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재무상태 ‘위험 수위'

by유재희 기자
2013.02.04 06:20:00

차입금 3.1조원 규모..매출액 상회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충당 못해
"조선업황 및 수주 개선 없으면 등급 하향 추세 불가피"

[이데일리 유재희 기자] 한진중공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누적 차입금이 매출액 규모를 넘어서면서 재무 건전성에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고, 지난 2008년 9월 이후 영도조선소의 신규 수주가 뚝 끊겨 일감은 빠르게 줄고 있다. 일감은 줄고 차입금은 늘면서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내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최근 대규모 수주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지만, 노조 시위가 다시 격해지면서 이마저도 불확실해졌다.

자료 : 금융감독원, 한국기업평가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진중공업(097230)의 매출액은 2008년 3조8480억원에서 2011년 2조3160억원으로 3년 만에 40% 가까이 급감했고, 작년 1~3분기에는 1조3539억원을 기록, 매출액 감소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반면 총차입금은 2008년 2조3419억원, 2011년 2조9862억원, 작년 3분기 말 3조1216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해 매출액 규모를 넘어섰다.

매출액 대비 총차입금 비중은 기업의 안정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일반적으로 100%를 웃돌 경우 상당히 위험한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수익성 지표도 계속 악화일로다. 2009년 4609억원 수준이던 영업이익은 2010년 1019억원으로 1년 만에 4분에 1토막 났고, 2011년 595억원, 작년 1~3분기 161억원으로 계속 줄고 있다. 매년 이자비용으로 1400억~1600억원이 빠져나가면서 순이익은 2010년 이후 적자행진이다.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EBITDA)으로 빚 상환은커녕 이자도 갚지 못하는 형편이다.



한진중공업은 유가증권 및 부동산 등 보유자산을 활용한 단계적 재무구조 개선계획을 마련했지만, 이에 대해서도 냉정한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인천 율도매립지 및 동서울 터미널 등 2조원(장부가액 기준)에 달하는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재무구조 개선과 관련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KDB대우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한진중공업이 보유 부동산 매각을 통한 자금 조달을 추진하고 있지만, 부동산 경기침체로 대규모 자산 매각이 어려울 것”이라며 “인천 북항 배후지 개발 속도가 빠르지 않아 자금회수 등 현금흐름 측면에서 불확실한 요인이 장기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한진중공업은 최근 신용등급이 강등돼 오는 2~3월 만기 도래하는 3000억원 규모 회사채에 대한 차환 발행도 포기했다. 등급 강등으로 회사채 발행 조건이 나빠졌기 때문. 대신 보유 현금으로 우선 상환하고, 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국내 3대 신용평가사(한국기업평가, NICE신용평가, 한국신용평가)는 한진중공업의 등급을 종전 ‘A’에서 ‘A-’로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문제는 크레딧 시장에서 현 등급에 대해서도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영업환경 및 재무상태를 고려할 때 현재 등급이 적정 등급인지 의문스럽다는 것.

이에 대해 한 신용평가사 애널리스트는 “조선 경기 둔화가 지속되고, 현재의 열악한 수주 패턴이 이어진다며 등급의 하향 추세는 불가피할 것”이라며 “수주 및 업황 개선 여부와 인천 부지 등 자산 매각 추진력 등을 계속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