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삼계탕'의 고향이 바뀐 이유

by김민정 기자
2021.03.31 00:05:00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한국의 삼계탕을 중국에 추천하겠다”. 6년 전 리커창 중국 총리가 방한했을 당시 한 말이다.

중국의 농식품 문화공정이 삼계탕까지 넘보고 있다. 이번엔 삼계탕을 두고 ‘고려인삼과 영계, 찹쌀을 넣는 중국의 오랜 광둥식 국물요리’가 한국으로 전래됐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지난 30일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 백과사전이 삼계탕이 중국에서 한국으로 전래했다고 왜곡했다.

바이두는 삼계탕을 두고 “광둥식 국물요리가 한국에 전해져 한국을 대표하는 궁중요리의 하나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인들이 복날 삼계탕을 보양식으로 즐긴다고 설명했다.

이에 서 교수는 항의메일에서 “중국은 삼계탕의 국제적 상품 분류 체계인 ‘HS코드’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HS코드는 수출할 때 관세율과 자유무역협정(FTA) 원산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 한국은 ‘삼계탕’(Samge-tang)에 ‘1602.32.1010’이라는 HS코드를 붙여 관리하고 있다.

정작 지난 2015년 방한했던 리커창 중국 총리는 당시 삼계탕을 중국에 추천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의 삼계탕과 그 비법이 중국에 들어온다면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사진=KBS 제공)
실제 삼계탕은 중국에서 상표 등록까지 마치고 지난 2016년부터 잠깐이지만 수출한 적도 있다.

특히 당시 삼계탕은 드라마 한류에 힘입어 크게 퍼지기도 했다. 2016년 방송된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극 중 유시진 대위(송중기 분)와 서대영 상사(진구 분)가 앞치마를 두른 채 강모연(송혜교 분)과 윤명주(김지원 분)에게 삼계탕을 요리해주는 장면이 해외에 방영되면서 붐을 일으켰다.

삼계탕 항목은 중국에 2006년 첫 이름을 올렸고, 2008년부터 ‘한국요리’로 명시됐다. 2018년까지도 ‘삼계탕은 한국 고유의 특색 있는 메뉴’라고 적혀 있었다.



그런데 2019년부터 삼계탕은 중국음식으로 둔갑, 중국에서 한국으로 전파됐다고 주장하지만 아무런 역사적 근거도 대지 않고 있다.

중국 바이두가 원조라고 주장하는 ‘광둥식 탕요리’는 닭고기와 인삼을 쓰는 것 외에 이름과 맛, 그리고 조리법도 완전히 다르다.

문제는 중국이 삼계탕을 자국의 요리라고 표현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중국의 웹 소설로 당나라 시대를 배경으로 한 잠중록에는 삼계탕을 먹는 장면이 나온다. 잠중록은 올 하반기 tvN 드라마로 방영될 예정이다.

리커창 방한 6년 만에 삼계탕의 고향이 바뀌기라도 한 것인지 중국 측의 억지 주장은 도를 한참 넘어서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이 이처럼 문화를 왜곡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문화적 열등감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조법종 우석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이날 YTN 라디오 ‘슬기로운 라디오생활’에 출연해 “중국이 자신들이 부족한 부분에 대한 콤플렉스와 함께 역설적으로 중국의 자국 우월주의가 발현된 것”이라며 “중국의 문화 왜곡이 동북공정을 완성하려는 조치”라고 했다.

특히 조 교수는 중국의 젊은 네티즌들이 문화·역사 왜곡에 자발적으로 나서고 있어 더 심각하다고 꼬집었다.

조 교수는 “왜곡되거나 편향된 교육을 받고 거기에 빠져 있고 상당수가 애국주의에 충실해 경도된 표현을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바이두는 지난해 ‘한국 김치는 중국에서 유래했다’고 왜곡 기술했고, 서 교수가 항의하자 이 문장을 삭제한 바 있다. 그러나 ‘삼국시대 중국에서 유래했다’고 다시 고친 후 지금은 아예 수정할 수 없도록 막아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