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니지먼트]매년 매출3%를 전직원에 배분하는 회사(24)

by류성 기자
2014.08.01 06:00:00

과감한 지분및 매출공유로 전직원을 오너로 만든 기업인
이동범 지니네트웍스 대표

[이데일리 류성 산업 선임기자] 해마다 매출의 3%를 전체 직원들에게 나눠주는 회사가 있다.회사가 창출하는 이익 규모와 관계없다. 회사가 적자를 내도 이런 방침엔 변화가 없다. 경기도 안양시 평촌에 있는 지니네트웍스가주인공이다.

“10년 전 창업 때부터 회사와 직원들이 함께 커 나갈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방법이 무엇일까를 고민했다. 그 결과 최종적으로 도달한 결론이 매출의 일정 부분을 직원들과 공유하는 것이었다.”

이동범(45) 지니네트웍스 대표는 직원들과의 ‘매출 공유제’를 실시한 뒤 직원들이 어느 순간 회사의 진정한 주인으로 탈바꿈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매출의 일정부분이 본인 몫으로 돌아오기에 사소한 회사 비품 하나를 사는 데도 직원마다 제 물건 구입하듯 알뜰 살림꾼이 되더라는 설명이다. 이런 분위기가 무르익자 회사경비를 줄이기 위해 외부업체에 맡기던 회사경비서비스까지, 직원들끼리 자체적으로 보안시스템을 개발해 대체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 대표는 창업 3년 차부터 이 제도를 시행해 올해로 7년째를 맞고 있다. 이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하자 처음에는 주변 지인들 모두 말렸다. 하지만 이 대표는 “내가 직원들을 믿지 못하면 누가 직원들을 믿겠느냐”며 초심을 잃지 않고 밀어붙였다.

그의 판단은 옳았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 제도를 도입한 첫해부터 매출과 영업이익이 매년 50% 가량 늘어나는 초고속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회사 고속성장의 비결로 이 대표는 “회사의 진정한 주인으로 거듭난 직원들”을 첫손에 꼽았다.

특히 주인이 된 직원들 모두 새 직원을 채용할 때는 각별하게 신경을 쓰는 기업문화도 자리 잡았다. 이 제도 시행 전에 업무량이 많다며 인력을 늘려달라고 요구하던 직원들조차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인력충원 얘기를 아예 꺼내지도 않는다.

신규 직원을 뽑더라도 회사 매출에 기여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춘 후보인지 아닌지를 가려내기 위해 직원들 마다 촉각을 곤두세우고 면접에 참여한다. 능력 없는 직원이 입사하면 분배받을‘파이’가 줄어들 우려가 있기 때문에 나타난 부수효과다. 이 대표는 “초고속 성장으로 매년 10여 명 가량을 채용하고 있다”며 “만약 이 제도를 도입하지 않았으면 매년 20~30명씩 새로 뽑았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갖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것은 모든 직원을 아예 회사의 실질적인 주인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이 대표가 지난 2005년 창업과 함께 종업원 지주제를 도입했다. 전체 회사 지분의 50% 정도를 직원들에게 배분했다. 이 결과 현재 이 대표가 소유하고 있는 회사 지분은 37%를 조금 웃돌 뿐이다. 이 대표는 “직원들이 회사 지분의 절반을 보유하고, 해마다 매출의 3%를 분배받고 있으니 직원들이 곧 회사의 명실상부한 오너”라고 강조했다.

창업한 지 10년째지만 창업 원년 멤버 10여 명 모두 이탈자 한 명 없이 지금까지 모두 한솥밥을 먹고 있는 것도 회사의 실질적 주인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실제로 일반 회사에서 철칙처럼 강조되는 ‘주인의식’이라는 단어가 이 회사 사전엔 없다. 주인의식은 주인이 아닌 대상에 한해서만 필요하지 정작 주인 자신에게는 필요가 없는 탓이다.

지니네트웍스는 보안 네트워크 접근제어기기(NAC)에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토털 솔루션을 개발, 운영하는 보안네트워크 전문업체다. 이 분야에서는 국내시장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독보적인 1등 기업이다. 직원은 72명 규모이며 지난해 매출 90억 원을 올렸다. 올해는 매출 130억 원 돌파는 거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연말엔 4억 원 가량이 직원들에게 배분될 것으로 추산된다.

“회사의 실질적 오너가 된 직원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업무에 열과 성을 다하게 된다. 자기 사업이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 직원들이 업무를 통해 느끼는 만족도와 행복지수가 다른 어느 회사 직원들보다 높은 이유다.”



이 대표는 회사의 주인이 된 직원들은 회사가 급성장하면서 자신들의 실력 또한 함께 커갈 때 비로소 ‘행복 경영’이 완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직원 교육에 각별한 관심을 갖는 이유다. 교육을 통해 직원 개개인의 실력을 배양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믿음에서다.

이회사는 직원 교육 확대를 위해 매년 동료투표를 통해 선발된 4명에게 대학원 교육비를 지원해주고 있다. 투표에서 1등을 차지한 직원에겐 대학원 교육비 전액을, 2~4등에겐 50%씩 지원해준다. 이 투표에서는 동료들에게서 회사기여도를 높게 평가받아야만 수위를 차지할 수 있다. 투표에서 뽑힌 직원들에겐 교육비 지원이라는 물질적 보상과 더불어 동료들에게서 인정받고 있다는 정신적 만족을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자기계발비로 개인당 연말에 130만 원을 한꺼번에 지원하는 것도 직원들이 연간 자기계발을 체계적으로 실행하라는 의도에서다.

이 회사는 정년도 따로 정해두지 않는다. 직원 본인이 근무를 원하고, 할 수 있을 때까지는 무제한으로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 대표가 직원들에게 틈나는대로 “평상시 틈나는 대로 자기계발에 적극 나서라”고 주문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력이 동료보다 뒤처지면, 회사가 계속 근무하라고 밀어주더라도 결국 본인이 내키지 않으면 자진해서 퇴직을 선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직원 행복경영을 위해 이 회사가 실시하고 있는 빼놓을 수 없는 제도가 ‘무야근제’다. 전 직원은 오후 6시 근무시간이 종료되면 반드시 퇴근해야 한다. 업종의 특성상 야근을 밥먹듯 해야 하는 보안 솔루션 업계에서는 극히 찾아보기 힘든 제도다.

국내 대표적 보안네트워크 업체인 지니네트웍스의 이동범 대표 및 창업자는 “회사와 직원들이 함께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회사의 결실을 공평하게 직원들과 나눠가지는 회사가 가장 행복한 직장”이라는 경영철학아래 해마다 적자가 나더라도 매출의 3%를 직원들에게 배분하면서 ‘행복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한대욱 기자
“보안 솔루션업체의 경쟁력은 직원들의 창의적인 두뇌가 모든 것을 좌우한다. 야근으로 잠을 설친 직원은 다음날 업무를 제대로 할 수 없다. 항상 맑은 정신으로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야근을 금지시키고 있다.”

직원들의 야근을 아무렇지도 않게 방치하고, 심지어 이를 은연 중에 권장하는 회사는 결코 창조기업이 될 수 없다는 게 이 대표의 지론이다. 이 회사에서 불가피하게 야근하는 직원은 회사 동료나 선후배로부터 일을 열심히 한다는 칭찬은커녕 주의나 경고를 받는다. 이 회사 직원들은 야근의 원인을 근무시간에 업무를 게을리하거나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몇 차례 야근을 지속하는 직원이 있으면 능력과 업무평가에서 큰 폭의 감점을 받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 회사가 창업 초기부터 무(無)야근제를 지속할 수 있었던 비결은 직원별 업무의 미세관리에 있다. 매월 이틀간 전직원들은 업무 부담없이 온종일 월별 업무 계획표를 짠다. 이때 주요 업무와 프로젝트에 대해 투입인원 및 시간을 면밀하게 산정한다. 업무별 일정은 시간단위까지 세운다.

요컨대 야근할 필요없이 정상 근무시간에만 제대로 일을 하게 되면 모든 업무를 예정대로 마칠 수 있도록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회의를 마친 뒤 전 직원은 각자 자신이 수행 중이거나 맡을 예정인 주요 업무를 시간단위로 분석해 내부 인트라넷에 입력한 후 관리한다. 야근을 없애기 위해 이 회사는 별도의 비상대기조 개념의 유휴인력까지 운영하고 있다. 고객사들이 예정에 없던 개발 프로젝트를 주문할 경우에 대비, 인력의 40%를 여유인력으로 상시 확보하고있다.

“회사가 맺은 결실이 아무리 작더라도 직원들과 공평하게 나눠야 한다.

이 대표는 “열매는 큰 것보다 작은 것을 나눠 먹을 때가 훨씬 달고 맛있다”고 강조한다. 보안업계에서 그리 크지 않은 회사규모에도 대기업 경쟁사들마저 제치고 최고 수준의 직원 연봉을 고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이 대표의 경영철학엔 창업 전 한 벤처기업에서 근무했던 3년간의 경험이 큰 자극이 됐다.

당시 이 대표가 근무했던 회사 대표가 “코스닥에 회사가 상장되면 직원들에게 응당한 보상을 해주겠다”고 말하면서 저임금과 잦은 야근 등으로 직원들을 혹사시켰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회사가 주식시장에 상장되자 직원들에 대한 보상은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았다. 공은 모두 사장이 차지했고 직원들은 여전히 빈손이었다.

“회사와 직원들이 함께 지속 성장하고, 회사의 결실을 공평하게 직원들과 나눠 가지는 회사가 가장 행복한 직장이다.” 이 대표의 밝은 표정에서 지니네트웍스의 탄탄한 미래를 기대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