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2032년 신차 3분의2 전기차로, 유럽 2035년 내연기관차 퇴출
by장영은 기자
2023.04.10 04:00:00
내연기관차 퇴출 나서는 EU①
美도 12일 탄소배출 규제안 발표
기후위기 대응·中 전기차 견제 시장선점 목적도
[이데일리 장영은 김상윤 김성진 기자] 미국이 자동차 탄소 배출 기준을 강화해 2032년까지 판매되는 신차의 67%를 전기차로 대체할 방침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신차 가운데 전기차 비중이 5.8%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과감한 목표다. 유럽연합(EU)은 이보다 더 나아가 2035년부터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현재 신차 판매량의 80%에 달하는 내연기관차를 불과 10여 년만에 자동차 시장에서 퇴출시키겠다는 것이다. 기후 위기 대응 차원에서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미국과 EU의 이번 결정으로 세계 자동차산업의 전기차 전환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8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환경보호청(EPA)이 오는 12일 승용차 및 소형트럭 탄소배출 규제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규제안은 2027~2032년 총판매 차량의 배출가스 한도를 제한하면서 자동차업체들이 사실상 2032년까지 전체 신차의 3분의2를 전기차로 대체하는 방식을 취할 전망이다. 지난해 입법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자동차구매자에게 최대 7500달러의 세금공제를 해주는 인센티브만으로는 기후목표를 달성하기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에 규제안도 꺼내 든 것으로 풀이된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그간 2030년까지 전체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차 판매의 절반을 전기차로 채우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이번 규제안은 그보다도 더 급진적인 것이다.
NYT는 “교통수단은 미국에서 생성된 온실가스의 가장 큰 원천”이라면서 “현재 5.8%에 불과한 전기차 보급률을 고려하면 EPA의 안은 도전적인 목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각 주 (州)별로는 내연기관차 판매를 아예 중단하는 목표도 세우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 50개 주 중 인구가 가장 많아 미국 내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꼽히는 캘리포니아는 EU와 같이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신차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다. 메사추세츠, 뉴저지, 워싱턴주도 2030~2035년에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금지할 예정이다.
다만 이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걸림돌이 적지 않다. 전기차는 여전히 비싸고, 미·중 갈등이 거센 가운데 배터리 등 핵심부품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전기차 이용자들이 빠르고 편하게 충전할 수 있는 수백만개의 급속충전소도 필요하다.
EU는 더 강력한 ‘내연기관차 퇴출법’을 지난달 27일 통과시켰다. 2035년부터 역내에서 판매되는 신규 승용차 및 승합차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전면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새 규정이다. EU 탄소 배출량의 25%가량을 차지하는 내연기관차를 없애고 친환경차로 본격 전환하겠다는 취지다.
새규정에 따르면 2030∼2034년 EU에서 판매되는 신차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21년에 비해 승용차는 55%, 승합차는 50% 의무적으로 감축해야 한다. 2035년부터는 신규 승용차 및 승합차의 이산화탄소 배출이 아예 금지돼 사실상 기존 휘발유·경유 차는 팔 수 없게 된다. 다만 합성연료(e퓨얼)를 쓰는 내연기관차는 예외로 하고 판매를 허용키로 했다.
이는 오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넷제로·탄소 배출량과 감축량을 합해 0이 되도록 하는 것)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대규모 탄소 배출 감축 계획의 일환이다. 유럽은 기후 변화 위기의 피해를 가장 크게 보고 있는 지역으로 꼽힌다. 일부 국가에서는 지구 온난화 등 이상 기후로 해수면이 높아지면서 국가 존속의 위기까지 언급되고 있는 상황이다.
내연기관차 퇴출 관련 협상을 주도한 유럽의회 의원들은 이 법이 자동차 업계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정부의 지원과 규모의 경제 효과를 이끌어 내면서 친환경 차량의 구입비와 유지비를 낮출 것으로 기대했다.
전기차의 상대적으로 높은 구입·유지 비용은 전기차 전환에 큰 걸림돌이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올해 초 독일·노르웨이·스웨덴 등 EU 내에서도 전동화를 이끌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들의 전기차 판매가 지난해에 비해 감소했는데 보조금 축소와 충전 비용 상승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전기차 전환으로의 방향성이 확실해지면 초기 비용 부담에도 신차 구매시 전기차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날 것이고, 일부 국가에선 세제혜택 등 전기차 보조금도 집행될 공산이 크다.
| 유럽연합은 지난달 말 내연기관 신차의 판매를 2035년부터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최종 통과 시켰다.(사진= 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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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EU가 전기차 전환을 서두르는 것이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산 전기차를 견제하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나온다. 독일 자동차 제조사를 중심으로 기존 내연기관차 시장의 주도권을 갖고 있는 EU가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결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중국 국무원은 2021년 ‘신에너지차 기술 로드맵 2.0’를 통해 2035년까지 신차 판매에서 전기차 비중을 50%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지역별 독자적인 내연기관차 퇴출 계획도 나왔다. ‘중국의 하와이’로 불리는 하이난성은 2030년부터 휘발유와 디젤 차량 판매를 금지하고 전기차 구입시 감세 혜택을 준다고 밝혔다.
EU 외에도 영국은 2030, 캐나다는 2040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할 계획이다. 이스라엘과 싱가포르는 2030년부터 내연기관 신차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EU 회원국인 노르웨이는 전체 EU가 정한 시한보다 10년이나 이른 202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교통부 통계를 보면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전년동기대비 63.8% 증가한 16만4482대로 집계됐다. 성장세는 가파르지만 전체 판매량(168만5028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수준이다.
한국은 정부 차원에서는 아직 내연기관차 퇴출이나 전기차 신차 판매 비율 등을 구체적인 규제안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의 신규등록을 금지하겠다’는 공약을 냈지만, 그 이후 현재까지 구체화된 내용은 없다.
내연기관차 판매 규제보다는 친환경차 보급 확대에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있다. 올해 누적 70만대의 무공해차 보급 목표를 세운 정부는 2030년까지 이를 총 450만대까지 늘리기 위해 정책적 지원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 차원에서는 내연기관차 퇴출 계획이 발표된 바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9월 2035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를 새로 구매해도 서울시에서는 등록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은 대기질 개선 종합대책을 내놨다. 2050년까지는 아예 내연기관차가 도로를 달릴 수 없도록 하는 계획도 담았다. 국토부나 환경부와 협의가 이뤄져야 할 사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