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14.07.07 06:00:00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일본 정부가 집단자위권 행사를 결정함으로써 향후 정세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것인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의 북한접촉 움직임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한국을 방문해 동반자 관계를 과시함으로써 미묘한 대결구도까지 펼쳐지고 있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패배 이래 평화헌법에 따라 방어 목적의 자위대를 보유해 왔다. 이번에 다시 전쟁할 수 있는 국가가 됐다는 것은 동북아의 기존 질서가 붕괴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지 않아도 동북아 질서는 군사 및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과 핵무장에 나선 북한 때문에 심각하게 흔들려 왔다. 초강대국인 미국이 국방예산 감축에 따라 영향력이 약화된 데도 중요한 원인이 있다.
일본은 바로 이 틈을 노려 평화헌법의 족쇄를 풀어 버린 것이다. 이런 일본을 적극 지지하고 있는 국가는 아이로니컬하게도 일본을 무장 해제시켰던 미국이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의 재무장을 부추겨 왔다. 중국을 제어하려면 일본의 안보역할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미국의 인식이다. 이에 맞서 중국은 러시아와의 연대를 강화해 왔다. 중국과 러시아는 그동안 군사·에너지·통상 등 각 분야에서 포괄적인 협력관계를 만들어 왔다. 동북아의 질서가 미·일 동맹 대 중·러 연대의 구도로 바뀜으로써 일종의 ‘신냉전 체제’가 구축된 셈이다.
이처럼 미국과 중국이 세불리기에 나선 가운데 한국이 줄다리기 무대가 되고 있다. 미국은 고고도 요격미사일(THAAD) 등 미사일방어 체제 동참을 요구하는 반면 중국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IB) 참여를 바라고 있다. 우리로선 북한의 도발과 핵 위협에 대비해 미국과의 군사동맹을 강화할 수밖에 없고, 경제적으론 중국과 협력해야 하는 어중간한 상황이다. 과거사 왜곡을 서슴지 않으면서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나선 일본을 견제할 필요도 있다. 지난날 구한말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국익을 최대한 담보할 수 있는 전략적 사고와 유연한 외교안보 정책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