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시장 나온 가상자산 거래소…인수보단 투자가 트렌드

by김연지 기자
2021.07.21 01:00:00

빗썸, 코인원에 지분 투자한 게임사들
리스크 안고 인수 보단 ''발만 걸쳐놓자''
금융당국 신고 수리 이후 명확해질 듯

[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국내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를 바라보는 M&A(인수·합병) 시장 관계자들의 눈길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수 천억 원을 들여서라도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가상자산 가격 급락에 규제 강화까지 더해지자 각종 위험 요소를 온전히 떠안기 보다는 시간을 두고 기다리거나 지분 투자를 통해 발만 들여놓는 식으로 접근하는 모양새다. 2018년부터 M&A 시장에 모습을 드러낸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기존 주주에게 엑시트(자금회수)할 기회를 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빗썸을 비롯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인수 논의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빗썸은 지난 2018년부터 M&A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아왔다. 빗썸코리아의 주요 주주인 빗썸홀딩스는 지난해 말 삼정KPMG를 주관사로 선정해 전체 보유 지분(70%)에 대한 매각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올해 4월 들어 가상자산 가격이 급락하고, 실소유주로 파악되는 이정훈 전 빗썸코리아 의장이 사기 혐의로 검찰에 넘겨지면서 원매자들이 인수전에 급하게 나설 필요가 없는 환경이 조성됐다. 빗썸 측이 기존 매각 입장을 ‘투자 유치’로 선회한 배경이다.

이 가운데 중견 게임사 위메이드는 최근 비덴트가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500억 원을 투자하면서 2대 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위메이드는 앞으로 비덴트를 교두보 삼아 빗썸에 위메이드의 글로벌 사업 노하우를 전수하는 식으로 시너지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위메이드 관계자는 빗썸 인수 가능성에 대해 “민감한 이슈인 만큼, 확언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빗썸 인수를 향해) 단계를 밟아 나가는 과정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위메이드의 이번 지분 투자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추후 빗썸 인수를 염두에 두고 최선의 단계를 밟은 것”이라고 보고 있다. 복잡한 지배구조를 가진 만큼, 당장의 인수가 어려운 데다가 얽혀 있는 소송 건수도 만만치 않다는 설명이다. 특히 금융당국으로부터 신고 수리를 받지 못할 경우 거래소 밸류에이션이 낮아진다는 점도 우려 포인트로 꼽힌다. 차라리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보는 배경이다.

이러한 현상은 올해 3월 게임빌의 코인원 지분 투자를 통해서도 드러났다. 앞서 4월 게임빌은 코인원 주식 8만7474주를 312억 원에 취득했다. 취득 후 지분 비율은 13% 수준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신고 수리 불확실성을 비롯한 당장의 리스크보다는 잠재적인 성장 가능성과 관련 사업 기회가 더 크다고 봤기 때문에 투자라도 단행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임동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국내 4대 거래소로써 실명계좌를 보유하고 유의미한 거래 규모를 유지한다는 점은 뚜렷한 투자 포인트가 될 수 있다”며 “여기에 자본력과 여러 위기 대처 경험을 토대로 가상자산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 노하우 공유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하면 메타버스와 NFT(대체불가능토큰) 시장 진입이 수월하다는 점도 투자 포인트다. 사안에 정통한 업계 한 관계자는 “거래소와 관계를 맺을 시 NFT를 비롯한 파생상품을 해당 거래소에 선보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NFT 거래가 활성화되면 이를 자산으로 삼는 메타버스 생태계를 꾸릴 수 있기 때문에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