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또 후진국형 화재 참사...안전 인프라 쇄신 미룰 수 없다

by논설 위원
2024.08.26 05:00:00

지난 22일 경기 부천시의 한 호텔에서 일어난 화재로 투숙객 7명이 사망하고 12명이 부상을 입었다. 1.2km와 2.1km밖에 안 떨어진 곳에 서부119안전센터와 부천소방서가 있어 화재 신고 후 불과 4분 만에 소방 선착대가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소방대의 신속한 출동과 진화 작업 덕분에 불은 최초 발화 지점인 8층 객실과 그 주위만 태우는 데 그쳤다. 발화 시간이 오후 7시 34분께로 투숙객들이 대부분 잠들기 전이어서 바로 대응에 나설 수 있었다. 그럼에도 인명 피해가 컸다는 점이 이번 참사의 안타까운 특징이다.

특히 소방대가 긴급 설치한 에어매트로 뛰어내린 투숙객 2명이 사망한 사실이 충격적이다. 1명이 먼저 뛰어내릴 때 모서리 쪽으로 떨어지는 바람에 에어매트가 딱지처럼 뒤집혀 제 기능을 하지 못했고, 그 상태에서 다른 1명이 뛰어내려 둘 다 생명을 잃었다. 이와 관련해 소방대원들이 붙잡거나 로프로 고정시켜 에어매트가 뒤집히지 않게 해야 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에어매트가 내용연수를 두 배 이상 초과해 사용 중이었던 점을 들어 소방당국의 평소 유지관리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개선 대책이 시급한 부분이다.



호텔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점도 주목된다. 해당 건물은 2003년 준공돼 2017년 이후 의무화된 6층 이상 신축 건물 대상의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가 적용되지 않았다. 스프링클러만 설치됐어도 인명 피해를 훨씬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호텔 업주가 안전을 중시했다면 간이 스프링클러라도 설치하거나 방화나 소화 효과가 스프링클러에 준하는 대안의 장비를 비치했을 테지만 그러지 않았다. 소방 당국과 지방자치단체, 정부는 스프링클러 의무화 소급 확대의 필요성을 알면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은 점을 반성해야 한다.

이번 참사는 전형적인 후진국형이다. 안전 인프라의 곳곳에 뚫린 구멍을 무사안일하게 방치하다가 큰 인명 피해를 초래했다. 언제까지 이런 후진국형 참사를 되풀이해야 하나. 호텔만이 아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도 설치된 스프링클러 중 정상 작동 비율이 10%대에 불과하다고 한다. 생활공간의 안전 인프라를 재점검하고 쇄신 차원의 보강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