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통장 직구토크]행복한 노후, '1人 1技'에 달렸다
by성선화 기자
2014.05.24 06:00:00
"한 가지 기술은 꼭 가지고 있어야 노후가 행복"
[이데일리 성선화 기자] 은퇴를 앞둔 친구 6명이 노후 얘기를 하고 있다. 이중 3명이 인상적인 대답을 했다. 한명은 도자기를 굽는 도예를 배우겠다고 했고, 다른 한명은 산에 나무를 심겠다고 했다. 마지막 한명은 집을 짓겠다고 했다. 그밖에 친구들은 막연한 걱정만 했다.
실제로 5년 뒤 은퇴 시점의 다가왔을 때 그나마 구체적인 목표가 있었던 3명의 삶은 완전히 달랐다. 이들은 은퇴 후 방황없이 자신들이 준비한 일들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 중에서도 가장 성공한 친구가 있다. 바로 도예를 배우겠다고 한 친구다. 그는 실제로 은퇴 후에 대학의 도예과에 재입학했고, 2년간 산속에서 도예 기술을 익혔다. ‘하산’ 이후엔 공방을 차렸고,제자들에게 도예를 가리치고 그 작품들로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갤러리 옆에는 카페를 운영하며 부수입도 올리고 있다.
막연한 노후. 불안한 은퇴. 대부분이 뾰족한 대책이 없다고들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준비하는 자에겐 길이 있고 기술을 익히는 것이 가장 좋은 해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마디로 ‘1인 1기(한 사람이 한 가지 기술을 가지는 것)’를 주장하는 것이다.
이번 ‘직구토크’는 행복하고 안정적인 노후를 보내기 위한 ‘노후통장’이다. 이를 위해 이데일리TV의 신개념 재테크 토크쇼 ‘박준형의 노후통장’에 출연 중인 전문가 세 분을 모셨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의 김경록 소장, 박경훈 ‘돈걱정 없는 우리집 지원센터’ 재무상담사, 고경희 세무사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이번주 새롭게 선보인 ‘박준형의 노후통장’에서 입담을 과시하며 호흡을 맞추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 명동 이데일리 본사에서 진행된 ‘노후통장 직구토크’에서 전문가들은 “막연한 불안감이 아닌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은퇴준비가 필요하다”며 “은퇴 준비는 상품 하나 가입한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 ▲지난 20일 이데일리TV의 신개념 재테크 토크쇼 ‘박준형의 노후통장’ 전문가들이 모여 불안한 40대의 노후에 대한 직구토크를 했다. 박상훈 돈걱정 없는 우리집 지원센터 재무상담사, 고경희 이재철 세무회계사무소 세무사,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소장(왼쪽부터) [사진=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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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개념 토크쇼 ‘박준형의 노후통장’을 시작하며 각오가 남다르다. 막연하게 은퇴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이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주는 게 목적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은퇴준비라고 하면 참 막연하다.
▶=은퇴 준비는 이 막연한 불안감을 구체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다. 다만 막연한 불안감을 이용한 공포 마케팅에 주의해야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보험사의 공포마케팅이다. 국민 3명 중 한명이 암에 걸린다며 불안감을 조장하고 암보험 가입을 권유한다. 하지만 보험사가 인용하는 자료는 10년도 더 된 2003년 자료다. 게다가 암에 걸린다고 해도 생각만큼 비용이 많이 들거나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른바 ‘암보험 쇼핑’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 은퇴준비라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보험상품이다. 예를들면 연금저축, 종신보험 등이다.
▶=이 또한 잘 따져봐야 한다. 노후는 상품 하나 가입했다고 달라지지 않는다. 사람들이 흔히 종신보험 하나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가장인 남성들의 경우 그렇다. 종신보험이 왜 필요한가. 결국 자신이 갑자기 사망했을때 남겨진 가족들을 위한 것이다. 하지만 60세 이후에는 가장이 불의의 사고를 당해도 나머지 가족들도 충분히 스스로 살아갈 수 있다. 게다가 평균 수명이 길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종신보험료는 사망시 장례비 정도 밖에 되지 않을 수 있다.
| ▲박상훈 돈걱정 없는 우리집 지원센터 재무상담사는 “보험사의 공포마케팅을 주의해야 한다”며 “자신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준비가 무엇인지 고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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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적으로 동의한다. 종신보험의 필요성에 대해선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차라리 60세까지만 보장이 되는 정기보험이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60세까지 보장되는 정기보험만으로도 충분한데 굳이 보험료가 비싼 종신보험을 가입할 필요가 없다는 뜻인가.
▶=그렇다. 은퇴 준비에 있어 적절한 보험 설계가 상당히 중요하다. 보험은 크게 ‘세제 적격상품’과 ‘세제 비적격상품’으로 나누는데 이 두가지 상품군을 적절히 조합해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게 좋다.
▶=세제 적격상품과 세제 비적격 상품이란 용어가 생소하다. 보다 구체적인 설명을 해달라.
▶=세제 적격 상품은 연금저축처럼 근로소득세 등 세금을 환급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그러니까 상품 가입과 동시에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세제 비적격은 상품의 만기 시점에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대표적인 예가 변액연금이나 즉시연금이다. 이들 상품의 경우 10년 뒤 만기시점에 각종 세제 혜택이 있다.
▶=흔히 소득이 적은 근로자들은 세제 적격 상품을 선호하고, 고소득 자산가들은 비적격 상품을 많이 찾는다. 하지만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것은 좋지 않다. 아무리 소득이 적다 하더라도 나중에 세금을 많이 떼이면 오히려 손해일 수 있다. 특히 은퇴 시점이 빨라지면서 노후에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 반드시 필요하다. 변액보험 등 10년 이상 비적격 보험 상품 통장에서 나오는 이자 수입에 대한 비과세는 상당한 메리트가 있다.
▶=세제 적격 상품은 당장 눈에 보이는 혜택이 있는 반면, 세제 비적격 상품은 10년 뒤에 혜택이 있다는 의미인가. 그래서 대부분 저소득층이 단기적인 혜택에만 집중하는데 조금더 멀리 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인가.
▶=그렇다고 볼 수 있다. 국민연금 등 4대보험도 이와 비슷한 관점에서 볼 수 있다.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들이 국민연금 등 4대 보험 가입을 스스로 거부하는 경우가 있다.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당장 눈앞에 보이는 납부 보험금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엄청난 오산이다. 그 어떤 보험도 물가상승률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 특히 은퇴 준비를 하면서 국민연금 등 4대 보험에 대해서는 간과하는데 이부분도 자신의 노후 자산에 포함시켜야 한다.
▶=개인적으로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예전에 비정규직으로 일한 적이 있었다. 당시 사업주가 4대 보험 가입여부를 물었다. 하지만 당장 월급이 깎이는 게 두려워 가입을 거절했다. 법대로 하면 3개월 이상 고용시 반드시 사용자는 4대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하지 않을 경우 국가에 내는 보험료를 안 내도 된다. 종업원에게 의사도 물어보지 않고 가입을 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의사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럴 때는 반드시 4대 보험에 가입해달라고 해야한다. 눈앞의 월급이 줄어든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그게 돈 버는 일이다.
▶=근로소득자의 입장에서 매달 월급에서 떼이는 보험료가 아까운 것은 사실이다. 왠지 손해보는 느낌마저 든다.
|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소장은 국민연금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별 생각없이 내버려둘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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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적으로 잘못된 생각이다. 은퇴 준비를 하면서 자신의 국민연금 수령액을 정확하게 챙길 필요가 있다. 지금 50대는 월 130만원 정도를 받고, 40대는 이보다 조금 적은 100만원 정도를 받는다. 앞으로 연금 수령액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민연금 하나만 잘 챙겨도 은퇴 준비가 된다.
▶=국민연금을 내고 있지만 수령 시점과 수령액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 확인 가능한 방법은 뭔가.
▶=국민연금관리공단에 전화를 해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나이대별로 수령 시점과 수령액의 차이가 있다.
▶=대부분 은퇴를 55세 정도에 하는데 국민연금 수령시점도 비슷한 것 아닌가.
▶=절대 그렇지 않다. 현재 국민연금 수령 시점은 65세다. 그렇기 때문에 이른바 ‘소득 크레바스(절벽)’가 생기는 것이다. 55세 은퇴 이후 국민연금을 수령하는 65세까지 10년을 ‘마의 10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기간에 소득을 창출할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일단 국민연금이 중요하다는 건 알겠다. 하지만 개인이 특별히 관리할만한게 있나. 이미 국가에서 알아서 떼어가고 관리하는 것 아닌가.
▶=국민연금은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 이중 개인이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게 DC형이다. 납부한 연금을 펀드에 가입해 관리하는 건데 펀드 수익률 등을 꼼꼼히 체크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 관련한 이메일을 받은 적이 있는데 자세히 보지는 못했다. 다시한번 확인해 봐야겠다.
▶=은퇴 시점이 빨라지면서 제2의 직업도 중요해졌다. 현직에 있을 때부터 준비하는 게 좋다고들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하려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과거에 잘 나갔던 기억에 사로잡혀 혹은 내가 누구인데라는 자만심 때문에 하지 못하는 것이다. 실제 부모님의 예로 들겠다. 아버님께서 버스 운전을 하셔서 월 150만원 정도를 받으신다. 은퇴 이후에도 찾아보면 할 수 있는 일은 얼마든지 있다.
▶=공감한다. 아는 분이 한달에 80만원을 받으며 허드렛일을 한다. 어찌보면 한 달에 고작 80만원일 수 있지만, 이 돈으로 손자들에게 용돈도 주고 생활하는데 큰 지장이 없다. 특히 어딘가 일하러 갈 데가 있다는 게 중요하다. 매일 아침 “여보, 다녀올게”라는 말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은퇴 이후 할 수 있는 일들은 상당히 한정적이다. 최근 금융권 선배를 만난 적이 있는데, 아무리 금융권의 고위층을 해도 막상 은퇴하면 할 게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가장 많이 하는 조언이다. 기술을 익히라는 것이다. 손으로 할 수 있는 기술이 가장 좋다. 실제 일본의 사례를 들면, 딸아이에게 직접 구두를 만들어주기 위해 수제 구두 제조 기술을 배운 사람이 있었다. 현직에 있었기 때문에 기술을 익히는데 10년 정도 걸렸다. 그는 은퇴 후 구두 만드는 기술을 익히기 위해 기술 학교에 재입학을 했다. 60세 은퇴 이후 본격적으로 수제 구두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현재 그의 나이가 90세다. 수제 구두는 일반 상품에 비해 10배 정도 비싸서 상당한 고수익을 올렸다.
▶=비슷한 사례를 소개하면, 상담을 받으는 부부가 있다. 30대 중반인 이들 부부는 각자의 취미 생활을 살려 은퇴 준비를 하고 있다. 남편은 목재로 인테리어를 하는 가구 DIY를 좋아하고 아내는 커피에 일가견이 있다. 이들 부부는 은퇴 이후에 DIY 가구를 파는 카페를 운영하는 게 목표다. 즐겁게 취미 생활도 하면서 은퇴 준비도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