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컴퓨터로 200만년 기후 분석..인류가 살 수 없는 지역 늘어날 것

by강민구 기자
2022.04.14 01:00:00

악셀 팀머만 기초과학연구원 기후물리 연구단장
한국, 독일, 스위스 공동연구팀 성과
오늘 국제학술지 '네이처' 게재
향후 100년간 지구 기온 5도 올라
"수백만년 기후변화 100년만에..탄소 배출 줄여야"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수백만년 동안 이뤄진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 기온 상승이 100년안에 이뤄질 수 있습니다. 사막화되거나 침수되는 지역이 많아져 고대 인류처럼 거주지를 이동해야 하는 사례가 되풀이될 수 있습니다.”

악셀 팀머만 기초과학연구원 기후물리연구단장은 1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자단과 가진 연구성과 사전 브리핑에서 이같이 우려했다.

그는 “과거 기후 변화가 느리게 진행되면서 수천년 이상 인류가 적응할 시간을 확보해 인류 종 진화로 이어졌던 것과 달리 지구 평균 기온이 100년안에 비슷한 수준으로 상승할 수 있기 때문에 가파른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며 “기후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앞으로 인류가 살 수 없는 지역이 늘어나는 것과 같은 피해가 속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이 같은 견해를 밝힌 이유는 기후모델과 고고학 자료를 통해 기후변화에 따라 인류 거주지가 바뀌었고, 인류 종도 진화했다는 고고학적 가설을 뒷받침할 과학적 사실을 슈퍼컴퓨터 ‘알레프’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악셀 팀머만 단장 연구팀은 독일, 스위스 연구팀과 함께 관련 연구성과를 14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했다.

인류 진화는 생물학적으로 300만년 전 동아프리카 사바나에서 출현한 호모 종과 연관이 깊다. 호모 에렉투스,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 등으로 진화를 거듭하며 현재 유일하게 생존한 호모사피엔스까지 진화를 거듭했다.



악셀 팀머만 단장.(사진=기초과학연구원)
지난 200만년 동안에는 빙하기·간빙기 주기가 약 4만년 주기에서 100만년 주기로 길어지는 기후변화가 발생했다. 이러한 기후의 시간적 변화는 인류 조상의 집단이 살았던 장소와 시기를 결정하는데 핵심 역할을 하고, 생물학적인 인류 종을 구분하는데에도 영향을 끼쳤다.

국제 공동연구팀은 화석 유골과 고고학 유물 자료를 이러한 가설이 이뤄졌지만, 기후와 인류 종 변화와의 관계 등 과학적 근거 자료가 부족했다는 점에서 연구에 나섰다. 연구팀은 슈퍼컴퓨터에 대륙 빙하, 온실가스 농도, 식생, 기후변화를 유발하는 천문학적 요소, 고고학적 기록 등 각종 자료를 넣어 6개월 동안 분석했다. 인류가 살았던 시기와 장소의 기후 조건과 인류 종이 시대별로 살았던 서식지를 추정할 수 있는 시공간 지도도 구축해 분석한 결과 기후변화와 인류 진화가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가령 200만년전 초기 아프리카 인류는 안정적인 기후 조건을 선호해 특정 지역에만 거주했다. 하지만 80만년 전 기후변화가 크게 작용하면서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 종은 식량 자원을 찾아 유럽과 동아시아의 먼 지역까지 이동했다.

연구팀은 200만년이라는 긴 시간을 대상으로 시뮬레이션을 하고, 고고학적 자료와 비교하며 상대적으로 정확성을 입증했다. 악셀 팀머만 단장은 “이번 연구로 재구성한 기후 기반 혈통은 유전자 정보나 인간 화석의 형태학적 차이 분석에서 얻은 최근의 추정치와 유사했다”며 “대륙 빙하의 증감, 과거 온실가스 농도 변화에 따른 기후 반응, 약 80만년전 발생한 빙하기·간빙기 주기의 뚜렷한 기후 변화 등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과거 역사가 미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악셀 팀머만 단장은 최근 국제 학계에서 지구 기온 5도 상승이 100년 안에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이번 연구를 참고하며 과학적인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탄소, 메탄 배출량 줄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며 과학적으로 풀어야 한다”며 “지구 평균 기온은 계속 올라가고 있기 때문에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한편 인류 거주지 변화 등 앞으로 발생할 문제들도 미리 대응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