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지영의 기자
2023.12.11 05:00:00
[부동산 시장 뇌관 떠오른 물류센터]
가치 추락하는 물류센터 매각 실패
환매연기 속 투자자-운용사 갈등 고조
투자자 “임차 보증금 가압류 숨기고 부실운용”
운용사 측 “고지의무 없다”
[이데일리 지영의 안혜신 기자] H대체투자자산운용이 매입해 둔 한 수도권 물류창고가 만기 전 매각에 실패하면서 투자자와 운용사 간 갈등이 불거졌다. 배당이 일찌감치 중단된 상황에서 만기 연장 실패로 펀드가 환매연기 상태로 들어가자 불만이 높아진 투자사 측에서 운용사의 운용 과실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물류창고 임대보증금에 가압류가 들어왔음에도 투자자 및 판매사에 일체 고지하지 않았다며 투자한 기업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반면 H대체운용 측은 투자에 영향이 없는 중요하지 않은 사안이라 고지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최근 공급 과잉으로 물류창고 가치가 떨어지면서 손실이 불가피해진 투자자와 운용사 등 물류창고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갈등이 증폭되는 모양새다.
10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H대체운용이 투자자들을 모아 매입한 수도권 소재 물류창고에 재간접 형태로 투자하는 A사모부동산펀드가 최근 금융감독원(금감원)에 환매연기 등록됐다. 환매연기란 자산 처분 실패 등으로 집합투자규약에서 정한 환매일 전까지 자금을 돌려줄 수 없는 경우 환매 기한을 미루는 것을 말한다.
당초 A재간접펀드의 만기는 지난 9월이었으나 H대체운용 측이 만기 전 물류창고 매각에 실패하면서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돌려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H대체운용 측은 펀드 만기 연장을 시도했으나 투자자 전원을 설득하는 데 실패하면서 연장도 무산됐다. 이달 말 중 환매 연기 관련 총회를 열고 수익자를 모아 관련 사안 논의를 재진행할 전망이다.
환매연기 배경에는 선순위 투자자의 높은 거부감이 있었다. A재간접펀드 자체가 이미 지난 상반기부터 배당이 중단돼 사실상 무수익자산으로 전락한 상황이다. H대체운용 측은 유한회사(SPC)를 설립해 물류창고를 1100억원대에 매입하면서 대출을 담보인정비율(LTV) 65% 수준으로 받았다. 대출금리가 치솟자 임차인이 납부하는 임대료로 모조리 대출이자를 충당해야하는 상황이 됐다. 수익자 측에서는 무수익자산이 된 수익권을 들고 추가 매각 시도를 하거나 경공매에 넘기는 등 제3의 청산 대안을 기다리게 됐다.
여기에 물류 관련 부동산 자산의 가치가 계속 떨어지는 점도 투자자의 불안을 자극한 요인이다. 실제 상업용 부동산 전문 기업 알스퀘어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수도권 물류센터 3.3㎡당 평균 거래가격은 596만원으로 지난해 하반기 대비 23% 하락했다. 평균 실거래 시세를 감안하면 사실상 매입가 대비 낮은 가격에 매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미 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불확실한 매각을 기다릴 수 없었던 셈이다. A재간접펀드는 배당 중단 및 환매연기 상태로 들어갔지만, H대체운용 측이 SPC 존속기한을 연장하면서 지속적으로 운용보수를 수령하는 점도 투자자 불만을 키웠다.
한 선순위 투자사 측은 “손실 위기 속에도 운영사가 챙겨가는 보수가 연간 3억원대 수준”이라며 “응당 수익자가 수익 배분을 받아야할 시기가 도래했는데도 그렇게(환매) 운용하지 못했으면서 SPC는 연장되고 운용보수는 받아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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