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성선화 기자
2014.03.05 06:00:00
특정 종목에 꽂히면 아집 생겨
업체 탐방 땐 반대 의견 꼭 챙겨
[이데일리 성선화 기자] 작고 아담한 체구. 하지만 호락호락해 보이지 않는 당찬 이미지. 장진아(30) 여의도 대형 증권사 엘리트 PB팀 대리의 투자는 그의 외모와 닮았다. 그는 돌다리도 두드리는 신중함에 목표 주가까지 참고 기다리는 인내력까지 갖췄다.
주식 투자에서도 남녀의 차이가 있는걸까. 낙폭과대 바닥주를 잡아 대박을 노리는 남성들과 달리, 그의 투자는 “지금 잘 가는 애(종목)들이 더 간다”는 안전지향 주의다.
“낙폭 과대 바닥주를 아예 안 하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잘 나가는 종목들이 앞으로 더 잘 갈 것인지를 보는 것이, 많이 떨어진 종목들이 앞으로 잘 갈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보다 더 쉽다고 생각해요.”
그래서인지 그가 선호하는 종목들은 이미 시장에서 검증 돼 오른 종목들이 많다. 예를들면 최근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바이로메드(084990). 메디톡스(086900), 서흥캅셀(008490) 휴온스(084110) 등 바이오 주들이다. 그밖에 이미 시장에선 고평가 얘기가 나오는 네이버(035420), 호텔신라(008770) 등도 그가 선호하는 종목들이다.
“물론 낙폭과대 바닥주를 잡으면 큰 수익을 낼 수 있죠. 하지만 이런 종목들을 하려면 자금이 여력이 충분해야 하고 대형주일 때 가능해요. 하지만 제가 선호하는 종목들은 중형주들이에요. 이익 실현까지는 시간이 조금 오래 걸리는 편이죠.”
지난해 그가 운영한 고개들의 평균 수익률을 20% 이상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이 아닐 수는 있지만 리스크가 적은 편이다. 고점에서 들어가지만 꼭지에 들어가 쌍바닥을 잡는 패턴은 잘 나오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는 지금 ‘잘 나가는 종목’들이 앞으로 더 잘 나갈지에 대한 철저한 조사 분석 덕분이다. 그는 증권사 리포트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직접 해당 기업에 찾아가고, 업계의 다양한 종사자들을 직접 만난다. 무엇보다 자신과 반대되는 의견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특정 종목에만 꽂히면 제 생각에만 사로 잡히는 리스크가 있어요.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여성 특유의 공감능력을 십분 활용하는 거죠”
서울대 교수가 설립된 바이로메드의 경우, 숫자만 놓고 보면 투자 가치가 없다. 아직까지 기대만큼의 실질적인 수익을 내지 못하기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오는 8월 당뇨병 치료 물질에 대한 ‘3상 실험’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 의약품 실험은 1상, 2상, 3상의 3단계로 이뤄진다. 가장 높은 단계인 3상 실험을 통과하게 되면 글로벌 제약기업들의 러브콜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무엇보다 고령화 시대에 해당 종목들의 수요가 더욱 증가할 것이란 판단이다.
지난 3년간 16배의 주가가 오른 보톡스 원료 생산 업체 메디톡스의 경우도 향후 성잠 잠재력이 있다는 판단이다. 그는 지금까지 메디톡스의 주가가 오른 것은 국내와 남미 시장 판매 덕분이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연말 세계 1위 보톡스 생산 제약회사인 엘러간 사에 기술 판매에 성공했어요. 사람들은 대부분 메디톡스가 주름을 펴는 보톡스만 생산하는 줄 알지만 실제 주력 제품은 치료용 보톡스에요. 앞으로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시장 진출도 가능하다고 봐요.”
그가 메디톡스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한 것은 주변인들을 관찰하면서다. 그의 친구들은 벌써 20대 중반부터 보톡스를 맞았다. 어느 순간부터 그의 집 식탁에는 예전에 없던 건강 보조식품들이 채워졌다. 몇해전부터 삼천리(004690) 자전거 광고가 눈에 띄게 늘기 시작했다. 공연을 즐기는 친구들을 보며 인터파크(035080) 투자를 결심했다.
“쉽게 접근하는 게 좋아요. 내가 돈을 쓰는 곳을 살펴보면 되죠. 종목을 발굴할 때는 인구통계학적 접근을 가장 먼저 해요. 한마디로 돈이 몰리는 곳에 투자하자는 거죠.”
그래서 그가 ‘이미 끝났다’고 보는 시장은 핸드폰 관련주다. 이미 추가적인 신기술이 나오지만 시장이 포화상태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핸드폰 제조업체들이 주력해야 하는 중국, 인도 등 신흥국 시장에서 경쟁력이 없다는 분석이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핸드폰은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진 않다. 이 때문에 신흥국 시장에선 자국 브랜드들이 선전 중이다.
다만 IT 분야에선 스마트차 관련 주들에 주목한다고 했다. 사물 인터넷 테마 중에서 실질적인 수익를 낼 수 있는 분야라는 분석이다.
그는 국내 전기차 테마주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아무리 미국 테슬라의 주가가 고공행진한다 하더라도 국내 기업들이 실제 수익을 낼 수 있는 부분은 없기 때문이다. 미국 테슬라 자동차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일본의 파나소닉 사가 생산한다. 국내 삼성SDI는 입찰 경쟁에서 패했다. 그는 국내에서 전기차 테마주를 할 봐에는 차라리 미국 테슬라와 일본의 파나소닉에 직접 투자하라고 충고한다.
엘리트 PB팀에서 그가 하는 일은 고액 자산가의 자산 관리다. 이 때문에 그는 항상 국내 주식과 해외 경쟁 주식을 비교한다. 외국인들의 좌지우지하는 국내 시장의 특징 때문이다. 외국인들의 입장에선 삼성전자와 애플을 비교해 수익률이 높은 쪽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이미 고액 자산가들은 해외 주식을 하나의 포트폴리오로 담아가져 간다.
주식을 선택할 때도 해외 시장에서 성장 가능성이 큰 종목을 담는다. 조선주를 예로 들면, 미국 셰일 가스 운송 선박 주문이 많은 현대미포 조선을 가져가는 식이다. 국내 시장만으로는 성장의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고객들 중엔 국내 주식과 비슷한 비중으로 해외 주식을 운용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자산이 일정 수준 이상 되면 환율에 대해서도 상당히 민감하게 되죠.”
해외 수출 계약 등 고급 정보를 얻기 위해 그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려고 노력한다.
“대부분 돈 얘기를 꺼리지만, 직업의 특성상 마음놓고 돈 얘기를 할 수 있다는게 장점인 것 같아요.”
그는 목표가를 정해놓고 원하는 가격까지 우직하게 기다린다.
“잘 모르는 종목에 실수로 들어갔을 땐 손절을 하고 나오는 편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원하는 가격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에요. 그래서 이익실현 하는데 시간은 좀 걸리는 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