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특수에 조종사 씨말랐다"

by안재만 기자
2011.07.20 08:14:22

항공시장 확대-공군 의무복무기한 연장 등
"울진훈련원 자리 못잡았다" 지적도

[이데일리 안재만 기자] 최근 항공업계 이슈인 대형항공사-저가항공사간 `조종사 빼내기` 갈등, 노조와 회사측의 임금 협상 마찰, 기장의 음주 비행 등엔 공통점이 있다.

모두 조종사가 부족해서 발생한 일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조종사 부족사태는 왜 벌어졌을까. 공군의 의무복무기간 연장에다 항공업계 호황이 겹쳤기 때문이다. 의욕적으로 문을 연 민간 비행교육원 또한 아직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일단 항공시장이 대폭 확대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2000년대 중후반 이후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등이 출범했다. 또 실적이 좋게 나온 덕에 신형 항공기 도입 대수도 늘리고 있다. 

이런 흐름은 동북아 항공업계 모두에서 발견된다. 몸집을 줄이는 곳은 법정관리를 받고 있는 일본항공(JAL)에 불과하다. 항공업계에서는 "구조조정으로 밀려난 JAL 조종사들이 불과 한두달만에 모두 직장을 구했을 정도로 조종사가 부족하다"고 설명한다.

특히 중국의 힘이 세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작년 중국의 해외여행자수는 전년대비 20.8% 늘어난 5739만명. 적지 않은 숫자지만 성장 여력은 더 크다. 중국 정부가 자국 항공사를 키우려는 의지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공군의 의무복무기한 연장이란 악재도 겹쳤다.

공군은 2000년대 이후 조종사들이 민간항공사로 대거 이동하자 진급 보장, 특수 근무수당 인상 등의 당근책을 제시했다. 그런데도 이직 숫자가 줄어들지 않자 의무복무기간 연장 카드를 꺼내들었다. 조종사들의 의무복무기간(공사 출신)을 기존 13년에서 15년으로 2년 늘린 것.

안보와 직결되는 문제다보니 항공사들이 적극적으로 공군 조종사에 `구애`를 펼치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최근의 조종사 부족 현상 원인을 공군 조종사의 이직 감소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면서 "의무복무기한 연장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항공사들의 대응책 마련이) 조금 늦었다"고 평가했다.
 

작년 7월 문을 연 울진공항의 비행교육훈련원도 아직은 제 자리를 못 잡고 있다. 1년 이수 과정을 밟아도 비행시간이 200시간에 그쳐 대한항공(003490)(1000시간), 아시아나항공(250시간) 조종사 채용 조건에 미달된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훈련원 출신을 뽑아도 어차피 또 다시 교육시켜야 한다"면서 "항공기 도입 계획은 잡혀 있고 조종사는 모자라기 때문에 스카우트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조종사 부족 현상이 지속되자 대형항공사들은 비싼 임금을 주고 미국, 유럽 출신의 조종사를 `모셔오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