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년-극일 DNA 확보하라]②삼성·현대차, 품질경쟁 '승부수'

by이진철 기자
2015.01.05 03:00:58

日업체 엔저 발판 점유율 확대에 경쟁력 확보 나서
전자·반도체·車 수출주력업종, 체질개선 日공세 방어

[이데일리 김형욱 오희나 기자] 올해는 일본기업과 한국기업 간의 장기생존을 놓고 벌이는 ‘진검승부’가 주요 수출 전략산업에서 벌어질 전망이다. 올해 시작되는 한일간의 수출전쟁은 향후 장기적인 승패를 좌우하는 길목이라는 점에서 양국 기업은 생존을 담보로 한 전략으로 맞서는 분위기다. 이번에 밀리면 영영 경쟁력을 회복할 수 없다는 배수의 진을 친 전쟁이 벌어진다는 얘기다.

일본은 파상적인 공세로 한국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2018년까지 아베 정권이 연장되면서 엔저를 무기로 한국기업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일본업체들은 단기적으로 가격 경쟁력 향상을 통한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중장기적으로 개선된 실적을 기반으로 투자확대를 통한 미래 경쟁력 확보에 주력할 수 있다.

우리 기업들도 이번 기회에 일본을 완전히 따돌리는 방향으로 정면 승부한다는 전략이다. 수출을 주도하고 있는 국내 전자 및 자동차업계는 신성장동력의 조기가동과 해외 전략생산기지의 확대로 맞대응할 태세다. 이미 확보된 경쟁력을 주도하면서 일본기업의 공세를 사전 차단하기위한 신사업 중심의 조직개편도 이미 시작됐다.

일본 완성차업체 스바루는 신형 XV 크로스트렉의 생산을 미국 현지공장으로 이전하려던 계획을 철회하고 기존 일본 군마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일본 완성차업체들은 엔저를 활용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국내 기업입장에서는 미국 등 선진시장에서 가격 경쟁력 약화로 판매 감소와 수익성 저하가 우려되며, 신흥시장에서는 점유율을 잠식당할 수 있다.

일본차의 공세는 미국에서 직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도요타 캠리와 현대 쏘나타의 실제 구매가격 차이는 2012년 1700달러 수준에서 지난해 100달러대까지 줄었다. 이에 2012년 9%에 육박하던 현대·기아차의 점유율도 지난해 말 7%대까지 내려갔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선진시장뿐 아니라 그동안 한국차의 성장 기반이던 중국 등 신흥시장에서의 입지도 위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기업의 공격적인 마케팅은 강화되는 추세다. 실제로 지난 연말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당시 파나소닉이 50인치 TV를 200달러(22만원), 소니는 65인치 초고화질(UHD) TV를 1999달러(220만원)에 판매하는 등 일본 업체들은 엔저를 호기로 시장 점유율 뺏기에 나서기도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본 기업들이 엔저를 바탕으로 제품 가격인하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인다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시바는 낸드플래시메모리 반도체를 앞세워 글로벌시장 선도인 삼성전자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엔화 약세로 수출 채산성이 개선되면서 이익도 호조를 보인 덕분이다.

도시바는 SK하이닉스를 상대로 특허 소송전을 벌이며 한국업체 견제에도 나섰다. 도시바는 지난달 SK하이닉스와 소송을 일단락 하면서 합의금으로 2억7800만 달러(약 3000억원)를 받기로 했다.우리 수출업체들은 일본업체들이 엔저현상으로 벌어들인 돈을 마케팅 활동에 본격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해 신제품 품질을 대폭 향상하거나 신규 상품군을 창출한다면 또다른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TV시장은 삼성·LG 등 우리 기업들이 프리미엄 제품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생활가전 시장도 한국·미국·유럽업체들이 장악하고 있어 엔저로 인한 영향은 미미했다. 일본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이 강화될 경우 상황이 역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프리미엄 위주의 전략으로 공세를 사전에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반도체 수출액은 627억 달러로 단일 수출 품목으로는 최초로 6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세계 메모리 반도체 1·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초격차 기술력으로 엔저 공세를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휴대폰 뿐만 아니라 웨어러블 등 신제품 신규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호황을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올해 미국 내 인센티브 수준을 도요타와 거의 비슷한 1500~2000달러 선으로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기아차(000270)도 오는 2016년까지 연산 30만대 규모의 신공장을 짓는 등 오히려 공세에 나섰다.

중국 등 국산차가 강세인 지역에서의 양적 우위 지키기에도 나섰다. 현대차는 오는 2016년 중국에 연산 30만대 규모의 4·5공장을 동시에 짓는다. 기아차도 같은 기간 연산 30만대 중국 3공장을 45만대 규모로 증설한다.

우리 수출기업들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는 등 몸집 줄이기에 나섰고,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조직개편도 잇따르고 있다.

삼성그룹은 비주력사업인 방산·석유화학부문을 한화그룹에 매각하고 주력인 전자와 신사업에 쓸 투자비용을 마련했다. LG전자도 자동차부품 사업부를 신설한후 전기차·무인주행차의 핵심부품을 개발하는 등 신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OLED사업부를, 삼성전기는 자동차용 부품 등 신사업 발굴을 전담할 추진팀을 만들었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국산차는 신흥시장 중심의 경쟁력 우위를 공고히 하는 동시에 브랜드 인지도 확대를 통한 제값받기 전략을 유지함으로써 일본과의 장기전에 대비한다는 태세다.

박홍재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KARI) 소장은 “과거엔 엔저 때 곤욕을 치렀지만 이제는 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일본차와 경쟁하는 자동차 부품사도 인수합병(M&A)을 통한 규모 확대로 엔저 장기화 대응 채비에 나섰다. 부품사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일본차 회사에 부품을 공급하는 등 해외 수주 실적을 키워 왔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위아(011210)는 현대메티아, 현대위스코를 흡수합병해 규모를 키웠다. 만도(204320)는 2013년 독일 엔지니어링 회사 DSP보이펜을 샀고, 한국타이어(161390)는 한라비스테온공조(018880) 지분 인수를 추진한다. 지난 연말 워크아웃을 졸업한 금호타이어(073240)도 올해 세계 8위 타이어 회사인 일본 요코하마와의 전략적 제휴를 본격화한다.

전문가들은 “전자, 자동차 등 수출간판 기업들은 엔저 등 대외변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재무 위험을 선제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면서 “차별화된 제품경쟁력을 토대로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 강화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