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지영의 기자
2022.12.15 06:29:14
자금줄 마른 증권사, ELB로 개미자금 모으기
사실상 유사수신행위…발행어음 규제도 우회
증권사 문제 생기면 ELB도 손실…금감원은 방임
개인투자자 손실 위험…동양증권 사태의 악몽 '스멀스멀'
[이데일리 지영의 기자] 자금줄이 마른 증권사들이 고금리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를 대거 발행해 개인투자자 자금을 동원하고 있다. 증권사의 유동성 위기와 부실화 위험이 개인투자자들에게 전이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고음이 높아지고 있다.
1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 연초 이후 이날까지 발행된 ELB 규모는 총 13조4340억원으로 전년 동기(8조9269억원) 대비 50% 급증했다. 특히 단기물량을 대거 쏟아내는 양상이다. 만기구조를 보면 3개월 이하 초단기물이 1조6425억원으로 전년비 3802% 폭증했다. 3개월에서 6개월 사이 물량도 2조6652억원으로 540% 늘었다. 중소형사의 발행이 크게 늘어 현대차증권과 키움증권·교보증권·유진투자증권·한화투자증권 등이 줄줄이 발행 10위권 내에 올랐다.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증권사들이 고금리를 내걸고 개인투자자 자금을 끌어모으기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대체로 만기가 1년이 되지 않고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어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ELB 투자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증권사들이 얹어주는 약정 금리는 7% 안팎이다. 기초자산 동향에 따른 금리 지급 조건이 있으나 맞추지 못할 가능성은 없는 수준으로, 사실상 ‘묻지마’ 고금리형 상품인 셈이다.
발행 상품 구조를 보면 한화투자증권이 코스피20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한화스마트ELB 392호의 경우 만기 6개월로 만기평가일 가격이 최초 기준가격의 600% 미만인 경우 연 6.70%를, 600% 이상인 경우 연 6.71%를 지급한다. 비슷한 시기에 발행한 SK증권·한국투자증권·메리츠증권 등의 경우도 금리지급 구조가 크게 다르지 않다.
확보한 자금은 증권사 내부에 ‘급한 불’ 끄기에 이용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ELB로 끌어온 자금은 부동산 PF 관련 어음 등 차환이 막힌 곳에 돌려막기로 사용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ELB 운용 자산은 헤지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맞지만 급한 증권사들이 위험자산에 붓는대도 막을 방법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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