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銀 독자생존? KB는 '증권만'..민영화 속내 제각각

by이현정 기자
2013.06.24 06:00:00

KB금융, 우투 매각 후 자발적 우리은행 인수 안 한다
우리은행 "안팔려도 KB 피합병보다 낫다"

[이데일리 이현정 기자] 정부가 우리은행과 우리투자증권을 묶어 팔지 않고 각각 동시매각을 진행키로 하면서 KB금융(105560)지주가 우리투자증권(005940)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KB금융은 사업다각화를 통한 비은행 부문 수익구조를 강화하기 위해 우투증권 인수가 필요한 상태다. 그동안 우리금융지주(053000) 인수를 검토했던 가장 큰 이유는 우투증권때문이었다. 같은 맥락에서 KB는 정부가 우투증권에 우리자산운용, 우리파이낸셜, 우리금융저축은행 등 증권 계열사와 흥행이 안 될 것 같은 곳을 묶어 팔더라도 충분한 가치가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KB금융은 우투증권이 우리금융 계열사 중 가장 인기있는 매물인 만큼 인수 후보자가 몰려 예상보다 가격이 올라갈 경우 무리해서까지 추진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일부 KB금융 사외이사들은 증권 업황이 좋지 않고 대우증권 등 다른 매물도 나올 수 있어 우투증권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B가 우투증권을 인수한다면 우리은행 인수전에 자발적으로 뛰어들 가능성은 거의 없다. 주주들의 반발은 물론 합병 후 대규모 구조조정과 양사간 임금격차 해소 등 시너지보다 부작용이 더 많기 때문이다. KB의 우리은행 인수전 참여 여부는 금융당국의 입김이 얼마나 작용하느냐에 달려있다는 얘기다.



KB금융 고위관계자는 “커머셜 딜(시장원리에 입각한 거래) 입장에서 솔직히 우투증권 외에는 (우리금융 민영화와 관련해) 아무 것도 안 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며 “우리은행 매각은 아직 시간이 많은 만큼 시장 상황을 보고 신중히 판단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오는 26일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이 발표되더라도 KB금융의 우투증권 인수전 참여 여부는 7월 중순 이후에나 결정될 전망이다. 다음달 12일 임영록 회장 내정자가 공식 취임한 뒤 차기 국민은행장 선임 등 새로운 핵심 임원급 진용을 갖추는 게 우선이기 때문이다.

내심 일괄매각을 바라고 있던 우리금융은 우투증권 등 핵심계열사가 먼저 팔리고 나면 정작 우리은행 매각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우리은행과 증권은 함께 있을 때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데 다 떼어내고 나면 제 값을 받기 어려울 뿐 아니라 우리카드 등과 묶어 판다고 하더라도 매력적인 매물이 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주가도 하락하고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도 쉽지 않아져 매각 흥행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하지만 KB금융과 합병하는 것보다는 우리은행이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길을 여는 게 훨씬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