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우의 닥치Go]랍스터 ‘쪄주고’ 고기 ‘구워주는’ 마트 가보니
by강신우 기자
2017.09.17 06:00:00
롯데마트 서초점 ‘그로서란트’ 매장 방문기
직접 고른 식재료, 즉석에서 요리해 제공
온라인에 대항한 ‘오프라인 매장의 반격’
| 롯데마트 서초점, 일명 그로서란트 ‘스테이크 스테이션’에서 고기를 구워주는 요리사 앞에 완성된 스테이크가 놓여 있다. 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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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기다란 집게를 어항 속에 넣고 바닷가재(랍스터) 한 마리를 꺼내 바구니에 담는다. 꿈틀꿈틀 살아 있는 싱싱한 랍스터가 담긴 바구니를 요리사에게 건네주면 요리사는 랍스터를 곧바로 찜통에 넣는다. “20분만 기다려 주세요.”
| 롯데마트 서초점 ‘씨푸드 스테이션’에서 요리사가 랍스터를 요리하고 있다. 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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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 38길 12. 롯데마트 서초점. 외식 문화의 혁명으로 불리는 일명 ‘그로서란트(Grocerant) 마켓’에 가봤다. 그로서란트는 Grocery(식재료)와 Restaurant(식당)의 합성어다. 기존 마트에선 식재료를 구매만 가능했다면 여기선 조리까지 해준다. 그 자리에서 먹을 수도 있다. 시식이 아닌 식사로.
| 살아있는 랍스터가 있는 대형 수족관에서 기다란 집게를 이용해 랍스터 한 마리를 꺼내고 있다. 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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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향한 곳은 랍스터가 있는 ‘씨푸드 스테이션’. 대형 수조에 살아 있는 생선과 어패류가 가득 담겼다. 랍스터(미국산) 한 마리 가격은 1만5800원. 즉석요리를 해주는 비용은 1팩당 1500원이다. 이 가격에 채소와 소스는 덤이다. 요리사가 랍스터를 찜통에 넣자마자 육즙이 자르르 흐르는 한우를 맛보러 ‘스테이크 스테이션’으로 향했다.
부챗살, 갈빗살, 채끝살부터 양고기까지. 다양한 부위의 스테이크용 고기가 한 데 모였다. 소고기 중에서도 씹는 맛과 육즙이 가득한 그러면서도 지방이 적고 살코기가 많은, 소고기 본연의 맛을 볼 수 있다는 채끝살을 골랐다. 가격은 2만760원(236g). 고기도 즉석에서 구워준다. 랍스터 요리 비용과 마찬가지로 1500원에 채소와 소스를 곁들여 준다. 일회용 포크와 나이프, 숟가락까지 갖춰져 있다.
| 롯데마트 서초점 ‘스테이크 스테이션’ 전경. 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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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용유를 프라이팬에 두르고 채끝살을 얹자 치~이하며 고기 굽는 소리가 난다. 요리사가 일정한 시간에 맞춰 고기를 한번, 두 번 뒤집으면 5분 이내 스테이크가 완성된다. 각종 야채가 어우러진 스테이크가 담긴 일회용 접시를 받아들고 다시 랍스터 요리를 주문한 곳으로 향했다. 스테이크를 한 입 먹다 보니 금세 20분이 지났다. “손님 랍스터 요리 다됐습니다~”
요리사가 찜통에서 잘 익힌 랍스터를 꺼낸다. 도마 위에 랍스터를 올려놓고 칼로 먹기 좋게 부위별로 잘라 낸다. 살코기만 쏙 빼먹을 수 있게 해놨다. “포장해 드릴까요?” 포장도 가능하다.
식탁에 랍스터와 채끝살 스테이크를 올려놓고 보니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가격은 3만9560원. 가성비가 시쳇말로 ‘짱’이다. 식사를 다 하면 남은 음식을 처리하는 곳이 따로 마련돼 있다. 세면대까지 있어 손도 씻고 매무새를 단정히 할 수 있다.
이 곳은 점심때 가장 붐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스테이크를 맛보려는 회사원들이 많아서다. 쉴 틈없는 주문에 최근에는 ‘브레이크 타임’을 정책을 도입했다. 점심시간(11시~14시) 이후 2시간은 주방도 쉰다. 찜통과 프라이팬 등 각종 조리기구를 재정비해 오후4시부터 다시 운영한다. 마감 시간은 밤 8시반이다.
식사를 마쳤다면 후식도 해결할 수 있다. 싱싱한 과일을 직접 골라 즉석에서 갈아 준다. 아무것도 넣지 않은 과일 본연의 ‘즙’만 맛볼 수 있다. 자몽과 코코넛은 착즙 비용이 무료. 다만 다른 과일은 500원을 내야 한다. 착즙 시간은 2분. 자몽 생과일주스는 1800원이다.
롯데마트의 이 같은 시도는 온라인의 급성장 때문이란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더 이상 빽빽한 상품진열과 단순 판매만으로는 살아 남을 수 없어서다. 그래서 직접 보고 체험하고 맛볼 수 있는 공간을 대폭 넓혔다. 랍스터와 스테이크를 맛보고 다른 상품도 구경해 보라는 의미다. 이곳 롯데마트 서초점엔 지난 한 달간 약 25만명의 고객이 다녀갔다. 온라인 시장에 대항한 이른바 ‘오프라인의 반격’이다.