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도시재생 사업' 속도…종로·창동에 볕드네

by김기덕 기자
2017.06.05 05:00:00

인프라 확충 기대감에 부동산 들썩
종로 세운상가 일대 4찬산업 육성 탄력
문의 쇄도…점포 매매건수 한달새 두배↑
창동 ''창업·문화단지'' 개발 사업 구체화
인근 상계주공 79 집값 두달새 3천만원↑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서울 종로구 종로4가 종묘광장공원과 청계천 세운교 사이에 7개 상가동이 운집해 있는 세운상가 일대(총 면적 44만㎡). 이 곳은 1970~80년대 대한민국 전자·전기 산업의 메카로 불리며 번성했지만 첨단 산업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현재는 기계, 금속 등 2차 제조업 중심의 낡은 소규모 상가가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서울시는 2015년 말 이 일대를 ‘제4차 산업혁명의 중심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올 들어서는 종묘~남산을 잇는 보행테크를 건설하는 하드웨어적 정비를 비롯해 기계상가의 오랜 터줏대감인 기술 장인들과 대학생 청년스타트업 간 협업을 통한 소프트웨어적인 산업 재생이 한창 진행 중이다. 최문규 종로상가부동산 중개사무소 대표는 “올 들어 세운상가 점포당 매매가격이 30% 가량 뛰었다”며 “상권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몰리면서 이달 들어 매매계약 건수도 두 배 이상 늘었다”고 전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서울시 도시재생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재개발 등 전면철거형 개발 방식을 지양하고 낡은 구도심을 활성화하는 도시재생 뉴딜정책과 맞닿아 있는 서울시 소규모 재생사업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이다. 낙후된 도심의 역사·문화·환경 등을 보존한 채로 주변 상권과 생활 인프라 시설 등이 대거 확충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재생지역 주변 상가와 아파트 매매 시장 투자 열기도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에서 연간 10조원을 쏟아 붓는 도시재생정책과 서울시 재생사업 모델은 사업 방식이나 예산 규모 등에 있어 근본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에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라고 지적한다.

◇ 창동·상계 등 재생지역 집값 ‘훌쩍’

서울시는 지난 2015년 도시재생 사업 전담 조직인 도시재생본부를 출범하고 ‘2025 서울시 도시재생 전략계획’을 수립했다. 같은 해 1단계 도시재생 사업지로 △중구 서울역 △종로구 세운·낙원상가 △도봉구 창동 △노원구 상계 △강동구 암사동 등 13개소를 선정했다. 올 2월에는 △영등포구 경인로 △중구 정동 △용산구 용산전자상가 △강북구 4·19사거리 등 17개소를 추가 지정했다.

이 같은 서울형 도시재생 사업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 관련 대표 공약 사항인 ‘도시재생 뉴딜 정책’과 맞물려 수혜 기대감이 한껏 높아져 있다.

지난 2월 열린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에서 정비계획안이 통과된 창동·상계(도봉구 창4·5동, 노원구 상계2·6·7·10동)지역도 서울시가 추진하는 도시재생활성화 지역 중 하나다. 이 일대 지하철 4·7호선 노원역 사거리에 있는 ‘상계주공7단지’ 전용면적 79㎡ 시세는 5억 4000만원으로 두달 전에 비해 2000만~3000만원이 올랐다. 인근 R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창동 환승주차장 일대에 들어서는 창업·문화산업단지와 복합문화공연시설 등 개발 사업이 구체화되면서 매수 문의가 몰리고 있지만 집주인들이 매도를 보류하면서 매물 자체가 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낡은 철공소와 상가, 집창촌들이 빼곡히 모여 있는 영등포역 일대(79㎡)도 올 2월 경제기반형 도시재생 활성화지역으로 선정됐다. 서울시가 영등포 역세권과 경인로 부근에 기계·금속 등 토착산업과 정보통신기술(ICT), 문화시설 등이 융·복합된 새로운 산업 경제가 육성하기로 하면서 주변 집값도 들썩이고 있다. 영등포역 일대 문화 재생사업지와 걸어서 15분 거리로 떨어져 있는 ‘문래힐스테이트’ 아파트는 전용 84㎡ 기준 시세가 이달 현재 6억 9000만원으로 두달 전에 비해 3000만~4000만원이 올랐다.

◇ 예산 확충 기대되지만..개발 방식 등 한계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서울시가 추진 중이던 소규모 도시재생 사업도 탄력을 받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2012년 취임 이후 뉴타운 출구 전략을 통해 주거환경관리사업, 가로주택정비사업, 리모델링 활성화사업, 마을공동체 만들기, 주택개량지원사업 등 소규모 재생 개발 방식을 잇달아 내놓으며 사업을 추진 중이다. 대규모 정비구역 단위인 서울형 도시재생 사업과는 별도로 노후 공동주택(200가구 미만)이나 다세대 주택(20가구 미만) 등을 대상으로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방식의 소규모 재건축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서울시는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재생사업본부 내에 흩어져 있는 소규모 정비사업을 통폐합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시작했다. 서울시 재생사업본부 관계자는 “지난 2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을 개정하면서, 기존 도정법에 포함돼 있던 가로주택정비사업 등과 같은 미니 재건축 사업이 새로 제정된 ‘빈집 및 소규모주택정비법(빈집법)’에 포함됐다”며 “도시재생 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제도 개선 방안에 착수한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서울시의 도시재생사업 예산은 2300억. 이는 정부가 한해 도시재생사업에 투입하는 연간 예산(15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앞으로 도시재생사업 연간 예산을 10배 이상인 2조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주택도시기금(5조원)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기업 예산(3조)을 합쳐 연간 10조원의 재원을 도시재생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내년 서울시 도시재생 예산이 대폭 확충되고 사업 규모도 커질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새 정부가 추진하는 도시재생 모델은 민간이 아니라 개발공사 주도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고, 도로나 기반 시설 등 일종의 소 단위 재개발을 한다는 점에서 서울시 재생사업과 다소 차이가 있다”며 “앞으로 대규모 철거를 강행하지 않더라도 사업성이 있는 중간 재생모델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