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외딴섬 코리아③]조선1위 韓, 크루즈선 건조시대 언제 열리나

by한규란 기자
2013.06.21 06:00:00

삼성重, 크루즈선 건조 사업 진출 '좌초'
"국내 조선 숙원사업..현재는 사실상 올스톱"

[이데일리 한규란 기자] 지난 3월 호주의 광산재벌 클라이브 파머는 100년 전 가라앉은 타이타닉호를 본뜬 ‘타이타닉 2호’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전 세계 조선업계는 깜짝 놀랐다. 그가 타이타닉호의 건조를 맡긴 곳이 바로 중국의 진링조선소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크루즈선을 제작하려면 오랜 노하우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그동안 전 세계 크루즈선 시장은 이탈리아, 독일 등 유럽 조선사들이 독식해왔다. 하지만 일각의 우려와 달리 진링조선소는 현재 타이타닉 2호를 예정대로 건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016년 타이타닉 2호를 진수하면 중국 최초로 세계 크루즈 시장에 첫 발을 내딛게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사정이 다르다. 해양플랜트, 대형 상선 등 고부가가치선 수주를 휩쓰는 명실상부한 조선업계 세계 1위지만 크루즈선 시장 진출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직까지 순수 국내 기술로 건조한 크루즈선은 한 척도 없다. STX(011810)유럽이 크루즈선을 건조하고 있지만 이는 과거 노르웨이 크루즈선사인 아커야즈를 인수한 것으로 순수 국내 기술이라고 볼 수 없다. 이미 크루즈선 건조 기술에서는 중국에 밀린 것이나 다름 없다는 얘기다.

2012년 세계 크루즈선박 시장 점유율(자료:클락슨)
물론 크루즈선 시장에 진출하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국내 주요 대형 조선사들은 1990년대 후반부터 크루즈선을 ‘미래 전략 선종’으로 꼽고 핵심 기술을 축적해 왔다.

지난 2009년 삼성중공업(010140)은 미국 크루즈선사인 유토피아가 실시한 11억달러 규모 크루즈선 건조 입찰에서 계약대상자로 단독 선정됐다. 당시 국내 최초로 100% 자체 기술을 바탕으로 크루즈선을 제작하게 된 만큼 의미가 깊었다.



이에 앞서 삼성중공업은 1997년 업계 최초로 여객선팀을 발족해 크루즈선 전 단계인 대형 여객선 8척을 건조하는 경험을 축적했다. 또 핀칸티에리, 아커야즈 등 3대 크루즈 선사의 크루즈선을 조사해 소음, 진동 등 핵심기술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당시 김징완 삼성중공업 부회장은 “한국 조선 업계가 진정한 세계 1위의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크루즈선 시장 진출이 필수적인 만큼 이번 크루즈선을 세계가 놀랄 만한 명품 선박으로 건조해 한국 조선 업계가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같은 기대도 잠시. 삼성중공업의 크루즈선 건조 계획은 이내 수포로 돌아갔다. 2년 넘게 건조는 커녕 본계약 조차 체결하지도 못한 것이다. 글로벌 경기가 침체되면서 선주사가 자금을 마련하기 힘들어지자 본 계약이 차일피일 미뤄졌다. 당초 삼성중공업은 2010년 상반기 중 본계약을 체결해 올해 인도할 예정이었다. 대우조선해양(042660)과 현대중공업(009540) 등 다른 국내 조선사도 크루즈선 시장 진출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다.

현재 이들 국내 조선사의 크루즈 시장 진출은 사실상 ‘올스톱’됐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현재 크루즈선 시황이 좋지 않아 건조 기술 능력을 향상하는 등 따로 준비하고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크루즈 업계 한 관계자는 “크루즈선 시장은 국내 조선업계가 개척하지 못한 유일한 선박 분야로 워낙 고부가가치 분야라 꼭 이뤄야 할 숙원 사업이나 다름 없다”며 “숙련된 인력과 상당한 노하우가 필요한 만큼 꾸준히 내공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