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 인덱스 되고 레버리지 펀드 안된다"…두번 퇴짜놓은 당국

by김윤지 기자
2021.07.15 01:30:00

당국, 일부 인덱스·롱숏펀드 조건부 수용
까다로운 설정에 이틀 숙려기간까지
상품성 떨어진 레버리지·인버스 펀드 ''울상''

[이데일리 김인경 김윤지 기자] “그래도 레버리지·인버스펀드는 안 된다.”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숙려제로 은행 창구에서 거절 당하는 일이 잦아지자 자산운용업계가 금융당국에 일부 상품의 ‘고난도 펀드’ 지정 제외를 요구했지만 당국은 원칙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당국은 일부 인덱스 펀드에 대해 장외파생상품을 활용하더라도 ‘고난도 펀드’에서 제외해주겠다는 지침을 내렸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는 운용업계와의 두 달 간의 협의 끝에 당초 고난도 펀드로 지정된 일부 펀드에 대해 조건부 수용을 결정했다.

운용업계는 지난 5월 10일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제도’가 시행된 후, 지속적으로 자본시장법 시행령과 금융투자업규정에 대해 업계 의견을 당국에 전달했다. 판매규제가 강화된 ‘고난도 펀드’에서 레버리지·인버스 펀드 상품을 제외하고 세부 규정도 명확하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

특히 레버리지·인버스 펀드는 지수를 2배 이상 혹은 역으로 추종하다보니 원금 20%를 초과하는 손실이 나더라도 상품 구조가 단순하고 아직 대규모 금융사고나 민원으로 번진 적이 없다는 것이 운용업계의 입장이다. 레버리지·인버스 펀드는 변동성이 심한 시기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어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 상품으로 통한다.

금융당국이 정의한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은 원금 20%를 초과하는 손실이 날 수 있는 상품으로, 파생결합증권과 파생상품, 투자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펀드·투자일임·금전신탁계약 등을 포함한다.

고난도 상품에 포함되면 은행 등 판매사는 판매과정을 모두 녹취해야 하고 청약 후 2영업일간 숙려기간을 부여해야 한다. 또 해당 상품을 판매를 하기 위해서는 이사회 결의도 거쳐야 한다. 다소 번거로운 과정으로 특히 은행권은 이들 상품에 대해 판매를 지양하는 추세다.

그럼에도 당국은 레버리지·인버스 펀드를 고난도 상품으로 못 막는 등 강경한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도를 시행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데다 규제를 완화했을 때 투자자 보호가 공백을 맞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금융위는 지수변화에 1배 이내의 양의 배율로 연동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인덱스펀드 중 장외파생상품을 사용하더라도 거래상대방이 금융기관인 경우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고난도 펀드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또 롱숏펀드 등 전략이 어려운 편이어도 원금손실 가능 금액이 크지 않으면 위험평가산정액 공시 의무 등에서 제외해주기로 했다.

금투업계는 당국의 결정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당초 고난도 상품 지정과 숙려 제도가 투자자들이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금융 상품에 가입해 불필요한 손실을 방지하기 위함이지만, 규제가 과도하다는 것이다.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시 2영업일 이상의 숙려 기간 보장도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고난도 금융상품은 숙려기간이 지난 후 투자자가 서명, 기명날인, 녹취, 전자우편, 우편, ARS 등으로 청약의사를 다시 한번 표현하는 경우에만 청약·계약체결이 확정된다. 수익률을 위해 설정 시점이 무엇보다 중요한 레버리지·인버스 펀드임에도 원하는 가격에 매수할 수 없다.

때문에 일부 고난도 상품의 판매가 재개된 은행 창구에선 투자자가 프라이빗뱅커(PB)로부터 시황과 상품에 대한 설명을 들고 레버리지·인버스 상품 가입 의사를 보이더라도 결국 증권사를 통해 ETF를 매수하거나 상품성이 떨어지는 상품에 가입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업계는 지적한다. 당국은 레버리지·인버스 펀드에 대해 과거 투자경험 등이 있는 경우 등 일정 요건 충족시 숙려기간 면제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파생 상품이 섞였더라도 1배 추종이란 이유로 인덱스 펀드는 고난도 금융상품에서 제외되고, 변동성이 크더라도 구조가 단순한 레버리지 펀드는 포함되는 것은 모순”이라면서 “규제 대비 과잉 규제로 투자자들의 선택권이 제한 받고 있다”고 말했다.

상장지수펀드(ETF)와 형평성 문제도 반복된다. 레버리지 펀드 중 ETF를 제외하고 덩치가 가장 큰 ‘NH-Amundi코리아2배레버리지증권투자신탁[주식-파생형]’은 코스피200 지수 일일등락률의 2배로 수익률을 추종한다. ‘KODEX 레버리지’ ETF 역시 코스피200 지수의 일일등락률의 2배의 수익률 추종해 사실상 전략이 동일하지만 제약을 받지 않는다. “그야말로 비대칭 규제”라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