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일줄이야"...아내의 12살 연하남에 차로 돌진한 남편 [그해 오늘]

by박지혜 기자
2024.06.06 00:02:30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2016년 6월 6일 아내와 몰래 만나 온 12살 연하남에게 차로 돌진한 남성이 법원의 선처를 받았다.

해당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
2015년 8월 당시 35세였던 회사원 A씨는 동갑내기 아내의 휴대전화 메시지를 통해 아내가 다른 남자를 만나는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아내를 차에 태우고 메시지 속 그 남성에게 아내 휴대전화로 만나자고 하고 지하철역 앞으로 향했다.

아내는 “직업 없는 서른 살 남자”라고 했지만, 약속 장소에 나타난 남성은 놀랍게도 전날 집에서 함께 술을 마신 아내의 전 직장 동료 B(당시 23)씨였다.

격분한 A씨는 길에서 주운 각목을 휘둘렀고 놀란 B씨는 차로를 가로지르며 도망쳤다.

A씨는 차를 몰고 B씨를 쫓았고, 한 골목에서 가속 페달을 밟아 그대로 들이받았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은 A씨는 각목으로 B씨를 수십 차례 때렸고 경찰이 출동하고서야 폭행을 멈췄다. B씨는 갈비뼈가 부러지고 머리를 다치는 등 전치 8주의 중상을 입었다.

인천지법 부천지원 형사1부(이언학 부장판사)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A씨는 “아내가 바람을 핀 상대방이 평소 알고 지낸 남성이란 사실을 알고 우발적으로 그랬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가 차량과 충돌하거나 차량에 깔리면 사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차량 충격 후에도 각목으로 피해자를 마구 구타해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다만 “피고인은 가정과 직장에서 성실하게 생활한 평범한 가장이었다”며 “불륜으로 시작돼 살인미수로 끝난 비극으로 인해 피해자뿐 아니라 피고인과 다른 가족들도 쉽게 치유될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어린 딸과 가정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에서 아내의 부정을 용서하고 감싸면서 어떠한 벌도 달게받겠다며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다”며 “피해자의 치료비 중 일부를 지급했고 3500만 원을 공탁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당시 법조계 인사는 “피고인이 비록 살인미수죄를 저질렀지만 아내와 불륜 상대방이 범행을 유발한 측면이 있어 이례적으로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