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기술25]"해외보다 2년은 뒤쳐져, 만병통치약 아냐"

by김국배 기자
2021.08.31 01:18:54

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 인터뷰
"국내 규제만 맞추다 갈라파고스" 지적
"넘치는 김치코인, 오더북 공유 금지 규제가 만든 기현상"
"블록체인, 소수 영역에 큰 영향 미칠 것"

[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해외에 비해 2년 이상은 뒤쳐진 상황이라 생각합니다.”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 위원회 위원, 국회 4차 산업혁명 특별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한 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는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국내 블록체인 산업, 기업의 경쟁력을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그가 2017년 가상자산 환전 서비스 ‘체인저’ 등을 제공하는 블록체인 기업 체인파트너스를 차려 운영 중입니다.

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 (사진=체인파트너스)


그는 “거래소, 지갑, 커스터디, 장외 거래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한국은 갈라파고스가 되고 있다”며 “우리나라 규제당국의 요구사항에만 맞추다보니 국제 경쟁력은 퇴보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표 대표는 타 거래소와 ‘오더북(거래 장부)’ 공유가 금지된 상황을 예로 들었습니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 인기있는 가상자산을 국내로 가져오기도, 국내에서만 거래되는 가상자산이 해외로 나가기도 어렵다는 것입니다. 표 대표는 “유동성이 풍부한 곳에서 적은 곳으로 자산이 자유롭게 흐를 수 있어야 시장에 균형이 생긴다”며 “그걸 막으니 지금처럼 한국 점유율이 90% 이상인 코인(김치 코인)들이 넘쳐나는 기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블록체인 기술 전망에 대해선 낙관했습니다. ‘역사상 가장 과대 평가된 기술(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이라는 비판까지 받았던 블록체인이지만, 그는 “앞으로 발전 여지가 크고, 속도도 빠를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그러면서 “2017년만 해도 스마트 계약(금융 등 다양한 거래를 블록체인 기반으로 이행하는 것)은 이론적 수준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스마트 계약을 통한 암호화폐 기반의 다양한 금융 서비스가 출시되며 활발히 이용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상상만 하던 일이 4년만에 현실화됐다는 것이죠.

또 그는 “블록체인이 모든 분야에 적용할 필요는 없으며, 블록체인으로 바꿀 수 있는 문제의 종류도 아주 적을 수 있다”면서도 “소수의 몇 가지 영역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클 것”이라고 했습니다. 블록체인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는 “두 명 이상이 하나의 거래에 참여하며 서로를 맹목적으로 믿어야 할 경우 사용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휴대폰 보험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표 대표는 “휴대폰 보험의 경우 가장 촉각을 곧두세우는 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보험사이며, 잃을 게 없는 제조사와 소비자는 조금만 고장나도 새 것을 받기 위해 ‘전손’ 처리를 하겠다고 할 수 있다”며 “하나의 계약에 대해 기업 간 이해관계가 다른 경우, 누군가 모의하고 기록을 조작할 가능성을 애초에 차단할 수 있는 블록체인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블록체인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시급한 과제로는 ‘인재 양성’을 꼽았습니다. 표 대표는 “퍼블릭 블록체인 개발 인력, 그중에서도 이더리움 등 글로벌 범용 블록체인 개발자와 기획자를 키우는 것이 시급하다”며 “블록체인 인력을 양성해야 국제 경쟁력을 갖는 서비스가 국내에서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