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문주용 기자
2011.08.07 03:10:55
공화당 "대통령 무능과 경제실정이 등급강등 초래" 비난
전문가 "의회 탓 커지만, 대통령에 비난 몰릴 것" 예상
백악관, 정쟁중단 호소…오바마, 등급 강등 책임론 `부담`
[뉴욕= 이데일리 문주용 특파원] 미 신용등급 강등으로 미 정치권이 또다시 책임공방을 벌이고 있다. 특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재선가도에 빨간 불이 켜졌다.
6일(현지 시각) 외신들에 따르면 S&P의 강등 발표가 나오자, 공화당 주요 인사들은 일제히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난하고 나섰다.
등급 강등의 기폭제가 된 부채 협상에 대해 미국인들은 공화당이 잘못했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공화당은 이번을 계기로 오바마 대통령에게 덮어씌우는 모습이다.
이번 협상에서 지도력 부재라는 혹평을 들었던 공화당 소속의 존 베이너 하원 의장은 등급강등 발표후 성명을 냈다.
그는 "이 자명종 소리를 듣고, 민주당 사람들이 더이상 나라의 막대한 장기 부채 문제에 땜질 대응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들도 오바마 대통령을 공격할 호기를 만났다는 반응이다.
미트 롬니 前매사추세츠 주지사는 "미 경제를 잘못 이끈 오바마의 실패한 지도력에 미국의 신용마저 희생물이 됐다"면서 "등급 강등은 오바마 대통령 집권기에 미국의 몰락을 알리는 고통스러운 지표"라고 주장했다.
또다른 공화당 대선후보인 티파티의 미셸 바크먼 의원도 "오바마 대통령이 실패한 경제정책과 정부지출을 통제하지 못하는 무능으로 미국의 신용도를 망가뜨렸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소식의 해리 리드 상원원내대표는 "세수를 올리는 조치와 지출 삭감을 결합하는 균형있는 적자감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재확인 시킨 것"이라며 공화당의 태도변화를 촉구했다.
백악관은 정치권의 정쟁 중단과 단합을 호소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우리의 주요한 재정적 도전들과 경제 도전들에 대처하기 위해 함께 일한다는 미국의 의지, 능력, 약속을 분명히 하도록 우리 선출직들이 좀 더 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은 특별위원회를 통해 장기적으로 건전한 재정과 강력한 경제 회복을 위한 공통의 약속을 만들도록 강력히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워싱턴의 정치 평론가들은 이번 등급 강등이 결국 오바마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등급 강등 전까지만 해도 오바마와 민주당이 유리한 입지를 보였다. 지난 2일 협상타결후 실시된 뉴욕타임스/CBS 여론조사에서, 오바마에 대한 지지도는 48%로 나타난 반면, 의회에 부정적인 평가가 82%에 달했다.
또 응답자의 72%가 이 협상에 임한 공화당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인 반면, 66%는 민주당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등급 강등으로 미 경제의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실 생활에서 금리 상승으로 인한 고통이 가중되면, 오바마 책임론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화당 선거전략가인 론 본진은 "미국인들은 모든 것에서 넘버1이라고 기대한다"며 "이번 등급 강등은 국가에 대한 엄청난 모욕이자 굴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신용 카드와 모기지 금리가 올라가면, 정치적 파장이 미칠 것이며, 정신적 혼란이 초래될 것"이라고 말했다.
룻거스 대학의 로스 베이커 정치공학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신용등급 회사의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한 무능이 오바마 대통령 보다 의회에 더 많은 책임이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면서 "그렇지만 예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비난은 대통령에게로 집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바마는 이번 주말 캠프 데이비드 별장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S&P 등급강등과 관련한 성명을 따로 준비하고 있지 않다고 측근이 전했다.
이번 등급강등에 대한 미 정치권의 각성도 있다.
부채 협상에서 `갱스 오브 식스`로 불리며 초당파적인 타협안 모색에 나섰던 톰 코번 공화당 상원의원은 "S&P 등급 강등은 이미 오래전에 이뤄졌어야 했던 것"이라며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코번 의원은 "수십년동안 정치 출세주의가 워싱턴 정가의 지도력을 중시해왔다"며 "양 당은 올바른 일이 아닌, 안전한 일만 해왔다. 워싱턴에서의 기능장애는 미국민들로 하여금 가진 재산이상으로 영원히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주었으나, 더이상 그럴수는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코번 의원은 "(미국은) 오랜동안 피해왔던 어려운 결정을 할 시간을 맞았다"며 "더 이상 미룰 공간은 없다"고 정치권의 자각을 촉구했다.
바클레이스의 아자이 라자드햐크샤 이사는 "S&P 등급 강등이 갖는 한가지 긍정적인 점이라면, 양당이 참여하는 특별 위원회가 대규모 적자 감축 패키지의 합의를 종용한 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