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카지노전쟁②] 규제에 신음하는 韓…“세계 흐름에 역행”

by강경록 기자
2018.07.03 00:00:03

규제 일변도 카지노 정책에 업체 ''흔들''
강원랜드, ''매출총량제'' 등 규제에 발목
노웅래 의원, 사업 허가제 개정안 국회 제출
전문가 "카지노 산업, 관광산업으로 인식해야

강원랜드 카지노 입구(사진=강원랜드)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국내 카지노 시장이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로 글로벌 트렌드와 역행하고 있다. 일본·필리핀·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들이 정부 차원에서 카지노 산업을 육성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오히려 사업 허가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 같은 규제에 국내 카지노 매출 규모도 세계 선진국과 비교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 카지노업관광협회에 따르면 2016년 미국·마카오·싱가포르·필리핀·호주 등의 매출액은 각각 미국 700억 달러, 마카오 270억 달러, 싱가포르 47억 달러, 필리핀 27억 달러, 호주 41억 달러였다. 반면, 같은 해 한국의 카지노 수입은 25억 달러 수준에 불과했다. 자연히 관광 외화 수입 대비 카지노 수입 비중은 6.4%(2016년 기준) 밖에 안됐다.

국내 카지노 매출 현황(그래픽=이동훈 기자)


◇ 없던 규제까지 생기는 판…카지노 산업 뒷걸음질

대표적인 카지노 규제 중 하나가 내국인 출입 금지 조항이다. 관광진흥법상 내국인은 카지노 사업장 입장이 불가능하다. 유일하게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곳은 강원랜드 뿐이다. 대신 외국인 전용 카지노만이 전국 16곳(제주 8곳, 서울 3곳, 부산 3곳, 인천·강원·대구 1곳)에 운영되고 있을 뿐이다.

강원랜드는 ‘폐광지역자원에관한특별법’ 적용을 받아 국내에서 유일하게 내국인 출입이 가능하다. 정부는 강원랜드의 이 같은 독점 사업권은 오는 2025년 말까지 보장하고 있다. 강원랜드도 정부 규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오히려 강도 높은 규제 탓에 사업상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연중 일정 수준 이상의 연 매출을 올리지 못하도록 한 ‘매출총량제’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국민의 지나친 사행산업 소비를 막기 위해 내국인 카지노를 비롯한 경마, 경륜 등 총 7개 산업의 사업자를 대상로 국민총생산(GDP)과 연동한 매출총량제를 시행 중이다.

강원랜드는 2013년~2016년까지 약 4년간 총 매출액에서 4700억원을 초과해 매출총량제 규제 초과 사업자로 적발됐다. 이에 올 1월부터 강원랜드 카지노 일반 영업장의 테이블 수가 기존 180개에서 160개로 축소되고, 영업시간도 일일 20시간에서 18시간으로 줄었다. 우리 정부는 매출총량제 준수, 영업시간 단축 등을 전제로 강원랜드를 내국인 전용 카지노로 지난해 말 재허가했다.

영업 축소의 여파는 고스란히 실적으로 돌아왔다. 강원랜드의 지난해 실적은 연결기준 매출액 1조6045억원, 영업이익 5309억원을 기록해 전년대비 각각 5.4%, 14.2% 하락했다. 올해도 매출액 1조5844억원, 영업이익 5156억원으로 전년 대비 1.25%, 2.88%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 우리나라에서만 존재하는 크루즈 카지노 사업 허가제도 대표적인 카지노 규제 법안 중 하나로 꼽힌다.



국내 카지노 진입규제 관련 조항(자료=한국카지노업협회)


◇복합리조트 형태 글로벌 트렌드…업계 “신업 육성 정책으로 전환해야”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외국인 카지노 허가권을 관리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파라다이스시티 같은 대규모 복합리조트 형태의 카지노가 들어선 만큼 허가, 영업 및 관리·감독과 관련한 국제적 수준의 카지노 법 제도를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게 주장의 근거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노웅래 의원은 지난해 7월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5년마다 정부로부터 사업 허가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관광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현재는 정부 허가를 얻은 카지노 사업장은 별도의 갱신 없이 영구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3년간 같은 위반 행위가 2~4 차례 적발되어야 면허가 취소된다. 반면 미국, 싱가포르 등 해외 카지노는 1~5년마다 면허를 갱신한다. 국내 내국인 전용 카지노 강원랜드 역시 3년마다 허가권을 갱신한다. 여기에 사후신고만 하면 가능했던 사업권 양도 역시 사전허가제로 규정을 바꾸는 내용도 함께 법안에 담겨 있어 업계의 우려를 사고 있다.

한국카지노업관광협회 관계자는 “면허 갱신 등 규제가 강화되면 사업적으로 안정성이 흔들린다”며 “지역 고용효과나 관광산업 활성화 측면에서 파라다이스시티 같은 상징성 있는 복합리조트가 안착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원랜드 설립 이후 현재 내국인 출입 카지노 개설 요구가 이어졌지만 아직 허가된 곳이 없다. 싱가포르 마리나샌드 자본을 끌어들인 새만금과 해외 자금으로 복합리조트를 짓는 인천 송도가 집요하게 내국인 카지노장 개장을 주장하고 있다. 선상 카지노장을 구상하는 대구와 부산, 제주도도 카지노 산업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이충기 경희대 관광학과 교수는 규제 일변도의 국내 카지노 산업 정책이 제도권 내 산업 육성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아시아 주변국이 앞다투어 규제를 완화하며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 리조트 산업 개발에 한창이지만, 우리나라는 이제야 미니 복합 리조트 시대에 접어들었다”면서 “카지노를 단순히 사행산업으로 인식할지, 관광산업으로 인식해 육성할지 일본·중국 등 글로벌 트렌드를 보면 이미 답은 정해져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