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쏘나타 대 말리부 디젤.. 국산 중형 세단 부활 '서곡'
by김형욱 기자
2014.03.10 06:00:00
르노삼성도 하반기 SM5 디젤 추가
소형 SUV·수입차 공세도 만만찮아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올 들어 현대자동차(005380)와 한국GM 마케팅 담당자 사이에선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눈치 싸움이 펼쳐졌다. 이달 출시하는 주력 신차 7세대 신형 쏘나타(LF쏘나타)와 쉐보레 말리부 디젤 모델의 전략을 짜기 위해서였다.
신모델의 가격대와 옵션, 디자인 콘셉트, 출시 일정까지 모든 것을 공개 직전까지 극비리에 붙였다. 아울러 실무진은 경쟁 모델의 동향 파악에 나섰다.
|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이 6일 처음 공개된 쉐보레 말리부 디젤과 여기에 탑재되는 독일 오펠의 2.0 터보 디젤 엔진과 기념촬영하는 모습. 한국GM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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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가 지난 4일 공개한 신형 쏘나타 렌더링(그래픽) 이미지. 지난 연말 출시한 신형 제네시스와 닮은 꼴로, 전작보다 차분한 느낌을 준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현대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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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4일과 6일 나란히 처음 공개된 두 신차의 첫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쏘나타는 3일 만에 계약 대수 1만 대를 넘어섰다. 말리부 디젤도 영업소마다 구매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 신형 쏘나타는 오는 25일, 말리부 디젤은 이보다 앞선 이달 중순쯤 공식 출시한다.
서로 다른 매력의 신차가 연이어 나오며 올해 중 사려는 소비자의 고심도 커졌다. 현대차는 신형 쏘나타가 30년 역사의 국민차라는 점, 연비와 안전성을 비롯한 기본 성능을 충실하게 보완했다는 점을 집중 홍보하고 있다. 전작 YF쏘나타보다 차분한 디자인도 국내 시장에 더 맞다는 분석이다.
한국GM은 이달 중반 출시하는 말리부 디젤에 대해 국산 주력 중형 세단 중 처음으로 디젤 엔진을 탑재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말리부 디젤은 성능을 떨어뜨리지 않은 채 연비를 높였다. 이를 위해 독일 오펠의 배기량 2.0리터 터보 디젤 엔진과 일본 아이신의 6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했다. 가격도 옵션 조정을 통해 2000만 원대 후반으로 맞췄다.
두 모델 모두 나름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기아차(000270)와 르노삼성도 자신의 주력 중형 세단 K5와 SM5 판매 대책을 곧 내놓는다. .
소비자로선 제3의 선택도 있다. 르노삼성이 이달 출시하는 수입 소형 SUV QM3의 가격은 2250만~2450만 원으로 중형 세단보다 낮다. 2000만 원대 중후반부터 3000만 원대 초반에 폭스바겐 골프나 도요타 프리우스, BMW 1시리즈 같은 소형·준중형 수입차도 즐비하다.
중형 세단은 수년 전까지만 해도 오랜 기간 국내 자동차 소비자의 ‘구매 기준’이었다. 당연히 제일 많이 판매되는 차급이기도 했다. 쏘나타는 ‘국민차’로 불렸고, 자동차 회사들은 ‘중형차 권좌’에 오르기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최근 수년 새 중형 세단의 위상은 급격히 떨어졌다. 중·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인기, 2000만원대 소형 수입차라는 새로운 경쟁자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2~2013년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차급은 SUV였고, 지난해 중형차 판매 차급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수입차 내수 판매점유율은 10%를 넘어 15%로 빠르게 오르고 있다.
그래도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연이은 신차에 고객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추세라면 3년 만에 중형차가 국내 최다 판매 차급에 복귀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 시장을 대표하던 중형 세단 시장이 연이은 주력 신차 출시로 모처럼만에 활기를 띠고 있다”며 “이전보다 훨씬 더 다양해진 고객 취향을 얼마나 맞춰줄 지가 신차의 성패를 가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