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가 죽었다` 뉴욕 급락..다우 337p↓

by전설리 기자
2008.11.15 06:45:57

10월 소매판매 2.8%↓..`사상 최악`
노키아 "휴대폰 수요 더 줄어든다"

[뉴욕=이데일리 전설리특파원] 14일(현지시간) 뉴욕 주식시장이 급락세로 마쳤다. 주요 지수는 일제히 4~5% 가량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10월 소매판매가 사상 최악의 수준으로 악화됐다는 소식이 경기후퇴(recession) 우려를 고조시켜며 투자심리를 냉각시켰다. 세계 최대 휴대폰업체인 노키아의 휴대폰 수요 감소 전망과 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대규모 감원, 유럽 경제의 공식적인 후퇴 국면 진입 소식도 악재로 작용했다.

오전 내내 하락세를 타던 주요 지수는 오후들어 주말 선진 및 신흥 20개국(G20) 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며 반짝 반등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기후퇴 우려를 이겨내지 못하고 장 막판 가파르게 미끄러졌다. 기술주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블루칩 중심의 다우 지수는 8497.31로 337.94포인트(3.82%) 떨어졌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516.85로 79.85포인트(5.00%) 급락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는 873.29로 38포인트(4.17%) 내렸다.

국제 유가는 경기후퇴에 따른 수요 둔화 우려로 하루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12월물 인도분 가격은 전일대비 배럴당 1.20달러(2.1%) 내린 57.04달러로 마감했다. 이로써 유가는 주간 기준으로 6.6% 내렸다. 올해 들어서는 41% 추락했다.



미국의 소비심리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 등으로 사상 최악의 수준으로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상무부는 10월 소매판매가 전월대비 2.8% 급감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992년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율이다. 4개월 연속 감소세다.

자동차를 제외한 소매판매도 2.2% 줄어들어 예상치인 -1.2%를 크게 밑돌았다.

금융위기, 고용시장 냉각, 주택 및 주식 가치 급락 등으로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은 결과다.

마이클 그레고리 BMO 캐피탈 마켓 이코노미스트는 "연말 쇼핑시즌을 통해 소비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소매 유통주들이 일제히 내렸다.
 
세계 최대 주택자재업체인 홈디포(HD)와 시어즈(SHLD)가 각각 7.6%, 14.1% 급락했다. 백화점업체인 JC페니(JCP)는 10.4% 뒷걸음질쳤다. 세계 최대 할인점 월마트(WMT)도 4% 밀렸다.
 




`노키아 악재`로 기술주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노키아(NOK)가 11% 떨어졌다.

노키아는 올해 전세계 휴대폰 선적량 예상치를 종전의 12억6000만개에서 12억4000만개로 하향 조정했다. 또 내년에는 이 보다 더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여파로 애플(AAPL)이 6.4%, 마이크로소프트(MSFT)와 인텔(INTC)은 각각 5.6%, 7.8% 하락했다.
 
반면 60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힌 썬마이크로시스템즈(JAVA)는 1% 올랐다. 6000명은 전체 직원의 18%에 해당되는 규모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세계 중앙은행들이 신용경색을 완화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추가적인 조치에 나설 준비가 돼있다"며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버냉키 의장은 이날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유럽중앙은행(ECB) 주최로 열린 컨퍼런스에서 "신용경색이 잠시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어려움이 남아있다는 것을 주식시장의 변동성과 경제지표 악화가 보여주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버냉키 의장은 "이같은 이유들 때문에 중앙은행들의 긴밀한 협조와 시장감시가 앞으로도 필요하다"며 "금융시장은 심각한 긴장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버냉키 의장은 또 "은행간 대출시장 경색으로 일부 기업들은 여전히 달러 자금을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통화정책(금리인하)이 금융위기를 충분히 해결하지 못했다"며 금융위기의 심각성을 인정했다.


 
달러 유동성을 가늠하는 라이보(런던은행간금리)는 이틀 연속 상승했다.
 
이날 영국은행연합회(BBA)에 따르면 3개월 라이보는 2.24%로 전일대비 9bp 올랐다. 하루짜리 라이보도 1bp 상승한 0.41%를 기록했다.

이같은 라이보 상승은 유럽 경제가 15년만에 후퇴 국면에 진입한데다 은행간 대출이 예상보다 더디게 개선될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라고 블룸버그 통신은 분석했다.


미국의 10월 수입물가는 20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10월 수입물가는 전월대비 4.7% 떨어져 1988년 이후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국제 유가의 거듭된 하락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수입 원유 가격은 무려 16.7% 급락, 2003년4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원유를 제외한 수입물가는 0.9% 하락했다. 천연가스 가격도 4.9% 뒷걸음질쳤다.



미국 미시간대학의 11월 소비자신뢰지수는 전월의 57.6에서 57.9로 개선됐다. 월가 예상치인 56.5도 넘어섰다.

그러나 절대적인 수준은 여전히 매우 낮다. 금융위기, 일자리 감소 등으로 소비가 위축돼 있다는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