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SG 기준 '양날의 검' 우려…"다양한 철학 담아야"

by양희동 기자
2021.09.09 00:30:00

[GAIC2021]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대체투자 시장 더욱 주목받아
대체투자 시장서 ESG 바람 거세…수치화 접목 필요
''K-ESG'' 기준 제시…획일화보단 다양한 철학 담아야

[이데일리 양희동 김겨레 기자] “ESG(환경·사회적 책임·지배구조) 자체가 구체적인 수익률과 알파(초과수익)을 창출하는데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8일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열린 이데일리 2021 글로벌 대체투자 컨퍼런스(GAIC 2021)의 첫번째 세션에선 ‘ESG스코어링 시스템…어떻게 평가하고 반영할 것인가’를 주제로 국내외 전문가들이 ESG를 대체투자에 활용하기 위한 평가 기준 등에 대한 발표와 대담이 이뤄졌다. 이날 주제 발표는 정삼영 연세대 교수 겸 한국대체투자연구원 원장과 앤드류 앙 블랙록자산운용 전무 등이 맡았다. 또 이어진 대담에선 정삼영 교수를 좌장으로 앤드류 앙 전무, 윤진수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본부장, 안상희 대신경제연구소 책임투자센터장 등이 패널로 참석했다.

정삼영(오른쪽) 연세대 교수 겸 한국대체투자연구원 원장과 앤드류 앙 블랙록 자산운용 전무가 8일 GAIC 2021에서 비대면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영상 갈무리)
정삼영 교수는 이날 ‘대체 투자 그리고 ESG : 정상 상태로 가는 길’이란 발표에서 “큰 자금을 가진 LP들은 대체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비유동적이란 단점을 생각하면 ESG리스크가 훨씬 크고 관리해야하는 시장”이라며 “사모펀드는 한번 엑시트하는데 7~10년 걸리고 ESG 리스크가 발생할 확률도 주식·채권보다 훨씬 크다는 점을 인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올 한해 눈 여겨봐야할 시장이 대체투자인 만큼 ESG 중요성은 더 커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대체투자 시장의 양대 추세 중 하나로 ESG 바람이 불고 있고 전 세계가 거기로 가고 있다”며 “대체투자에서 그린빌딩(친환경 건물) 위주로 리츠 포트폴리오를 담거나 모든 인프라 프로젝트에 ESG를 고려한다”고 설명했다.kwh

하지만 정 교수는 국내에선 ESG 스코어링(수치화)이 해외에 비해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식이나 채권 등 전통적인 투자와 비교할 때 대체투자에서는 ESG를 스코어링해 접목하는데 큰 진척이 없다”며 “대체투자 현실에선 ESG 스코어링 자체가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ESG 인프라-스코어링 시스템, 데이터, 정책’를 주제로 발표한 앤드류 앙 전무는 ESG 스코어링에 대해 “블랙록은 대체투자에 있어서 ESG를 두 개 그룹으로 먼저 분류한다. 하나는 유동성이 있는 대체투자는 다양한 매수·매도 포지션을 통해 ESG 신호를 활용, 알파를 찾는데 접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非)유동적인 사모펀드 쪽에선 특허나 지적재산권 등을 활용하면 비상장 기업도 관련 성과를 내고 있어 파악이 가능하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문헌, 뉴스검색 등을 딥러닝이나 기계학습 등도 사모펀드 시장에 접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ESG 활용은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가장 좋은 정보는 흔하지 않은 정보이고, 앞으로 수십년 동안 이를 개발할 가능성도 크다”며 “알파를 창출할 수 있는 동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 이후 이어진 대담에선 연기금 등 LP들이 투자집행에 있어 ESG를 활용해 평가 및 수치화하는 것에 대한 장·단점에 대한 토론도 이뤄졌다.

윤진수 본부장은 “정책 금융기관들이 ESG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위탁 운용사(GP)에게 단기적으로는 부담이 될 수도 있다”면서도 “국내 PEF 중 ESG를 내실있게 준비하는 곳도 있고 LP들의 책임 투자에 대한 내실화가 GP에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관련 평가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점도 내실화의 기회”라며 “평가 및 정보 도출의 방법 등은 아직도 많은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전했다.

국내 ESG 평가기관이 MSCI 등 해외 ESG 평가 지표와 비교하면 미흡한 점이 많은 만큼 보완할 사안에 대한 의견도 오갔다.

안상희 센터장은 “한국의 ESG평가가 본격화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지속가능보고서, 홈페이지, 공시 등 관련 평가를 할 수 있는 정보 공개가 필수적”이라며 “정보공개를 위해 필요한 장치들이 대부분 거버넌스(지배구조) 중심이라 ‘E’·‘S’ 쪽으로 많이 이뤄져야 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정부가 ‘K-ESG’ 지표를 만드는 등 평가 기준 표준화에 대해선 획일화의 우려가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안상희 센터장은 “평가 기준에 대한 표준화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양날의 검’이다”라며 “신용평가사들이 다양한 기준을 가지고 있듯 획일적 표준화는 지양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윤진수 본부장도 “지속가능보고서의 경우 기업들이 타이틀에 얽매지 않고 핵심적인 ESG 요소를 발견해서 관리하고 보고하는 형식으로 자율로 정할 수 있는 것”이라며 “정부가 만든 K-ESG가 좋은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보지만 각 평가기관이 방향성이나 철학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