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재판 '운명의 한주' 시작…최순실 증언·靑 문건 분수령
by이재호 기자
2017.07.24 05:00:00
다음달 4일 결심 앞두고 주요일정 소화
26일 최순실 출석…승마지원 공방 예상
''캐비닛 문건'' 증거 채택 여부도 관심사
法, 이재용·박근혜 1심 선고 생중계 논의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1일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이 부회장은 다음달 4일 결심 공판을 앞두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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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재호 기자] 마무리 수순으로 접어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죄 재판이 이번주 분수령을 맞는다.
최순실씨를 상대로 한 증인 신문과 청와대 캐비닛 문건의 증거 채택 여부는 재판부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주요 변수다.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의 공방이 격화할 전망이다. 재판부의 선고 결과를 TV로 생중계할 지도 이번주 결정된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다음달 4일 결심을 앞둔 이 부회장 재판은 이번주 주요 일정을 소화한다. 오는 26일에는 최씨의 증인 출석이 예고돼 있다.
지난 12일 최씨 딸 정유라씨가 이 부회장 재판 증인으로 깜짝 출석해 삼성의 말 세탁 개입 등을 증언한 만큼 최씨가 어떤 반박 논리를 내세울 지 주목된다.
최씨는 딸 정씨의 증언 녹취록을 검토하며 증인 출석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최씨는 삼성과 정상적인 계약을 맺고 승마지원을 받은 것이며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는 개입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정씨가 ‘엄마가 삼성 말을 네 것처럼 타라고 했다’, ‘말 세탁 직전 엄마가 삼성 관계자들과 만났다’ 등의 증언을 쏟아내면서 대가성 의혹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최씨는 특검이 정씨를 회유·협박했다고 주장하며 증언의 신빙성을 깎아내리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최씨의 증인 신문 내용이 다소 예상 가능하다면 청와대에서 발견된 캐비닛 문건의 새 증거 채택 여부는 재판의 향방을 좌우할 수도 있는 사안이다.
청와대는 지난 14일 박근혜 정부 시절 민정수석실에서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문건을 특검에 넘겼고, 특검은 이를 분석한 결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작성을 지시한 문건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특검 관계자는 “2014년 하반기 당시 우병우 민정비서관의 지시로 행정관들이 삼성 경영권 관련 보고서를 작성했다”며 “청와대 캐비닛에서 발견된 문건은 삼성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검은 해당 문건을 지난 21일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했다. 특검 측 주장이 사실이라면 청와대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적극 개입한 셈이다. 재판부가 증거 채택에 동의할 경우 ‘안종범 수첩’에 이어 이 부회장 측을 궁지로 몰 수 있는 새로운 물증이 추가된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문건의 진위 여부와 작성 경위에 의구심을 제기하며 증거 채택에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 최순실씨가 지난 21일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최씨는 오는 2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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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의 선고 공판을 TV로 생중계할 지 여부도 이번주 결정된다. 법원은 지난 20일 대법관 회의를 열고 1·2심 주요 사건 재판의 중계 방송 관련 ‘법정 방청 및 촬영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법원은 오는 25일 회의를 속행하고 이 안건을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 부회장 재판은 물론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의 선고 결과도 생중계로 진행된다. 국민의 알 권리 보장 차원으로 논의를 시작한 만큼 개정안 통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 부회장 재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사안은 아니지만 국정농단 사건을 최종적으로 진두지휘할 새 검찰총장 임명도 이번주 중으로 이뤄질 공산이 크다.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지명한 문무일 후보자는 2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나선다. 여야의 온도차가 있긴 하지만 검찰개혁 등 시급한 현안 해결을 위해 검찰총장을 더이상 공석으로 두면 안 된다는 공감대는 형성된 상태다.
이 부회장에 대한 구형과 1심 결과에 따른 항소 여부 등에 입김을 행사할 수 있는 검찰 총수가 새로 취임한다는 점에서 이 부회장 측도 촉각을 곤두세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