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쩍 않던 방어株, 코로나에 놀라 '꿈틀'…초여름엔 '급발진'?
by고준혁 기자
2021.04.23 00:10:00
3월 말 기준 1년 수익률 ''꼴찌'' 유틸리티, 4월 6.9%↑
부진했던 통신주, 건강관리도 이달 8.3%, 5.9%↑
"전 세계 코로나 재확산에 안전자산 심리 부각"
''테이퍼링'' 부각되는 2분기 말 방어주 단기간 강세 전망
"긴축 우려 커지며 증시 재차 조...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경기둔감주라고도 불리는 경기방어주는 이름에 걸맞게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경기 흐름을 타지 않아 리스크가 별로 없는 만큼, 눈에 띌만한 수익도 없기 때문이다.
올 초만 해도 성격에 부합하는 주가 흐름을 보이던 방어주가 4월 들어 상승 폭을 키우고 있다. 최근 들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투자 심리가 위축된 영향이란 설명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2분기 후반 주요국 중앙은행의 긴축 우려로 심리가 ‘정말’ 얼어붙을 때가 오면 방어주의 약진은 더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한다.
| 4월(1~20일) 업종별 수익률. 주황색 경기방어주 업종이 중상위권을 기록한 모습. (출처=삼성증권, 에프앤가이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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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삼성증권(016360)과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4월 들어 지난 20일까지 코스피와 코스닥 유틸리티 업종은 6.9% 상승했다. 같은 기간 통신서비스는 8.3%, 건강관리 업종도 5.9% 올랐다. 이들 경기방어주를 대표하는 업종들은 코스피 수익률 5.2%를 상회한 것이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상황은 전혀 달랐다. 3월 31일 기준으로 1년 전 대비 유틸리티는 30.1% 올랐다. 이는 전 업종 중 가장 수익률이다. 통신서비스도 44.3%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건강관리는 65.2%로 두 업종보단 높지만 코스피 78.8% 대비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올 초 대비 지난달 말까지 수익률로 봐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건강관리와 유틸리티는 마이너스(-) 수익률로 집계됐다. 각각 15.4%, 8.9% 하락한 것이다. 통신서비스의 경우 12.8% 올라 비교적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 4월 전 기준 1년간(지난해 3/30~올해 3/30) 업종별 수익률을 보면 주황색 경기방어주 업종이 하위권에 위치해 있다. (출처=삼성증권, 에프앤가이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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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이후부터 1분기 말까지 주가 흐름이 부진했던 방어주가 드디어 꿈틀대는 것은 코로나19 재확산과 관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분기엔 백신 접종과 함께 경기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이와 함께 움직이는 경기민감주 업종들의 주가가 치고 나갔다면, 2분기에 접어들면서는 코로나19에 대한 우려로 방어주를 찾는 수요가 증가한 셈이다.
이날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 집계에 따르면 전날 세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87만1951명으로 종전 최고치인 지난 15일 84만5213명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 1월 84만명까지 올랐다가 2월 40만명까지 내려온지 약 2달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지난해 유럽 중심으로 전염병이 퍼지던 것에 비해 최근엔 전 대륙에 걸쳐 동시다발적으로 확산된다는 점에선 더 심각하다. 인도는 이날 오전 기준 신규 확진자수가 31만4835명으로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이후 특정 국가의 하루 발생 기준 세계 최대를 기록했다. 일본은 전날 코로나19 확진자가 5291명을 기록, 지난 1월 22일 이후 3개월 만에 5000명 대를 기록했다. 독일 정부는 3차 재유행이 뚜렷해지자 이날 야간 통행금지 등 재봉쇄를 강제하는 감염예방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미국 국무부도 전날 여행금지국에 해당하는 4단계 국개를 기존 34개국에서 119개로 대폭 늘렸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 증시에선 해외 여행 제한 발표로 경기민감주 중심으로 매물이 출회한 반면, 필수 소비재와 유틸리티 등 경기방어주 성격의 업종이 강세를 보여 지수 낙폭이 제한되는 모습이 나타났다”며 “코로나19 확산 및 경제 정상화 지연 영향으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부각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방어주는 2분기 후반부 들어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코로나19 확산 때문이 아니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긴축으로 돌아설지에 대한 우려가 다시 부각될 거란 점에서다.
올 초 0.9%대였던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1분기 말까지 1.7%대로 급등했다. ‘경기 회복이 진행되면서 과도한 인플레이션이 나타나 결국 연준이 긴축을 앞당길 것’이란 예상 탓이었다. 이같은 우려가 시장에 다 반영됐다는 이유 등으로 2분기 들어 금리는 1.5%대까지 내려오는 등 안정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긴축에 대한 우려가 사그라진 것이다. 그러나 연준의 테이퍼링 시점으로 거론되는 오는 6~9월쯤 경계감은 또 한 번 분출할 걸로 예상된다. 역사적으로 볼 때 해당 구간에서 방어주는 ‘짧고 굵게’ 좋은 성적을 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긴축 우려가 있을 땐 가치주가 아웃퍼폼하는데 초중반엔 경기민감주가 강세이지만, 후반부엔 방어주가 단기간 강력하게 아웃퍼폼하는 경향이 있다”며 “2분기 초중반, 미국의 추가부양책과 실적 기대감 등에 힘입어 증시의 반등 예상으로 이 기간은 경기민감주가 좀 더 낫고, 후반엔 긴축 우려가 커지면서 증시가 재차 조정을 받기 때문에 이 시기엔 방어주가 좋은 선택지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울러 이러한 방어주 강세가 본격화되면, 패닉에 휩쓸릴 것이 아니라 증시가 (긴축 우려로 인한) 조정 후반에 진입했음을 인식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