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불확실성에 갈팡질팡 外人…조선·방산株는 담았다
by박순엽 기자
2024.07.24 00:00:41
美 대선 혼란 속…외국인, 5거래일 만에 순매수 전환
불확실성 커지자 위험 자산 선호 줄며 매수세 힘잃어
반도체株 매도하며 ‘실적 개선’ 조선·방산株는 사들여
“정치적 민감도 낮은 실적 중심의 섹터 전략이 유효”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올해 상반기 이어진 유가증권시장(코스피) 내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최근 힘을 잃은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의 총격 부상 사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재선 도전 포기 등 미국 대통령 선거와 관련된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투자 방향을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면서다.
다만,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 상반기 가장 많이 사들였던 반도체 관련 종목을 매도하면서도 조선·방산 등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종목들은 꾸준히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외 주식시장이 불안정해지자 기업을 나타내는 가장 확실한 지표인 실적을 중심으로 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23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2458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지난 16일 이후 5거래일 만의 외국인 순매수 전환이다. 이로써 외국인의 연속 순매도 흐름은 끊겼지만, 외국인이 올해 상반기 코스피 시장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금액을 사들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최근 외국인 자금의 흐름이 사뭇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미국 대선 과정에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외국인의 위험 자산 선호 심리가 줄어든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유세 도중 총격을 당한 이후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직을 전격 사퇴하고 새로운 민주당 유력 후보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떠오르기까지 미국 대선 정국이 요동친 데 따른 영향이라는 해석이다.
여기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만 반도체 산업에 대한 적대적인 감정을 표출한 데 이어 관세를 통해 미·중 무역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까지 시장에 영향을 끼쳤다. 이에 외국인은 지난 15일 이후 7거래일 동안 SK하이닉스(000660) 8926억원치, 한미반도체(042700) 742억원치 등 반도체 관련 종목을 팔아치우며 차익 실현에 나서기도 했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밸류에이션 부담과 미·중 분쟁의 불확실성 확대로 반도체 업종의 주가가 단기적으로 급락했다”면서도 “트럼프 재집권에 따른 국내 반도체 업종의 부정적 영향은 펀더멘털이 아닌 심리적인 부분으로 집중될 가능성이 크고, 미·중 분쟁은 국내 생산업체들과 소재·부품·장비 업체들엔 수혜로 연결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은 지난주 이후 조선·방산 등 실적 개선과 지정학적 리스크의 수혜가 동시에 나타나는 업종을 꾸준히 사들였다. 외국인이 지난 15일 이후 7거래일간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삼성중공업(010140)으로 1708억원치를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1001억원)·현대로템(064350)(573억원)·HD한국조선해양(009540)(533억원) 등도 10위권 내 포함됐다.
조선 업종은 시황 호조를 바탕으로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업종으로 꼽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시에도 미국 화석연료 투자가 늘어나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발주가 증가하리란 전망도 나온다. 방산 업종 역시 수주물량을 차근차근 실적으로 연결하고 있는 데다 각국의 군비 경쟁이 커지는 상황을 주목한 데 따라 외국인들이 사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외국인은 이 밖에도 LG전자(066570)·KT&G(033780)·LG이노텍(011070) 등 실적 개선이 점쳐지는 종목을 중심으로 순매수했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에 대해 “사람들은 주식시장이 불안해지면 주식을 팔아버리거나 확실한 주식을 찾는데, 주식시장에서 유일한 확실성은 실적인 만큼 웬만해선 감익되지 않는 주식은 불안한 환경에서 선호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증권가에선 미국 대선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만큼 실적 중심의 투자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는 9월10일 두 번째 대선 토론회가 남아 있다는 점에서 미국 대선 불확실성은 이어질 전망”이라며 “11월 선거일까지 변동성에 대비해 정치적 민감도가 낮은 실적 중심의 섹터 전략이 유효하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