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해 숨진 딸장례식에 불참한 부모.."술마시고 늦잠"[그해 오늘]

by전재욱 기자
2023.06.02 00:03:00

2019년 6월2일, 인천 부평서 숨진채 발견된 7개월 영아
부모가 서로 양육 떠밀고 집나간 새 6일간 방치돼 사망
미성년범이라 양형 들쑥날쑥..부부 각각 징역 10년씩 확정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2019년 6월2일. 인천 부평구에 있는 딸 부부 집을 방문한 중년 여성은 황급히 손녀부터 찾았다. 딸의 친구로부터 손녀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연락을 받은 터라서 불안했다. 생후 7개월 난 손녀는 거실에 놓인 라면 상자에 놓여 있었다. 숨이 끊긴 채였다.

(사진=게티이미지)
아이의 부모는 당시 스물한 살 A씨와 열여덟 살 B씨(여)였다. 2018년 11월 얻은 딸은 축복이었다. 부모의 집에 얹혀살던 부부는 2019년 3월 독립해 동거를 시작했다. 나이는 비록 상대적으로 어리지만 스스로 힘으로 아이를 키워보려고 한 것이다. A씨는 주로 밖에서 돈을 벌었고, B씨가 양육을 사실상 전담했다.

동거는 곧 위기를 맞았다. 여자관계가 복잡한 A씨는 외박하는 날이 많았다. B씨는 남편의 외도를 의심하고 집착했다. 그러면서 양육을 홀로 감당하는 데 대한 정신적인 불만과 육체적인 피로를 호소했다. 부부는 싸우는 날이 잦았고 관계는 날로 악화해갔다.

그럴수록 A씨가 집에 들어오지 않는 날이 더 많아졌고, B씨와 딸을 두고 외출하기가 일쑤였다. B씨도 남편에게 불만을 품고 외출하기 시작했다. 양육의 책임을 함께 지자는 것이었다. 결국, 두 사람 모두가 집을 비우는 상황이 발생했다. 2019년 5월26일, 집에는 아이와 반려견 두 마리만 남게 됐다.

A씨와 B씨는 서로 육아를 떠넘기며 유흥을 즐겼다. 간간이 집에 들러 아이에게 분유만 먹이고 집을 떴다. 돌봄을 받지 못한 반려견 탓에 집안은 난리였다. 배변과 쓰레기가 뒹굴었다. 스트레스를 받은 반려견은 아이를 공격했다. 부모가 집을 비운 엿새 동안 아이는 굶주림과 공격에 지쳐가다가 숨을 거뒀다.



집으로 돌아온 부부는 아이를 발견하고 라면 상자에 두고 옷가지로 덮었다. 사태를 수습하려는 게 아니라 외면하려고 한 것이다. 아이가 숨진 지 사흘째, B씨의 모친이 집을 찾아가 아이의 시신을 발견했다. 조부모가 차린 아이의 장례식에 A씨와 B씨는 나타나지 않았다. 술에 취해 잠을 자느라 그랬다고 한다.

부부는 살인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20년을, B씨에게 단기 7년~장기 15년의 징역형을 각각 선고했다. 판결 당시 B씨는 소년범(미성년자)이었다. 소년범은 교화 가능성을 열어두고자 단기부터 장기까지 기간을 정해 부정기형을 선고한다.

항소심은 A씨에게 징역 10년을, B씨에게 징역 7년을 각각 선고했다. 검찰이 항소하지 않고 부부만 항소한 터라서,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하지 못했다.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이 적용된 것이다. 그래서 B씨에게 단기형을 적용해 징역 7년을, A씨에게는 B씨와 형평성을 고려해 징역 10년을 각각 적용했다. 검찰의 대처와 법원의 감형이 국민 법감정을 거스른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대법원에서 사건은 파기됐다. 소년범에게 정기형을 선고하려면 단기와 장기의 중간 정도로 형량을 정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B씨의 징역 7년이 가벼우니 늘리라는 것이다. 다만, A씨의 형량은 그대로 확정됐다. 파기 환송심에서 B씨에게 징역 10년이 선고돼 이후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