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양날의 칼' 원전

by최훈길 기자
2016.02.29 05:15:25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한빛원전 1호기가 지난 27일 새벽 가동 중단됐다. 고장이 난 부품 재납품 시기와 승인절차 등을 고려하면 재가동하는데 최소 10일 이상 걸릴 전망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인 가운데 한국수력원자력은 방사능 누출 등 안전 우려에 선을 그었다. 그런데 정말 안심해도 되는 것일까.

정부는 원전을 청정한 미래 에너지로 홍보해 왔다. 화석 연료 등 에너지 자원이 부족해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에서 원전은 이상적인 에너지원으로 알려졌다. 원전은 2020년 ‘신기후체제’를 앞두고 온실가스 감축 문제를 해소할 대안으로도 꼽힌다. ‘석탄·석유보다 전력 생산비용이 저렴한 원전을 포기할 경우 전기료 인상을 감당할 수 있느냐’는 얘기도 나온다. 정부는 2035년까지 원전을 추가로 10여개 지을 계획이다.

문제는 안전 관리다. 선진국에서도 ‘100% 안전’을 장담하지 못한다. 핵물리학자인 찰스 퍼거슨 미과학자연맹(FAT) 전 회장은 “원전 사고 이후 안전이 강화됐지만 미국의 원자력 안전은 완벽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2002년에는 오하이오 데이비스 베세 원전의 원자로 문제가 뒤늦게 발견돼 미 조사단이 2년간 가동중지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쓰리마일 아일랜드 원전 사고를 겪은 것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조차도 원전 안전관리가 쉽지 않은 셈이다.



국내에서는 안전사고·해킹·비리까지 터져 ‘원전 불안감’이 적지 않다. 한빛원전 2호기는 2013년 이후 작년까지 네 차례 가동이 중지됐다. 원전 도면 등 한수원 내부자료가 해킹당하기도 했다. 작년 국감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이후 금품수수 등으로 기소된 한수원 직원이 83명에 달했다. 이 결과 안전관리·감찰이 대폭 강화됐다. 한수원은 “권익위 부패방지시책 평가 ‘최우수 기관’, 가동실적 세계 최대”라고 자평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원자력 발전은 양날의 칼’이라고 촌평한다. 원자력의 장점만큼이나 위험성도 함께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음 달 후쿠시마 원전 사고 5주기를 맞는다. 100% 안전하다고 과신하는 순간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을 한수원은 되새길 필요가 있다. 원전 피해, 비용은 우리 아이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