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의 여왕]인생빅딜 결혼, 혼테크 정석은

by성선화 기자
2014.05.18 06:00:24

남녀 '돈궁합' 맞아야 진짜 혼테크
조건 보는 '사회적 결혼'은 조건 바뀌면 파멸
대화가 통하는 '감성적 결혼', 혼테크의 전제조건

[이데일리 성선화 기자] 결혼은 인생의 가장 중요한 비즈니스다. 남녀를 불문하고 결혼을 잘 하는 것은 인생 재테크의 핵심요소다.

흔히 결혼을 잘해 팔자를 고친 이들을 ‘혼테크’에 성공했다고 한다. 몇해 전까지만해도 전문직 고연봉 남성과 결혼에 골인한 여성들의 취집이 혼테크의 정석으로 통했다. 하지만 최근들어 소위 잘 나가는 골드미스들을 만나 안정적 결혼생활을 꾸려나가는 연하남들의 혼테크도 늘어나는 추세다.

사랑을 전제로 한 결혼에서 혼테크란 반드시 필요한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바람직한 혼테크의 정석은 뭘까.

이번 ‘재테크의 여왕’은 인생의 빅딜은 결혼에서 ‘혼테크를 잘 하는 법’을 알아봤다. 재혼 전문 결혼정보업체 ‘비에나래’의 손동규 대표, 강남 노블레스 결혼 전문 ‘디노블’의 김민석 대표, ING 생명보험에서 신혼부부 재테크 상담을 맡고 있는 배민호 FC에게 자문했다.

▲손동규(왼쪽부터) 비에나래 대표이사, 김민석 디노블 대표이사, 배민호 ING생명보험 사원 [사진=한대욱 기자]
최근 부부의 ‘돈궁합’이 중요한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돈궁합이란 서로가 가진 경제적 가치관과 성향을 의미한다. 개인별로 소비성향이 다르고, 선호하는 투자 스타일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한쪽에서는 체크카드만 쓰며 절약하는 습관이 몸에 베어 있는데, 다른 한쪽은 신용카드만 쓰며 저축조차 하지 않았다면 이둘의 돈궁합은 삐그적거릴 수밖에 없다. ING생명의 배 FC는 “최근 신혼부부들 사이에서는 속궁합 못지 않게 돈궁합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며 “확실한 경제관념을 가지고 커플과 그렇지 않은 커플은 엄청난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돈궁합이 비단 소비성향 뿐아니라 부부의 경제 활동에서도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서로가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조합이 혼테크에서도 크게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부부 각자의 경제활동이 효과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손동규 비에나래 대표는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의존하는 형태는 건전하지 않다”며 “여성이나 남성이 한쪽의 경제력에 의존하는 결합은 성공확률이 낮다”고 설명했다.

결국 혼테크란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결혼이라는 지적이다. 김민석 디노블 대표는 “앞으로 혼테크의 정의는 상호간의 윈윈으로 재정의 내려져야 한다”며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증가하면서 이 같은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창 유행했던 혼테크 트렌트가 최근 시들해진 것은 맹목적 혼테크는 파멸을 부르기 때문이다. 맹목적 혼테크의 최우선 순위는 조건인데, 이 조건이 변하는 결혼생활도 끝난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조건이 목적인 혼테크를 하면 불행하다”며 “조건을 보고 하는 결혼은 후진국
[이데일리 한대욱 기자] 아직 미혼인 김민석 디노블 대표는 “한국 사회에서 결혼은 사회적 결혼과 감성적 결혼으로 나뉜다”며 “감정에 충실할 수 없는 사회 구조이기에 감성적 결혼의 비중도 낮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형 결혼”이라고 꼬집었다. 선진국이 될수록 감정을 중시하는 ‘감성적 결혼’을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결혼은 크게 보면 사회적 결혼과 감정적 결혼이 있다”며 “평생 살면서의 행복이 결혼의 기준이 되는 것이 감정적 결혼”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감성적 결혼보다는 사회적 결혼이 많았던 이유는 한국 사회 분위기가 감정에 충실하도록 하는 구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감정을 다루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며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감정을 자문해야 명확하게 투명하게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스스로의 감정을 다루는 것도 일종의 ‘감정실력’이 될 수 있다고 정의내렸다.

손 대표는 한국 여성과 해외파 여성의 결혼관을 예로 들었다. 그는 “외국 생활을 오래한 여성들이 원하는 남성상을 제시할 때는 조건을 말하지 않는다”며 “일반적인 한국 여성들과는 달리 ‘일찍 퇴근을 해 자신과 대화를 잘 할 수 있는 남성’이란 식으로 감성적 조건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반면 결혼정보업체에 가입하는 일반적인 한국 여성들은 연봉, 학벌, 직업 등의 조건을 먼저 말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혼테크의 전제 조건은 ‘감성적 결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 의견이다. 손 대표는 “처음에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조건과는 다르더라도 서로의 사람 됨됨이(코드)에 끌려 결혼에 골인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그래야 평생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결혼 트렌드 변화의 주도권은 여성들이 쥐고 있다. 최근 부부갈등은 남성의 사회적 지위는 변함이 없는데 반해, 여성들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향상되면서다. 특히 결혼시장에서 미출산 ‘골드 돌싱녀’들의 몸값이 올라가고 있다. 손 대표는 “초혼 남성들 중에서 까칠한 골드미스보다는 오히려 ‘살짝 다녀온’ 미출산 돌싱녀를 선호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며 “이런 돌싱녀들은 초혼남이 채워주지 못한 부분한 해결되면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다소 너그러워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초혼 골드미스들은 결혼에 대한 기대치가 높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바라는 점이 많지만, 골드 돌싱녀들은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 채워지면 다른 부분은 이해하고 넘어간다는 것이다. 초혼일때는 학벌, 집안 등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들도 한번 살아보니, 중요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되면서 초혼 실패를 채워줄 수 있는 부분에 더욱 집중을 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최근 비엔날레의 자체 설문 조사 결과에서도 재혼 남성들은 여성의 외모보다는 경제력을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리 외모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남성이라도 경제적으로 무능력한 여성은 기피한다는 분석이다.

[이데일리 한대욱 기자]대기업 출신인 손동규 비에나래 대표이사는 “98년 IMF가 한국인의 결혼관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며 “사회적 안전망이 없는 상황에서 결혼으로 경제적 안정을 찾을 수밖에 없는 구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 향상으로 최근 급증한 문제는 장모와 사위에서 발생하는 ‘장서갈등’이다. 최근 이혼 부부의 10쌍 중 4쌍은 장서갈등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이날 모인 전문가들은 자녀 본인이 아닌 부모가 결혼정보업체에 상담을 받으러 오면 애로사항이 많다고 털어놨다. 대부분의 부모는 조건을 중시하는 사회적 결혼을 원하지만 정작 결혼 당사자인 자녀들은 감정을 중시하는 감정적 결혼을 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부모가 원하는 배우감을 자녀가 마음에 들어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 사회가 급격히 변하면서 세대 간 가치관과 사고관의 차이가 크다. 부모가 원하는 배우자감은 그들의 시선에서 옳은 선택이지만, 자녀의 시선은 이미 사회 변화에 맞춰 달라져 버린 경우가 많다. 물론 인생을 자식들보다 인생을 오래산 부모들의 안목이 정확할 수도 있지만 부모가 주도하는 혼테크식 결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양가 부모의 주선으로 결혼을 눈앞에 둔 커플 중엔 신혼집을 어디에 구하느냐의 문제로 파토가 나는 경우도 있다. 양쪽 집안이 원하는 조건이라 결혼이 성사 됐지만, 여성 측 부모가 친정 근처에 신혼집을 얻으라고 우기면서 남성 측 부모가 결혼을 반대했다는 것이다. 손 대표는 “결혼 당사자인 부모가 반대해서 결혼이 깨졌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결혼을 원했을 수도 있다”며 “이럴 경우 부모가 자녀의 행복을 망치는 행위”라고 말했다.

하지만 부모의 반대에도 결혼을 강행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모가 반대하는 본질적인 이유를 되새겨 봐야 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부모가 반대하는 이유가 단순히 조건 때문이라면 부모를 설득하는 게 맞지만 상대방의 본질적이고 근본적인 성품 때문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며 “주사, 도박, 바람기 등 본질적인 문제를 이유로 하는 반대는 부모의 조언을 듣는 게 좋다”고 말했다. 다시말해, 조건이 아닌 상대방의 품성 중에서 자신이 보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지적할 때는 재고의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성공적인 혼테크를 위해서 개인은 어떤 노력을 해야할까. 전문가들은 아무런 노력없이 찾아오는 인연만을 기다리는 것은 ‘무책임한 행위’라고 입을 모았다. ‘언젠가 인연이 찾아오겠지’라는 식의 안일한 생각으로는 결코 좋은 배필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굳이 결혼 정보업체가 아니더라도 자신에게 맞는 상대가 있을 만한 곳을 찾거나 지인들의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혼을 잘 하는 것도
[이데일리 한대욱 기자] 신혼부부 상담전문 배민호 ING 생명보험 FC는 “최근 신혼부분들 사이에선 합리적인 혼테크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며 “혼수나 결혼 준비 과정에서 남녀가 함께 힘을 모으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본인의 진정성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손 대표는 “일본의 경우 혼기가 찬 사람들이 결혼을 위한 예산을 짜기도 한다”며 “연초에 친인척들에게 원하는 상대를 공식적으로 언급하고 도움을 요청하며 여기에 투자를 한다”며 “주변인들에게도 식사를 대접하며 원하는 상대를 찾아달라고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본인에게 잘 맞는 사람은 결국 본인이 가장 잘 안다”며 “스스로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내가 이 정도인데’라는 식의 생각을 버리는 게 좋다며 평생에 한번하는 결혼인데 찾아오는 인연을 기다리는 것은 바보같은 일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