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이슈]땅콩주택, 서울시 뉴타운정책 대안될까
by김동욱 기자
2012.03.03 09:00:00
이현욱 광장건축 대표 인터뷰
한필지에 두가구 재개발에 적합
[이데일리 김동욱 기자]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며 승승장구하던 뉴타운 사업이 애물단지로 전락한 지 오래다. 주택시장이 활황이던 시절에는 뉴타운 사업지로 지정만 돼도 새 아파트는 물론 시세차익으로 큰 돈을 벌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팽배했다.
하지만 환상은 오래가지 않았다. 대규모 재개발 사업 방식인 뉴타운 사업은 여러 사람의 이해관계가 얽히다 보니 사업 추진에 난항을 거듭했다. 급기야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택시장 침체가 가속화되자 뉴타운 사업은 급속히 나락으로 떨어졌다. 개발 기대감에 따른 환상이 무참히 무너졌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시는 이런 뉴타운 사업에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하기로 했다. 지지부진한 뉴타운은 퇴출시키고, 종전의 대규모 재개발 방식이 아닌 소규모 정비방식을 도입해 공동체 중심의 마을 가꾸기사업을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시는 예산을 투입해 기반시설을 지어주고, 노후된 주택은 보수해 원주민 정착률을 높이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런 서울시의 신(新)뉴타운 출구전략 이 발표되면서 한 필지에 두 개의 집을 짓는 땅콩주택이 가장 적합한 모델이란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끈다. 한 달이면 집을 완성할 수 있어 주민간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데다 한 필지에 두 집을 짓기 때문에 사업성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땅콩주택을 도입해 땅콩주택 붐을 일으킨 이현욱 광장건축 대표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그는 전국 곳곳에서 추진되고 있는 재개발·재건축에도 이 땅콩주택을 지어야 한다고 했다.
“재개발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추진하는데 적어도 10년은 걸립니다. 추가 분
담금도 만만치 않죠. 하지만 땅콩주택은 두 달이면 다 짓습니다. 한 필지에 집 두
채를 지으니 나머지 한 채는 세를 놓을 수도 있고요. 공사할 동안 옮겨다닐 필요
도 없습니다.”
듣고 보니 그럴듯도 하다. 그는 좀 더 나아가 정부의 역할도 작아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의 재개발은 후진국에서가 가능한 방식이에요. 정부는 공용주차장이나 소규모 공원을 만들어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정도로만 개입하면 충분합니다.”
그의 생각을 좀 더 들어봤다.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강북지역처럼 층수제한이 있는 곳은 재개발보다 땅콩주택을 짓는 게 훨씬 이익
이다. 한번 따져보자. 가령 내 땅 30평을 재개발하면 용적률인 150% 이하인 곳에
서는 33평 아파트 한 채를 받을 수 있다. 기간도 공사기간을 합하면 10년 정도 걸
린다. 그동안 금융비용이 늘어나 사업은 어려워지고 추가로 내야 할 분담금은 늘
어난다. 이해관계에 얽힌 사람이 많다 보니 사업 진척이 느린 것이다. 정작 온전
한 내 땅 30평을 포기하는 대가로 대지 지분은 10평, 전용면적 25평 아파트 하나와
맞바꾸는 셈이다.
.
=그냥 30평 땅에 땅콩주택을 짓자. 건폐율을 60%만 적용해도 바닥면적이 18평인
3층짜리 집을 지을 수 있다. 이 집을 둘로 나누면 바닥면적이 9평인 3층짜리 총 27
평 단독주택 2채가 나온다. 30평 아파트보다 전용면적이 넓은 집이 두 채나 생기
는 셈이다. 평당 공사비는 380만원 정도로 두 동을 짓는데 2억원 가량 들어간다.
한 동 전세만 줘도 공사비는 만회할 수 있다. 추가분담금이 없다는 얘기다. 특히
30평 내 땅은 고스란히 내 소유니 땅콩주택을 짓는 게 훨씬 이익이다.
=정부도 역할이 있다. 작은 필지들이 모여 있다 보니 주차장과 녹지공간이 부족
하다. 정부는 땅을 사서 주차장과 소규모공원을 만들어 주거 환경을 개선해 주기
만 하면 된다. 정작 원주민은 내쫓는 뉴타운 사업은 지양하는 게 옳다.
=땅콩주택은 한 필지의 땅에 두 채의 집을 짓고 서로 마당을 공유한다. 땅값부터
건축비까지 두 명이서 반씩 내기 때문에 비용부담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가격이
부담이라면 집을 작게 만들어 비용을 줄일 수도 있다. 적어도 단독주택에 살고 싶
었지만 비싼 가격 때문에 주저했던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자기 만족도를 충족할
타협점을 찾을 수 있는 셈이다.
=요즘 아파트에 공동커뮤니티 시설이 얼마나 잘 갖춰져 있나. 그런데도 사실 친
한 이웃을 꼽기가 쉽지 않다. 정작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면 서로 불편해하기 일쑤
다. 하지만 집을 짓는 건 정착한다는 의미가 크다. 옆집 사람에게 자연스레 관심이
쏠리고 관계도 돈독해진다. 땅콩주택에 산 지 2년이 다 돼간다. 이웃끼리 돌아가
면서 아이들 통학을 책임진다. 재밌는 게 처음엔 다들 차 두 대씩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은 모두 한대다. 차를 함께 이용하니 있는 굳이 차가 두 대씩 필요 없더라.
=설계할 때 1층은 거실과 주방을 넓게 쓰려고 화장실을 뺐다. 2층에 화장실이 두
개 있다. 처음엔 화장실 갈 때 한층 올라가면 되지 하고 생각했는데, 힘이 들더라.
옆집은 1층에도 화장실이 있다. 대신 1층과 2층 화장실에 세면대, 욕조, 변기가 나
눠 설치돼 있지만. 관리사무소가 없는 점도 불편하긴 하다. 안방 등이 나갔는데 1
년 만에 등을 교체해 아내에게 잔소리를 듣기도 했다.
=33평 아파트 수준이다. 특히 목조주택이라 열효율이 아파트보다 뛰어나다. 두
건물이 붙어 있어 단열 측면에서도 더 유리하다. 난방을 사흘 동안 안 한 적이 있
었는데 실내온도 13도를 유지해 놀랐다.
=일본은 13평짜리 대지에 6평, 9평짜리 땅콩주택을 짓는다. 설계는 어렵지만 얼
마든지 시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80평 대지에 땅콩주택 3채를 지을
수 있다. 층수가 높아 실면적도 넓다.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돼야 한다. 하지만 사
업성이 떨어지다 보니 건축가들이 꺼리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시장이 커지면 여기
에 뛰어드는 전문가들이 많아질 것이다.
=땅콩주택은 다세대지만 집을 파는 게 아니라 마당을 파는 것이다. 공사비, 땅값
을 똑같이 들여 다가구를 지어도 별 메리트가 없지만, 땅콩주택은 다르다. 마당 딸
린 집을 원하는 수요가 꽤 많다. 전세를 놓아도 더 비싸게 받을 수 있다. 앞으로
부가 가치가 높은 주택이 더 인기를 끌 것이다.
=땅콩주택은 집을 파는 게 아니라 지분을 파는 방식이다. 아파트처럼 개별등기가
아닌 공유지분 형태로 등기돼 있기 때문이다. 거래하는데 별 어려움은 없다. 다만 땅콩주택도 개별등기가 돼 사고파는 데 문제가 없도록 제도는 바뀔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주거 제도가 모두 아파트에 집중되어 있다보니 이런 제도적 맹점이 있는데 빨리 고쳐야 한다. 하지만 공유지분 형태로도 사고 파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