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덕 "'사도광산'은 역이용 기회…여론전으로 일본 압박해야"

by이윤정 기자
2022.02.08 05:00:00

강제노역 현장 유산 등재 추진 논란
"일본의 역사 왜곡 알리는 계기로 삼아야"
다국어 영상 제작 등으로 총력전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일본의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 추진을 역이용해서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간의 역사 왜곡 행태를 국외에 널리 알림으로써 국제 여론전으로 일본 정부를 압박하는 게 중요하다.”

한국홍보전문가로 잘 알려진 서경덕(48) 성신여자대학교 교수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사도광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온 국민이 총력을 다해 여론전을 펼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 교수는 “아무리 센 나라라고 해도 세계적인 여론 앞에서는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서 일본은 지난달 조선인 강제노역이 행해졌던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천한다고 공식 발표해 논란을 야기했다.

서 교수는 7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어두운 역사를 배제한 채 세계문화유산 추천이 이루어져선 안된다”며 “정부는 정부대로 외교적인 대응에 집중하고, 민간에서는 외국 네티즌에게 역사가 왜곡됐음을 알리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도광산을 대표하는 아이카와 금은산에 메이지 시대 이후 건설된 경도. 구불구불하고 좁은 에도시대 경도와 달리 비교적 넓고 매끈하게 뚫려 있다(사진=연합뉴스).
일본 니가타현에 있는 사도광산은 1601년부터 1989년까지 운영됐던 일본 최대 광산이다. 우리에게는 일제강점기에 조선인 강제노역이 이뤄진 역사적 아픔이 있는 곳이다. 하지만 일본은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추천 자료에 대상 기간을 ‘센고쿠 시대(1467∼1590년) 말부터 에도시대(1603∼1867년)’로 한정해 세계 최대 금 생산지였다는 점만 부각시켜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 중이다.

“세계문화유산이라는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단편적인 부분이 아닌 전체 역사가 공유돼야 한다. 어두운 그림자는 인위적으로 감춘다고 해서 없어지는 게 아니다. 사도광산에 관한 풀스토리를 유네스코 위원국에 널리 알려야만 하는 이유다.”

서 교수는 일본의 기간 설정을 조건으로 하는 문화유산 등재 추진에 대해 “역사를 왜곡하기 위한 전형적인 꼼수”라며 “일본 측에서는 전략적이라고 자평할지 몰라도 자충수를 둔 셈”이라고 비판했다.



일본 정부는 앞서 2015년 ‘군함도’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면서 시설 설치를 통해 ‘조선인 강제노역 사실을 알리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7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서 교수는 “일본의 과거 행태를 생각해보면 이번 사도광산 사태도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라 놀랍지 않다”면서도 “다시 한번 군함도와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우리가 좀 더 신경을 써야한다”고 강조했다.

그간 서 교수는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해왔다. 2005년 ‘DOKDO IS KOREAN TERRITORY’(독도는 한국의 땅입니다)란 문구를 ‘뉴욕타임스’ 지면에 게재하면서 한국과 일본에서 화제가 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이후로도 독도와 위안부 문제, 김치 조롱 등 한국의 문화가 왜곡되거나 경시당하는 일에는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바로잡기에 앞장서왔다. 그가 ‘한국 알리미’라는 별칭을 얻은 것도 이러한 연유다.

한일 외교전으로 번지고 있는 ‘사도광산’ 문제에도 가만 있을리 없다. 서 교수는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민간 차원에서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볼 예정”이라며 “다국어 영상을 제작하고,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 옥외광고를 띄우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는 전문가 실사를 포함한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의 사전 심사를 거쳐 내년 6~7월께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 여부를 최종 결정할 전망이다. 세계유산으로 채택되려면 21개국으로 구성된 세계유산위원회에서 3분의2 이상인 14개국이 찬성해야 한다. 일본은 작년 11월부터 세계유산위 위원국으로 활동하고 있다.

서 교수는 “결과 발표까지 1년 4개월여가 남았는데 총력전을 펼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며 “차분히 대응하면서 사도광산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일은 절대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일본의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에 대응해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강제노역 사례까지 한꺼번에 알리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가능한 한 많은 자료를 모으고 증빙을 해서 일본 정부를 곤란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