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값 잡아라"..이마트 후레쉬센터, 유통혁신 첫 결실
by이학선 기자
2013.06.06 06:00:00
초대형 냉장고 역할..첨단저장기법으로 가격안정 효과
농협·정부부처도 벤치마킹.."사과·배 등 품목확대 예정"
[이데일리 이학선 기자] 지난 2011년 8월 서울 성수동 이마트(139480) 본사에 과일·야채·수산물 바이어와 물류담당자 등 10여명이 모였다. 이들에게 새로운 농수산물 유통센터 구축이라는 임무가 떨어졌다. 독일이나 이탈리아처럼 자동화된 저장설비를 갖춰 급등락하는 농수산물 가격을 잡으라는 것이다.
당시 태스크포스(TF)팀 일원으로 참여했던 이홍덕 후레쉬센터 센터장은 “독일과 덴마크, 이탈리아, 일본 등 각국을 둘러본 결과, 유통단계를 줄이려면 상품 매입과 가공, 저장 등을 외부에 맡기지 않고 내부에서 소화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며 “그 혜택은 결국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1년 뒤 이마트는 경기도 이천에 연면적 4만6535㎡(약1만4000평),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의 농수산물 유통센터인 후레쉬센터를 완공했다. 단일 농수산물 저장시설로는 국내 최대규모다. 이 곳은 산지에서 들여온 각종 과일이나 야채를 가공·저장·포장해 이마트 각 점포로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
| 이마트 후레쉬센터 내부. 이마트는 지난해 10~11월 수확한 사과를 첨단저장기법을 활용해 장기 저장한 뒤 이번에 첫 선을 보였다. 이 사과를 나르는 모습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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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방문한 후레쉬센터 내부는 흡사 제조업체가 운영하는 공장을 떠오르게 했다. 프레스 기계가 돌아가는 듯한 ‘칙’하는 소리가 쉴새 없이 들리고 사과와 당근, 마늘 등이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곳곳으로 운반됐다. 한쪽에선 팔레트 위에 잔뜩 쌓인 사과 상자를 나르기 위해 지게차가 분주히 움직였다.
후레쉬센터는 초대형 냉장고나 다름없다. 이마트는 이곳에 첨단 저장기법(CA·Controlled Atmosphere)을 적용한 저장고 12개를 운영하고 있다. 영하 1℃에서 0℃로 유지되는 저장고 한 곳에는 약 150톤 가량의 사과를 보관할 수 있다.
이 센터장은 “지난해 킬로그램 당 800~900원하던 양파가 최근 3000원까지 올랐을 때도 이마트는 1000원대에 판매했다”며 “이런 저장고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소개했다.
유럽이나 일본은 창고 안의 온도를 낮추고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조절해 농산물의 노화를 억제하는 첨단 저장기법을 이미 상용화했다. 이를 활용하면 농산물을 몇개월씩 장기보관해도 수확 때와 비슷한 맛을 유지할 수 있다.
특히 공급과잉으로 농산물값이 떨어지면 유통업체가 대량 매입해 재배농가의 손실을 최소화하고, 반대로 값이 급등할 땐 저장한 상품을 풀어 가격을 안정시키는 가격조절 기능도 기대할 수 있다.
국내에는 농수산물 산지 수집상이나 도매인이 영세해 이 같은 저장고가 없었다. 이마트는 총 1000억원을 투자해 이런 설비를 갖췄고, 지금은 농협이나 정부부처, 시민단체 등에서 벤치마킹하고 갈 정도로 성공한 모델로 자리 잡았다.
강종식 이마트 신선식품담당 팀장은 “지역별로 재배농가나 농협 등이 운영하는 저장고가 있지만 낙후된 시설과 비효율적인 운영으로 소비자들에게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며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윈윈할 수 있는 후레쉬센터 같은 모델이 더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이마트 직원들이 CA저장 사과의 포장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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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는 CA저장 기법을 통해 준비한 사과를 5일부터 매장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 사과는 경북 영주·안동·청송 등에서 지난해 10~11월에 수확한 것으로 반년 가량 CA저장고에 보관돼있다가 이번에 첫선을 보였다. 이마트가 현재 판매하는 고품질 사과보다 가격이 20% 정도 저렴하다.
허인철 이마트 대표는 “후레쉬센터를 통해 농수산물 가격 안정을 꾀하고 품질 좋은 상품을 공급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는 수박, 배, 포도, 단감, 자두 등으로 품목을 확대해 연중 고품질의 과일맛을 소비자들에게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