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2.04.13 05:00:00
시민단체의 국고 보조금 처리 등 회계 집행 전반에 대한 정부의 감시(모니터링)활동이 강화될 전망이다. 감사원은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보고를 통해 “시민단체의 회계 집행·처리에 대한 모니터링과 자문 업무를 실시하도록 하겠다”며 “국고보조금 사업부터 우선 적용한 후 기부금까지 확대 추진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인수위가 행정안전부와 감사원에 시민단체 회계업무 지원 및 투명화 대책 마련을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감사원과 행안부는 구체적인 방안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단체 회계 집행의 투명성 문제는 느닷없이 튀어나온 게 아니다. 보조금 사용을 감독하고 환수하는 작업은 보조금을 지급한 중앙 부처와 지자체가 하도록 돼 있지만 시민단체가 워낙 많은데다 감시의 눈길이 제대로 미치지 않아 방치에 가까웠을 뿐이다. 작년 말 기준, 행안부 등록 시민단체 수가 1만 5000여개에 이르고 보조금을 받는 단체가 최소 1500개에 달하는 현실에서 현미경 감사는 없다시피 했다는 것이다. 보조금만 주고 감시, 점검은 소홀히 한 것이니 문제가 있다 해도 바로 잡아내고 책임을 묻기 힘들었을 게 뻔하다.
정의기억연대 전 이사장이었던 윤미향 의원(무소속)이 수억원대의 후원금과 보조금 횡령 혐의로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재판에 넘겨졌지만 감시 사각지대를 틈탄 시민단체의 부정,비리는 고질적 환부라는 게 많은 이들의 지적이다. 시민단체를 정치적 목적에 이용한 정부와 지자체의 빗나간 행태도 부정을 부추기고 있다.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서울시의 시민단체 공모사업은 2016년 641억원에서 지난해 2353억원으로 3.7배나 늘었다. 용도를 꼼꼼히 따지지 않은 채 국민 세금을 마구 몰아준 정황을 부인하기 어렵다.
2020년 5월 여론조사(리얼미터)에서 응답자의 53.2%는 “시민단체가 외부 회계기관의 감사를 받도록 의무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학계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활동은 보장하되 국고보조금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렇다면 시민단체들이 택할 길은 분명해진다. 감시 강화에 앞서 자발적으로 회계의 투명성을 높이고 시민사회의 공익을 추구하는 본연의 자세를 더 확실히 보여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