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 눈]전 국민 투기판 된 청약시장
by김보경 기자
2024.08.14 00:00:01
[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분양가 상한제(분상제)와 무순위 청약. 최근 주택시장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다. 갑자기 생긴 제도도 아니고 각각 도입된 취지도 다르지만, 서울과 수도권의 무서운 집값 상승세와 함께 청약시장을 거대한 투기판으로 만든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 지난달 29일 무순위 청약을 접수한 경기 화성시 동탄역 롯데캐슬 접속화면. 당첨이 되려면 청약을 해야 하는데, 청약자가 무수히 몰리는 바람에 접속이 지연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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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 경쟁률이 ‘526대 1’에 달했던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펜타스’, 1가구 모집에 294만 4780명이 몰린 경기 화성시 ‘동탄역 롯데캐슬’을 보면 ‘청약 광풍’, ‘로또 청약’이라는 수식어가 전혀 과장된 게 아니다.
래미안 원펜타스가 주변 시세보다 20억원 이상 저렴했던 이유는 바로 분상제 때문이다. 분상제는 아파트를 분양할때 택지비와 건축비에 건설사의 적정 이윤을 보탠 분양가를 산정한 뒤, 그 가격 이하로 분양하도록 하는 제도다. 분양가 상승을 억제한다는 게 기본 취지인데, 규제 지역이 속속 풀리면서 현재는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 등 규제 지역 내 민간택지와 공공택지지구에만 적용되고 있다.
결국 지금까지 상한제가 적용되는 지역이란 것은 바로 규제가 필요할 정도로 수요가 많은 지역이라는 얘기다. 분양가는 시세보다 크게 저렴하기 때문에 당첨되기만 하면 적게는 수억원, 많게는 수십억원의 시세 차익을 누릴 수 있게 하니 시장이 과열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온 525대1의 경쟁률. 숫자만 보면 청약시장의 과열이지만 역설적으로 청약통장을 포기하는 이들을 속출하기도 한다. 청약제도는 무주택자에게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주는 것이지만, 분양가는 소득증가 속도보다 현저히 빠르게 치솟고, 20억원 시세차익도 결국 11억원(대출여력을 감안할때 실입주를 위해 필요한 최소 자금)이라는 현금을 쥔 사람들에게만 해당했기 때문이다. 로또 청약도 있는자들의 로또일 뿐이라는 것을 보고는 허탈감을 얻을 뿐이고, 결국 청약통장을 해지하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동탄역 롯데캐슬은 1가구 모집의 무순위청약에 294만 4780명이 청약을 신청했다. 7년전 공급가격에 나와 10억원 정도의 시세 차익이 예상되는데 ‘만 19세 이상’이라는 조건만 갖추면 청약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소위 ‘줍줍’이라고 불리는 무순위 청약은 청약을 마쳤지만 이후로 계약이 되지 않는 가구가 발생했을 때 이를 처리하기 위한 제도다. 2019년 이전까지는 현장 접수·추첨 등으로 분양업체에서 임의로 처리했지만 불공정 시비가 붙으면서 청약 홈페이지를 통한 공개 접수로 바뀌었다. 모두에게 공정하게 하기 위해 조건을 없앴더니 모두가 ‘일단은 넣고보자식’ 청약에 뛰어드는 결과가 나왔다. 이 역시 무주택자의 주건안정을 위한 청약제도의 취지에는 맞지 않는다. 지역이든 소득이든 최소한의 청약 자격을 둬야 할 이유다.
국토교통부는 ‘분양가 상한제 관리체계 개선 연구’ 용역 발주를 하기로 했다. 시장에서는 부작용을 낳고 있는 분상제 개선방안을 드디어 마련하는 것인지 기대감을 갖고 있다. 그런데 제도 개선이 아니라 관리체계 개선이라는 문구가 걸린다. 지금 개선방안을 마련해도 뒷북이다. 관리체계를 되돌아볼 시점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