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현아 기자
2013.07.12 04:39:32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회삿돈 횡령 혐의를 받는 최태원 SK(003600)그룹 회장의 항소심 변론종결이 22일로 예정된 가운데, 재판장이 ‘양형’을 언급하면서 최 회장의 유죄를 확신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최 회장 변호인 측이 무죄의 핵심증거라며 ‘김원홍 씨(전 SK해운고문, 최 회장 형제 선물옵션투자관리인)와 450억 원을 직접 송금한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의 전화 통화 녹취록’ 등을 제출했지만, 재판부는 “녹취록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11일 서울고법 형사4부(문용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문용선 부장판사는 “저는 심리가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안 들 정도로 이미 판단했다”면서 “양형의 조건은 신중해야 하지만, 아주 부정적인 쪽에서 중하게 하자는 경우에 따라서는 중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이 범죄 사실을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녹취록의 경우 녹음하고 대화한 김원홍 씨가 어떤 사람인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김원홍은 세 사람(최태원 회장, 최재원 수석부회장, 김준홍 전 대표)을 꼬드겨 펀드 출자 전에 계열사로부터 선지급하게 하고 횡령하게 만든 파렴치범이며, 그런데 이제 와서 (녹취록을 내며) 조종하려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김원홍이 녹취록에서 ‘대법원 가면 무죄된다. 내가 다 자료 만들어서 가지고 있다’고 했는데, 말이 되는가”라면서 “사실은 그냥 존재하는 것이다. 사법제도를 모를 수 있지만, 그 정도는 알아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에 최재원 부회장 변호인이 녹취록을 보면 ‘대법원 가면 무죄’라는 발언은 김준홍 전 대표가 한 것이라고 정정했지만, 문 부장판사는 “녹음취지를 보면 충분히 (김원홍 씨가) 한 것으로 보인다는 말”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 부회장 변호인은 김원홍 씨와 김준홍 전 대표 간 전화통화 녹취록에는 ‘니가 언제나 주장했듯이, 대법원 가면 무죄 받을 수 있다고 했듯이, 내가 자료가 있다”라고 돼 있어 문 판사 발언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한편 문용선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에 시작한 재판에서 거의 1시간 가량 지난 공판과정에서의 소회를 밝혔는데, 본인이 맡은 다른 뇌물사건에서 원심처럼 징역 12년을 판결한 사례를 언급해 변호인의 반발을 샀다. 사건을특정하지 않았으니 별문제 없다는 견해를 밝혔지만, 신중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태원 회장 형제 항소심은 14차례 진행됐는데, 대부분의 증인 신문 시간을 재판부 직권 심리에 할애해 ‘원님재판’ 논란도 일고 있다. 검사나 변호인은 거의 신문 시간을 갖지 못한 채 항소심 재판이 막바지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