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정훈 기자
2013.02.21 06:00:00
"재정절벽 타결, 경기에 보탬..올 2~2.2% 성장"
"연준, 상황 따라 4차 양적완화 나설 수도"
던컨 페니메이 부대표 겸 수석이코노미스트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올해도 미국 주택시장은 탄탄한 회복세를 보일 전망입니다. 주택시장 회복과 함께 재정절벽(Fiscal Cliff) 불확실성까지 어느 정도 해소된 만큼 올해 미국경제는 안정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더글러스 G. 던컨(사진) 페니메이 선임 부대표 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20일(현지시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부동산시장과 올해 미국 경제에 대해 이처럼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페이메이는 미국의 대표적인 국책 모기지업체다. 던컨 부대표는 미국내에서 부동산분야에 관한 한 대표적인 학자 가운데 한 명으로 손꼽히고 있다.
그는 모든 주택지표들이 주택시장의 추가 모멘텀(성장동력) 확보를 시사하고 있고 정부와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지원까지 더해지면서 주택부문이 지난 2005년 이후 처음으로 경제성장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주택 호조에 따른 내수 회복과 고용 확대 등 긍정적인 파급효과도 있을 것으로 낙관했다.
◇ “美 주택시장 견고한 회복기반 다졌다”
던컨 부대표는 인터뷰 내내 주택시장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미국 주택시장은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탄탄한 회복세를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주택시장 확장세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주택가격이 이미 바닥을 친 가운데 매매 또는 임대되지 않고 쌓여있는 주택 재고물량이 크게 줄어들고 있고 헐값으로 팔리게 되는 압류주택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을 주택경기 호조의 이유로 제시했다. 또한 최근 대도시를 중심으로 임대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주택 매입수요로 전이되고 있고 고용여건 개선과 가계의 경기 기대감 회복 등이 어우러져 부동산시장 회복세를 지지해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지난해 가을~겨울 시즌에 계절적으로 다소 약한 모습을 보인 주택가격도 전년 동기대비 오름세를 상당기간 이어갈 것”이라며 “올해에도 주택시장은 긍정적 모멘텀을 더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던컨 부대표는 특히 “최근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지금이 주택을 팔기에 좋은 시기’라고 답한 가계 비율이 매달 1 포인트씩 높아지고 있다”며 “가계가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보유하던 주택을 팔아야 하는데 이처럼 주택 매도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가계가 늘어난다는 것은 향후 매입수요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페니메이는 작년에 전년대비 8% 정도 늘어난 기존주택 판매가 올해 추가로 5% 더 늘어나고 신규주택을 포함한 전체 주택 판매도 작년 10.2% 증가에 이어 올해 7.5% 늘어날 것으로 각각 전망하고 있다.
그는 그러나 “주택시장이 금융위기 이전에 보였던 그런 호황을 당장 회복할 것이라는 뜻은 아니다”라며 “고용시장이 좀더 본격적으로 회복되고 경제 전반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주택시장 회복세도 좀더 강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주택호황-재정절벽 회피..내수회복”
주택시장에 이처럼 긍정적인 전망을 보인 던컨 부대표는 올 한 해 미국 경제에 대해서도 “하반기로 갈수록 견조한 회복세가 살아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올해 재정적자 감축 합의로 정부부문 재정지출이 1.2%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민간부문의 주거용 부동산 투자가 11% 정도 늘어나 주택부문의 성장 기여도가 지난 2005년 이후 무려 8년만에 처음으로 플러스(+)로 돌아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주택부문이 명목상으로는 미국 전체 GDP의 2.5%에 불과하지만 주택부문 호조에 따른 연관산업의 생산 확대와 부(富)의 효과로 인한 개인 소비지출 증가 등까지 감안하면 실제 기여도는 상당히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많은 사람들이 재정절벽 문제가 제 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우려했고, 이로 인해 시장은 거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한 높은 리스크 프리미엄을 감수해야 했다”며 “다행히 이 문제가 불완전하게나마 해소됐기 때문에 그동안 억눌렸던 기업의 고용과 투자 확대, 개인 소비 확대가 앞으로 어느 정도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던컨 부대표는 “올 연간 경제전망을 이달 중순쯤 공식적으로 내놓을 계획인데 현재로서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0~2.2% 수준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 1분기에도 전반적인 경제 성장세가 꺾이겠지만 2분기부터는 2%에 가까운 완만한 회복세를 탄 뒤 하반기에는 최고 3%대까지 성장률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같은 전망이 현실화될 경우 실업률도 1~1.5% 포인트 정도 더 떨어져 6% 초중반까지 내려갈 것으로 점쳤다.
◇ “정부-중앙은행 정책효과도 지속될듯”
이처럼 전반적인 경기가 살아나는 가운데 미국 정부와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지원이 올해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던컨 부대표는 “모기지 금리가 작년만해도 사상 최저수준에서 오락가락하는 와중에도 모기지가 크게 활성화되지 못했다”며 “그러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해말 내놓은 모기지 리파이낸싱(재융자) 활성화 대책이 올해부터 본격 시행되는 만큼 올해에는 모기지부문도 활기를 띌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말 주택가격이 대출 원리금에도 못미치는 소위 ‘깡통주택’ 소유자들까지도 모기지 리파이낸싱을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고 페니메이와 프레디맥 등 국책 모기지업체가 보증하지 않은 모기지도 리파이낸싱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이에 대해 던컨 부대표는 “그동안 거래비용 부담이나 소득 감소에 따른 개인 신용도 악화 등으로 모기지 리파이낸싱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주택 소유자들에게는 이같은 정책이 큰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연준의 지속적인 자산매입 프로그램 덕에 모기지금리 역시 사상 최저수준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평균 3.6%였던 30년만기 장기 모기지금리가 올해에는 평균 3.4%로 더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같은 저금리로 갈아타려는 모기지가 증가하면 개인 소비지출 확대에도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던컨 부대표는 고용경기 회복의 강도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경제위기와 중동지역 긴장 해결 여부 등을 향후 경제의 불확실성 요인으로 꼽으며 “이들 변수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연준이 추가 부양책을 또다시 꺼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그 시기와 방식에 대해서는 국채 추가 매입이 지난달부터 이뤄지고 있는 만큼 올 중반 이후부터 국채와 모기지담보증권(MBS) 매입규모를 더 늘리는 실질적인 4차 양적완화(QE4)는 물론이고 초과지준 금리 인하 등 가능한 모든 부양카드가 검토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더글러스 G. 던컨 페니메이 선임 부대표 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 텍사스A&M대학에서 농업경제학을 전공하고 노스다코다 주립대학에서 농업경제학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딴 던컨 부대표는 지난 2008년부터 지금까지 페니메이의 선임 부대표와 수석이코노미스트직을 함께 맡고 있다. 현재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대학 버냄-무어스부동산센터 내 정책자문위원회 위원과 전미 크레딧카운슬러재단 자문위원도 겸하고 있다.
던컨 부대표는 지난 2000년에 페이메이에 합류하기 전 1992년부터 모기지은행가협회(MBA)에서 수석부대표와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역임했고 주택통계사용자그룹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정부와 의회쪽에도 활발하게 관여해 공화당 출신의 빌 맥컬럼 상원의원이 이끄는 상원내 은행 및 금융·도시개발위원회에서 책임 연구자로 일했고 미 농무부에서도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그는 지난 2010년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이 정한 ‘미국내에서 가장 정확한 경제 분석과 전망을 내놓은 최고의 이코노미스트 4인’ 가운데 한 명으로 뽑혔다. 그는 또 2011년에는 오바마 대통령, 벤 버냉키 연준 의장, 로버트 쉴러 예일대 교수 등과 함께 블룸버그와 비즈니스위크가 함께 선정한 ‘부동산분야에서 영향력있는 인물 50인’ 중 한 명으로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