다면 시 주석은 원하는 정책을 거침없이 펼쳐갈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고 공청단(공산주의청년단)을 배경으로 한 후진타오 전 총리의 핵심 세력인 리커창 총리, 왕양 전국정치협상회의(전국정협) 주석이 상무위원으로 유임하고, 후춘화 부총리가 상무위원에 진입한다면 시 주석은 연임을 하되 많은 견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18명 정치국원이 누구의 세력으로 채워지느냐도 중요하다.
중국의 2인자인 신임 총리가 누가 될지도 권력 구도를 볼 수 있는 주요 지표다. 일각에서는 시 주석이 자신의 보좌관 출신인 리창 상하이 당서기를 리 총리 후임으로 올릴 것이란 예상도 나오지만 그동안 부총리 출신이 총리를 했다는 점에서 왕양 정협 주석 또는 후춘화 부총리가 발탁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