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조 글로벌 PEF 수장의 조언 “혁신적인 비상장사에 투자하라"

by김성훈 기자
2021.09.03 04:00:00

[마켓인]제프 디엘 ASP 투자 대표 인터뷰
''코로나19 이후 반등에 베팅한다'' 분석
ESG 테마가 ''포스트코로나'' 키워드될 것
"매매 타이밍 고른 분산이 수익률 영향"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기존 사업방식을 유지하는 대형 상장사보다는 혁신적인 비상장 회사에 투자하라.”

약 450억 달러(52조원) 자산을 굴리는 글로벌 사모펀드 투자 수장의 메시지는 간결했다. 코로나19로 촉발된 시장의 변화에 맞춰 획기적인 변화가 꿈틀대는 기업들을 골라내는 ‘투자 통찰력’을 길러야 한다고 역설했다.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아담스 스트리트 파트너스(ASP) 제프 디엘(사진·Jeff Diehl) 매니징 파트너 겸 투자 대표는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시장은 매우 두드러진 역동성을 보이고 있어 흥미로운 투자 기회가 열려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인터뷰는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미국 시카고에 있는 제프 디엘 대표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진행됐다.

제프 디엘 아담스 스트리트 파트너스(ASP) 매니징 파트너 겸 투자 대표 (사진=ASP)
코로나19로 주춤하나 싶던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은 올 들어 빅딜(대형거래)을 쏟아내고 있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업 경영권 인수 거래액(잔금 납입 완료 기준)은 19조8846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5조6086억원)의 3.5배로 급증했다

제프 디엘 대표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국내외 투자자들이 과거 경험을 발판 삼아 코로나19 이후 반등에 일제히 베팅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때마침 경기 부양을 위해 꺼내 든 통화·재정 부양책도 유동성 공급에 중대한 역할을 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ASP 리서치팀에 따르면 글로벌 사모펀드 시장에서 아시아 시장 비중은 지난 2000년 5%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26%로 5배 넘게 증가했다. 제프 디엘 대표는 이러한 성장 배경으로 다양한 투자자들을 유인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원인으로 꼽았다. 최근 국내 자본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이커머스(전자상거래)와 IT(정보통신), 모빌리티, 헬스케어(바이오), 콘텐츠 산업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흐름에 글로벌 사모펀드들도 현지화 전략을 이끌 인재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제프 디엘 대표는 “현재 아시아 자본 시장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우선 순위에 둘 정도로 성숙한 시장”이라며 “(아시아) 국가마다 다양한 사회·경제적 배경이 있음을 고려할 때 현지 사정을 잘 이해하는 투자전문가를 배치하는 일이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제프 디엘 대표는 다만 최근 출렁이기 시작한 금리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추이는 투자 열기에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여러 요인에도 투심이나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유지할 수 있는 투자 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그는 “인플레이션이나 금리 추이가 급격하게 오른다면 밸류에이션 멀티플(기업가치를 산정할 때 쓰는 적정배수) 축소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며 “멀티플 축소 여파에도 투자 매력을 유지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투자대상)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그가 국내 시장에서 주목하는 것은 무엇일까. 제프 디엘 대표는 △소비자 선호(Changing Consumer Preferences) △신기술 도입(Technology adoption) △헬스케어(Healthcare) △엔지니어링 및 제조(Engineering and Manufacturing)등 4가지를 핵심 키워드로 꼽았다.

그는 “예를 들어 헬스케어의 경우는 짧은 시간에 코로나19 백신을 제조하는 등 혁신과 성장 가속화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섹터”라며 “디지털 의료 확대나 원격 관리 고객 수요 등 시장 변화가 지속하며 투자자들에게도 더 많은 기회가 제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자본시장 내 화두로 떠오른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중요성도 언급했다. 예기치 못한 코로나19로 글로벌 투자자들이 부정적 경제 변화를 경험한 상황에서 맹목적인 수익률 추구보다 사회적 기여에 대한 의무가 점차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국민연금이 오는 2022년까지 ESG 투자를 50%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한국 주요 기업들도 ESG 활동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ESG 및 임팩트 투자가 글로벌 투자시장 및 인수합병(M&A) 활동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고려요인이 됐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자본시장에서 현명한 투자 전략은 무엇일까. 제프 디엘 대표는 “오랜 경험이 있는 시장 전문가라 하더라도 좋은 타이밍을 잡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며 “꾸준한 수익률 추구를 위해 (매매 타이밍을) 고르게 분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50년간 이어진 사모(Pricate Equity) 시장 경험에 비춰보면 일정 주기에 따라 투자 타이밍을 분산했을 때 높은 수익률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며 “기관 투자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유동성 자산들의 기대수익률이 낮아졌다는 점을 고려할 때 사모투자 비중을 늘리는 것도 좋은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시카고에 본사를 둔 자산운용규모(AUM) 450억 달러 규모의 사모펀드 운용사인 아담스 스트리트 파트너스(ASP) 매니징 파트너이자 투자 대표다. 코넬대학교에서 학사 학위를 받았으며 하버드대학교에서 MBA를 취득했다. 보스턴 컨설팅·투자회사인 파르테논 그룹을 거쳐 2000년 ASP에 입사했다. 투자 대표 외에도 ASP 포트폴리오 구축 위원회와 집행 위원회 의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