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이베이코리아 인수전 나선 MBK…‘묻고 더블로 갈까?’

by김성훈 기자
2021.03.22 00:30:38

MBK,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참여 ''주목''
홈플러스 더해 12조 볼트온? 성사 관심
업계 "자금 충분해도 리스크 크다" 평가
대기업과 러닝메이트 가능성마저 솔솔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묻고 더블로 가!”.

대기업간 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국내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MBK)가 참여하며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2015년 7조2000억원에 홈플러스를 인수한 데 이어 또한번 유통업계 ‘빅딜’에 뛰어들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베이코리아 인수로 무려 12조원 가까운 규모의 매머드급 ‘볼트온’(유사기업 인수합병)에 성공할 수 있을지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가 주관한 이베이코리아 매각 예비입찰에 롯데와 이마트(139480), SK텔레콤(017670), MBK파트너스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대기업들이 줄줄이 출사표를 던진 가운데 국내 PEF로는 MBK가 뛰어들며 경쟁 대열에 합류했다.

MBK의 참여를 두고 업계에서는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 2015년 인수한 홈플러스와의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홈플러스는 MBK가 인수할 때만 해도 오프라인 마트체인 ‘빅3’로 맹위를 떨쳤다. 그러나 시장 환경이 급변하면서 제대로 된 대응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결과 지난해 안산점, 대구점, 대전 둔산점, 대전 탄방점에 이어 최근 부산 가야점까지 잇달아 매각을 결정하며 투자금 회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온라인 부문 비중을 20% 가까이 끌어올리며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마트(139480)나 쿠팡 등 경쟁사를 따라가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오픈마켓에서 유의미한 시장점유율을 보유한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만약 MBK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게 된다면 국내에 전례가 없는 12조 규모 유통업계 ‘볼트온’에 성공하는 셈이다. 실제로 김병주 MBK 회장은 최근 기관 투자가(LP)에게 보낸 연례 서한을 통해 올 한해 공격적인 투자를 예고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우리가 경험을 통해 아는 것은 위기 이후 큰 수익을 얻는 기회가 뒤따른다는 것”이라며 “올해 북아시아 시장에 ‘기회의 황금창(golden window of opportunity)’가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회복 중인 시장에서는 ‘현금이 왕’(Cash is king)”이라며 “지금은 투자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반면 MBK가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성공하기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블라인드펀드(투자 대상을 정하지 않고 목표수익률만 제시한 뒤 투자금을 모으는 펀드) 형태로 60억 달러(6조8000억원)가 넘는 드라이파우더(미소진 자금)를 가지고 있지만 한가지 포트폴리오에 드라이파우더 대부분을 쏟아 붓는 것은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회사를 믿고 투자자들이 MBK에 투자한 것이지만 금액이 적지 않은 만큼 (인수에 대한) 합당한 비전이나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며 “홈플러스 사례처럼 투자금 회수에 난항을 겪을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인수 의지가 뚜렷한 원매자의 ‘러닝메이트’ 역할을 맡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쿠팡 상장에 따른 ‘착시현상’에 저렴해 보이는 측면은 있지만 이베이코리아 매각가를 감당하기 벅찬 상황이기 때문이다. 자칫 단독 인수에 나섰다가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연합군 제안을 부채질하고 있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참여한 SK텔레콤과의 연합군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수전 단독 완주가 우려되는 원매자의 경우 컨소시엄 형태를 꾸려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며 “인수라는 목적만 부합한다면 공동운영하는 방식도 가능한 상황에서 (자금 여력이 있는) MBK에 여러 제안이 갈 경우의 수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