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전월세 상한제' 반대가 능사 아니다

by조철현 기자
2016.01.04 05:00:00

[이데일리 조철현 건설부동산부장] 시곗바늘을 1년 전으로 돌려보자. 2014년 12월 23일 여야는 주택법(분양가 상한제 탄력적 적용),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에 관한 법(초과이익 환수 3년 유예),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재건축 조합원에 대한 복수주택 분양) 등 이른바 ‘부동산3법’을 통과시켰다. 그 대가로 전월세난 대책 관련 법안 처리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후 여야는 서민 주거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1월 서민주거복지특별위원회를 꾸려 일년 동안 운영했다.

그런데 성과는 사실상 전무했다. 주요 쟁점 법안인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전월세 계약 연장을 한 차례 더 요구할 수 있는 권리) 도입을 놓고 여야가 견해 차를 좁히지 못한 채 지난해 말로 특위 활동을 마무리한 것이다. 야당 의원들은 세입자 보호를 위해 제도 도입을 주장했지만, 여당은 시장 혼란과 단기 가격 급등이 우려된다며 난색을 표했다.

국회 서민주거복지특회가 아무런 성과 없이 문을 닫자 국회를 향한 집 없는 서민들의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부동산 경기 부양을 이유로 주택 거래 활성화 법안(부동산3법)을 통과시킨 여야 모두 서민 주거 안정에는 너무 무감각한 게 아니냐는 비난이다. 전월세 상한제는 계약기간 2년이 끝난 뒤 세입자가 원하면 1회에 한해 계약을 2년 더 연장할 수 있게 하고, 계약 갱신 때는 인상률을 연 5% 이내로 제한하자는 것이 골자다. 그래야 서민층의 주거 불안을 잠재울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즘 전월세시장은 말 그대로 ‘대란’이다.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오른 전세보증금을 감당 못해 자꾸만 외곽으로 빠져나가는 ‘전세 난민’이 넘쳐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한해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가구당 평균 2161만원 올랐고, 서울은 무려 5016만원 뛰었다. 저금리 기조 속에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집주인이 늘면서 전세 물량이 많이 줄어든 탓이다. 세입자에겐 2년마다 돌아오는 임대차 재계약이 공포 그 자체다.



새해엔 전셋값이 더 뛸 전망이다. 수급 상황이 좋지 않아서다. 올해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재건축·재개발로 인한 이주 수요가 6만여가구에 달한다. 반면 서울에서 올해 입주하는 주택은 2만3000여가구에 불과하다. 더욱이 다음달부터 시행될 주택담보대출 심사 강화로 주택 구입이 어려워진 무주택자들이 전세로 눌러앉을 가능성이 크다.

전셋값 상승은 서민층의 주거 불안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치솟는 전세값을 감당하지 못하는 세입자들은 은행 대출 창구를 찾게 마련이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 5곳의 지난해 9월 말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21조3164억원으로 전년 동월(16조 336억원)에 견줘 32% 늘었다. 세입자들이 극심한 주거 불안에다 빚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처럼 현재의 전세시장은 시장 논리에만 맡겨서 해결할 수 있는 단계를 지났다. 전세난이 연례화하는 것을 막으려면 정부와 정치권이 좀 더 진보적 대응을 취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이참에 전월세 상한제나 계약갱신청구권 제도를 제한적으로 도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시장 왜곡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월세 가격이 급등하거나 우려되는 지역을 주택임대차 관리지역으로 지정, 한정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이다. 또 시장이 안정되면 폐지하는 쪽으로 정책 수단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도 있다. 집 없는 서민들의 주거 안정 실현을 먼 훗날의 일로 미뤄서는 결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