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 내내 객석 압도..한 번 맛보면 또 찾는 '마라맛' 뮤지컬

by윤종성 기자
2021.12.23 05:30:01

[리뷰]뮤지컬 ''프랑켄슈타인''
국내 창작뮤지컬 역사에 한 획
탄탄한 스토리에 압도적 스케일
7년 지났지만…''그 명성 그대로''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탄탄한 이야기와 귀를 때리는 넘버(노래), 압도적인 스케일, 의미심장한 메시지까지…. 그 명성 그대로, 완벽에 가까운 만듦새를 보여준다. 국내 창작뮤지컬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얘기다. 2014년 대중에 첫선을 보인 뒤 무려 7년이 지났지만, 필적할 만한 창작뮤지컬을 찾기 힘들다. ‘프랑켄슈타인’은 여전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독보적 매력을 발산하며 연말 공연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공연 장면(사진=뉴컨텐츠컴퍼니)
메리 셸리의 동명 소설이 원작인 ‘프랑켄슈타인’은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전쟁에서 죽지 않는 군인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던 중 앙리 뒤프레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빅터는 자기 대신 누명을 쓰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앙리의 몸에 새 생명을 불어넣지만, 그의 영혼까지 소생시키지는 못한다. 앙리가 아닌 괴물로 살아가게 된 빅터의 피조물은 인간에게 버려지고 이용당하며 자신의 창조주 빅터를 향한 복수를 시작한다. 신이 되려 했던 인간과 인간을 동경했던 피조물, 두 남자의 이야기는 인간의 이기심과 욕망, 생명의 본질 등 묵직한 주제를 던진다.

주요 배역 배우들이 성격과 외모가 전혀 다른 1인 2역 연기를 펼치며 어두운 극의 분위기를 환기시킨 연출도 탁월하다. 배우들은 1막과 2막에서 눈빛, 표정, 말투, 목소리 등 180도 달라진 모습을 선보여 눈을 의심케 한다. 1인 2역이라는 걸 알아채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고뇌하는 과학자 ‘빅터’는 촐싹대고 능청스러운 ‘자크’로, 부드럽고 이성적인 ‘앙리’는 분노로 가득찬 ‘괴물’로 변신한다. 동생에게 한없이 헌신적인 ‘엘렌’(빅터 누나)은 피도 눈물도 없는 ‘에바’로, 지고지순한 ‘줄리아’(빅터의 약혼녀)는 자유를 위해 배신하는 ‘까뜨린느’로 변한다. 고고한 귀족과 밑바닥 인생을 오가는 배우들의 열연은 인간의 이중성을 극적으로 전달한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공연 장면(사진=뉴컨텐츠컴퍼니)
쩌렁쩌렁 울리는 힘있는 넘버는 극이 주는 슬픔과 박진감을 더하며 감동을 배가한다. 앙리가 단두대에 올라가며 부르는 ‘너의 꿈 속에서’, 빅터가 앙리의 잘린 머리를 들고 부르는 ‘위대한 생명창조의 역사가 시작된다’, 까뜨린느의 처절한 감정을 표현한 ‘산다는 거’, 시원한 고음의 ‘난 괴물’ 등 관객들을 매료시키는 중독성 강한 넘버들이 넘쳐 난다. 성인 못지않은 연기력과 집중력을 보여준 아역 배우들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3시간 러닝타임 내내 극강의 몰입감으로 관객들을 무섭게 빨아들이는 ‘프랑켄슈타인’은 강렬하고 자극적인 ‘마라 맛’ 뮤지컬이다. 맵지만 계속 찾게 되는 것이 향신료 ‘마라’의 맛과 비슷하다는 의미다. 창작뮤지컬의 정점, 신기원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다. 이번 시즌 민우혁, 전동석, 규현, 박은태, 카이, 정택운, 해나, 이봄소리, 서지영, 김지우, 이희정, 서현철, 김대종, 이정수 등이 출연한다. 내년 2월 20일까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공연한다. 관람료는 7만~15만원. ★★★★★(명예의전당)

※별점=★★★★★(5개 만점, 별 갯수가 많을 수록 추천 공연)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공연 장면(사진=뉴컨텐츠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